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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

아스카
  1625
2011-04-24 15:20:54
금요일이었나요? 그날 비가 왔습니다. 봄비치고는 양이 많았던 것 같아요. 
남자들끼리는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가기 귀찮아서 중국집에서 시켜먹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걸 들은 여직원들도 같이 시켜먹자고 하시면서 모두 중국집으로 통일을 하게 되었죠.
(사무실이 원래 남직원 여직원 따로 밥을 먹습니다. 남자들은 차를타고 좀 멀리나가서 먹고, 여자들은 사무실 근처에서 해결을 합니다.)

그래서 전 직원이 모두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요, 한 남자직원이 유독 월말이 되어가면 점심을 안먹습니다. 예전에 왜 점심을 먹지 않느냐고 이유를 물어보니 이 시기가 되면 점심값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직원이 예전에 저한테 점심값을 빌려간적도 있고 그렇습니다.(아직 다 갚지도 않았네요.)

아무튼, 이 직원만 빼놓고 우리끼리만 먹자니 참 마음이 그랬습니다.
전 직원이 전부 모여서 하하호호 하면서 밥을 먹는데, 혼자 사무실에 덩그러니 앉아서 억지로 잠을 청하는 척 하는 것을 보기가 참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실제로, 이 날 이전에도 남자들끼리 배달을 한번 시켜먹었는데, 다 먹고 나와보니 그 직원 혼자 책상앞에 앉아 있던데, 참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중국집 주문하기 전에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당장 제 주머니사정도 열악한데 굳이 돈을 내가면서 사줘도 좋은 인사들을 수 있을까?
인사 못들으면 어떤가? 어차피 인사듣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닌데...

이런 마음이 계속 생기더라구요.

또다시 혼자서 덩그러니 남겨져있는 그런 상황이면 참 보기도 안좋고 제 마음도 불편하고 그럴 것 같아서 결국, 제가 그 직원 자장면 하나를 더 주문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그 직원에게 주문을 끝내고, 네이트온 쪽지로 제가 주문했다고 오늘 제가 한번 쏘겠습니다! 다 같이 한번 먹자고 이렇게 쪽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답장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습니다.

'전 점심시간에 뭐 사러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 안먹습니다.' 

라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제가 그래도 시켰으니 먹고 가지 그러냐고 답장을 보냈는데, 

'안먹습니다.' 
라고 너무도 단호하게 말하더라구요.

주문하기 전에 제가 물어보고 시켰어야 했던건데 미리 물어보지 않고 시킨 것이 잘못인 것 같았습니다.
근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물어봤다면 좋다고 먹을 사람도 없어보여서 시킨 건데, 단번에 거절을 당해서 좀 무안했습니다.

그래도 조금 기분이 나빴던 것이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마음은 고맙지만 정말 안될 것 같아요 중요한 일이거든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은데, '안먹습니다.'는 조금 기분이 좋진 않더군요. 

점심시간에 회의실에서 음식들이 쭉~~~ 진열이 되는데, 자장면이 당연히 하나가 남아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음식이 왜 남냐면서 그렇게 말하길래 제가 그냥 짬뽕 시켰는데, 자장면도 먹고 싶을 것 같아서 하나 더 시켰다고 말하고 대충 넘겼습니다. 짬뽕시킨 분들 같이 나눠먹자고 해서 대충 다 먹을 수는 있었네요.

저는 전 직원이 다 먹는데 혼자 돈 없다고 안먹는거 좀 마음 아파서 제 생각만으로 시킨 것이 그 직원분에게는 기분 나쁜 일로 받아들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돈은 돈대로 날리고, 기분은 기분대로 꿀꿀하고 그랬답니다.

이런 일이 있었던 이후에 제가 어렸을 때 봤던 만화가 기억나더라구요.

