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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스러운 봄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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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17:14:38


 

(평어체로 진행됩니다 꾸벅) 

 

 

 

극히 작은 일이 그대를 분명 언짢게 하겠지만

늘 현재를 즐겨야 한다.

 

읽고 싶던 책을 빌렸더니

첫 장에 끼워져 있던 누군가의 메모.

 

한 세계를 열고 싶다면

한 발, 한 발만 내딛으면 된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세상은 나에게 갈증을 채워줄 뭔가를 주더라. 

 

 

인스타를 지웠더니 일상이 조용-하다.

친구들이 어디를 다녀왔는지,

신상 옷은 어떤게 있는지

매일 시시각각으로 그 변화를 따라가야 할 것 같던

느낌들이 사라졌다.

 

잘 나온 사진에 좋아요가 많이 눌리는 것에도

큰 감흥이 없어졌다.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에 더 집중하고

가지고 있는 옷으로도, 물건으로도 충분하다는걸

오랜만에 다시 느끼고 있다.

 

 

부모님네 집 앞에

자꾸 사람들이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려서

아빠가 철쭉 화분을 갖다 두셨다.

 

매년 이맘때쯤 활짝 피곤 하는데,

덕분에 쓰레기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아빠는 모르는 사람이 우리 밭에 들락거려도

주인백, 엄금, 이런 금지 표시판 하나 붙이지 않는

고지식한 양반이어서

집 식구들 모두 혀를 내둘렀었는데 

결국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이런 지혜와 따뜻함인가보다.

 

 

엄마가 가끔 보내오는 꽃 사진들.

보급형 핸드폰인데 가끔 놀랄 만한 구도나

색감으로 찍어 보내오신다.

얼굴만 보면 스무고개 시작하는

엄마와는 이렇게 랜선으로 만날 때가

오히려 낭만적이고 맘 편할 때가 많다.

 

나는 방목형으로 키워줬음 좋겠어 엄마...

 

 

 

어느 날 남자친구가 불쑥 내민 선물.

내가 좋아하는 채치수를 사다주고 싶었는데

괜찮은 채치수 키링이 없어서

강백호 이 녀석도 괜찮다며 주더라 ㅎㅎ

 

(사실 난 신현철이 제일 좋다.

비록 적수지만 야비하지 않고

정면으로 상대해줄 것 같은 느낌..! 

평소에도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꼼수 쓰고, 야비하고 앞뒤 다른 그런거 딱 질색)

 

 

(슬램덩크 굿즈를 갖고 다닐 정도로

진심은 아니지만...!)

농구 가방에 매고 다녀야겠다 ㅎㅎ

귀엽네 요녀석 

     

 

연애할 때마다 고민인 지점.

제한된 행복인가,

다소 외롭고 힘들지만 

나라는 한계를 깨부수며 자유롭게 살아갈 것인가.

 

 

키가 커서, 몸매가 예뻐서, 돈이 많아서 -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형적인 삶의 조건 말고

서로를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사랑에 빠지는

그런 경우들을 보면 삶의 희망을 얻는다.

다들 그렇게 사랑하면 좋겠다. 

 

 

 유투버 중에 '새덕후' 라는 분이 있다.

구독만 해놓고 거의 안봤었는데

요즘들어 유독 새가 눈에 들어온다.

 

어릴 때 어른들이 재미도 없는 다큐멘터리

맨날 틀어놓는 기분을 이제 알 것 같다.

 

 

센서티브라는 책이 있을 정도로

민감성을 타고난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는데 꽤 고생을 하는 것 같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겠지.

 

예술적인 영역으로 발휘되면

참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좋은 특성인데,

이게 보통의 사회생활을 할 때는 꽤 피곤하다.

 

나 자신의 내적 변화와

사람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잘 느끼는 나는

자신의 감정을 정제하거나 성찰하지 않는

무리에 끼어있을 때는 에너지가 쭉쭉 나가곤 해서,

 

아무런 이득도, 이해관계도 없이

그저 존재하는 무해한 것들을 볼 때

숨통이 트인다. (자연이나 아이나)


 

혼자만의 결심을 굳히고 싶을 때

종종 가는 회사 근처 대나무숲.

오랜만에 가니 땅에서 못보던 친구들이

쑥쑥 솟아나있었다. 

 

 

 뭔가를 이루고 싶을 땐 '그냥 하는 것'이 제일 정답인 것 같다.

그냥 하도록 상황을 세팅하고 나를 거기 두는 것.

 

 

 

나 자신에게 솔직하기만 하면 꽤 많은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다.

내가 나를 속이는 걸 알지도 못하고

계속 속일 때가 제일 힘든 것..!

 

 

초봄이 지나니 꽃들은 시들기 시작하고

나무가 대신 연두색으로 변하고 있다.

 

저녁 농구하기 좋은 계절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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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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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4-04-24 18:17:16

긴글에 철학적 요소가 많이 담겨있는데도 쭉쭉 잘 읽히네요.
저역시 sns는 안하지만 매니아는 합니다.
그래도 요런 사진은 저장해야 하기에 덴버만 팔로우 해서 sns 눈팅은 합니다.

어제 머레이를 보며 느꼈습니다.
될놈될
좌절하지 말고 나아가다보면 우주의 기운 한번 받겠죠.

WR
1
2024-04-25 09:42:44

와웅 사진 시원시원하네요!

헤헤 글이 잘 읽힌다니 다행입니다 ㅎㅎ

저도 인스타 끊으니 매니아만 가끔 들어와요.

좋은 댓글들이 많아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느낌이거든요 

2
2024-04-24 18:38:03

밀리님 너무 좋아요 퇴근 전에 지루함을 날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사진 잘 찍고 싶어지네요~

WR
1
2024-04-25 09:43:05

어머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헤헤헤

사진 그냥 무심하게 찍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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