빵집에 매일 매일 찾아오는 손님이 늘 가장 저렴한 검은빵 1파운드를 사갔는데요, 그 빵집 아가씨가 그 손님이 혼자서 추운방에서 차가운 물과 검은빵으로 끼니를 때운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검은빵 안에다가 버터를 발라서 특별히 더 맛있게 만들어서 팔았는데, 그 다음날 그 손님이 역정을 내면서 그동안 구입한 검은빵을 먹기 위해서 사간 것이 아니라 유화의 물감을 닦아 내기 위해서 사간 것이었는데, 버터를 넣어서 그림이 다 망가졌으니 어떻게하면 좋으냐고 따지는 만화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만화의 교훈이 아무리 좋은 의도로 상대방을 대해도 그 좋은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것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제 배려도 한번 더 생각해봐야 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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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미놀
2011-04-24 15:31:41
진정한 배려라는게 무언지 한번쯤 생각하게 되네요.
안타깝네요.
 
왔다 갔다 하는 말 한마디로 서로가 좋을 수 있는 것인데.
shot creator
2011-04-24 15:32:32
일반적으로는 괜찮은 선행인데.. 제가 볼 땐 앞으로 그 분에게만 주의하시면 되겠네요.
 
그 분이 먼가 개인사정이 있거나 너무 무뚝뚝하거나 문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안타깝지만 그래도 선행하는 자신을 칭찬해 주시길..
┎Penetration┒2
2011-04-24 15:34:18

뻘리플이긴 한데.. 밑에 빵 이야기는 그 계기로 인해 결혼하게 되었다는 해피앤딩이 있습니다..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

WR
아스카
2011-04-24 15:35:56

제가 저걸 초등학교 1학년때 본 것 같아서 까먹은 것 같네요.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

제가 여친이 없다보니 그런 해피엔딩은 만들어줄 수 없다라는 이 융작가.
SnowShovel
2011-04-24 15:41:08
헉 정말인가요? 고3 되기까지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봤는데 ..
혹시 그 이야기 풀버전 좀 볼 수 있을까요 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
┎Penetration┒2
2011-04-24 15:42:47

제가 가지고 있는 만화책에 위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지금은 없는데요


한 10번 읽은거라 확실합니다.. (근데 그것도 지어냈을수도 있죠) 
SnowShovel
2011-04-24 15:45:02
교과서에서도 본 이야기라 그런지 신기해서요 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하여튼 그런 스토리는
진짜 재밌겠군요 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
[OKC]Wings
2011-04-25 02:09:55
원작이 오 헨리의 단편인 듯한데,
가난해보이는 청년에게 호의를 베푼 빵집 여주인
덕택에 힘들게 준비한 건축설계를 망친 내용이었죠.
버터 때문에 설계도면을 못쓰게 되었다고 저주를 퍼붓는 엔딩이었는데 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
 
yongjaya
2011-04-24 15:34:41
사람과의 관계라는게 참 쉽지 않은거 같아요
똑같은 행동도 환경과 그 당시 마음에 따라 반응은 다르니까요
그래서 전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관성 있는 행동은 그 사람에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
햇살사이로
2011-04-24 15:38:14

보통은 배려에 대해서 저렇게 반응하는 사람이 없지 않나요?

너무 극단적인 반응같은데...

BOS_PG.RONDO
Updated at 2011-04-24 16:05:43

유나킴 님이 의도적으로 한것이아니지만 저분은 동정한다고 오해를 한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그리고 여자분들도 같이먹었다고하니 조금 얻어먹기엔 상황이나 분위기가 조금 자존심상할수도있는 분위기일수도 추측이됩니다... 제 느낌이라 심각하게 받아들이진마세요....

밤산책
2011-04-24 16:12:10
사람 사는 일에 호기심이 많은 저로서는
 
그 직원 분이 왜 월말이 되면 점심값도 없는 것인지,
그 분을 보는 회사 사람들의 눈이 어떠할지, 또 그 분은 그걸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그 분은 왜 남의 배려에 여유있게 대응하지 못한 것인지...... 등등이 궁금해집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재미있는 세상인데,
여유있는 웃음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유머, 이런 것들의 소중함을 잘 알게 됩니다.......
그렇지 못한 분들을 보면 참 마음 한켠이 씁쓸하고 그래요, 저도......
 
tMcGrady
1
2011-04-24 16:56:14

과연 애매한 상황이네요. 제가 뭐 인생을 오랫동안 살아본건 아니지만, 인간 사회라는게 상당히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은 확실한 듯 합니다.. 본문의 상황에서 유나킴님 기분이 좀 껄끄럽긴 해도,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거죠. 어쩔 수 없는것이죠. 나 이외의 타인이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하물며 내가 낳은 자식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상대방분께서 정말 배가 고팠다거나, 진심으로 함께 식사를 하고 싶었더라면 먼저 부탁을 해 왔겠죠. 과거에 점심값을 빌려간 적도 있었다고 하셨으니..... 그런 명확한 의사 표시를 받기 전에 내가 미리 예측하고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선행이라던지 배려라던지 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격상 절대로 무조건 선행을 베풀어야 내 마음이 좀 놓일 것 같다 싶으면 거절당할 각오까지 완벽하게 한 상태여야 하지 않을까요? '아... 이미 주문했는데도 안드시겠다고요? 그래요 그러면 다음에 같이 먹지요 ^^' 뭐 이게 만만치 않은 마음가짐이지만 인생에 매우 도움되는 것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선행이 순도 100%의 선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상대방이 고마움을 느껴주길 바란다거나..... 나의 배려심에 반응해주길 바란다거나.... 하는 것도 일종의 욕심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아무런 욕심 없이 순수하게 그냥 주는겁니다. 예수나 부처처럼요.

저는 종교를 갖고있지도 않고 도덕적 의무감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라서 인간미 넘치는 선행이라던지 배려라던지 하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나 이외의 다른 사람과 엮이는 상황에서 철저한 아가페 정신으로 무장합니다. 내가 바라는대로 되지 않아도 절대로 마음 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의외로 상대방을 위하는 길임을 깨닫곤 합니다.
[NYK] dpWl
2011-04-24 19:47:40

정말 그렇군요.
거절당할 것까지 미리 생각하라.. 라는 것까진 생각이 미치질 못했습니다.

십이월이일
2011-04-24 19:30:15
저런 친구들은 정말
극소수아닐까요
 
괜히 마음이 안다치셨으면 좋겠네요
난장고냥군
2011-04-24 22:16:52

스마트폰이라 댓글에 댓글이 달리지 않는군요. 뻘글이지만 유나님께서 올리신 인용문은 미국단편작가 O 헨리의 작품 중 하나입니다.(마지막 잎새 작가요) 빵집 노파와 한 남자간의 이야기로 로맨스같은 건 없습니다 ^^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 남자 입장에선 자존심때문에 그랬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동정받는다는 느낌에 울컥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난장고냥군
2011-04-24 22:23:15

다시 찾았습니다. 인터넷에도 있으니 보실 수 있겠네요. 저 작품의 제목은 O 헨리의 "마녀의 빵"입니다.

……
Updated at 2012-03-16 14:33:42
자삭
아미욘
2011-04-25 04:48:58

그런마음을가진 유나킴님의마음씨가 너무곱네요.


아마 안먹습니다 라고하신분은 못배우시거나 자존심땜에 인생망치실분같습니다
숄더페이크~!!
Updated at 2011-04-25 05:45:09

아..저였다면..


왜 곱배기로 시켜주지않았냐고 역정을...응?나의 배려가 남에게는 불편함.
……
Updated at 2012-03-16 14:34:00
자삭
하얀의자.
2011-04-25 06:18:01

그래도, 좋은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는걸 매니아분들이 이 글을 통해 알게되었잖아요 ^^


이글의 이유처럼, 세상 내가 하고싶은데로 안되더군요. 내가 의도한것이 삐뚤어지고 또 오해가 생기고...그게 아닌데...

힘내십시오, 언제가 그 마음을 동료들이 알아줄겁니다.
DayWalker
2011-04-26 06:52:32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르네요.
돌아온 답변이 제 생각으론 좀 호의를 베푼 이에게 안타깝네요.
"못 먹습니다"라고 말했다면 베푼 사람도 그러려니할 거고 받는 사람도 자존심은 지키면서도 감정도 안 상할 수 있는데 "못"과 "안" 이 한자 차이로 서로간에 감정이 상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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