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벌레와 쥐며느리는 그냥 벌레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게, 새우 등과 가까운 친척인 갑각류입니다. 절지동물 중에서 갑각아문 등각목에 속하죠. 이 등각목에 속한 여러 동물들은 사체 처리에 능숙한 분해자들입니다. (물론 공벌레같은 작은 동물이 늘 사체만 먹이로 구할 순 없기에, 평소에는 곰팡이, 부엽토, 썩은 식물 등도 잘 먹습니다.)
본래 바다에 살던 동물이었지만 일부가 육지로 올라와 우리가 잘 아는 공벌레, 쥐며느리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아가미는 폐처럼 진화해서 육상에서도 호흡이 가능하지만, 대신 아가미가 늘 물에 축축히 젖어 있어야만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항상 습하고 축축한 곳에서 출몰하죠.
공벌레와 쥐며느리는 외관이 많이 닮았으나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몸을 둥글게 말 수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이름대로 공벌레는 몸을 잘 말고 쥐며느리는 말지 못하죠.
또한 공벌레는 나름 단단한 등껍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몸을 둥글게 말았는데 등껍질이 말랑하면 천적을 상대로 아무 소용이 없죠. 공벌레는 그야말로 소동물계의 아르마딜로나 다름 없습니다. 다만 등껍질이 단단해서 필연적으로 무게가 나가다보니 움직임은 좀 굼뜬 편입니다. 즉 단단한 등껍질을 둥글게 마는 능력을 얻기 위해 기동력은 다소 포기하고 방어력에 몸빵한 케이스입니다.
반대로 몸을 둥글게 못 마는 쥐며느리는 등껍질이 상대적으로 말랑한 대신, 공벌레보다 훨씬 민첩하고 기동력이 좋습니다. 공벌레처럼 방어력에 몰빵해 탱커가 되는 대신, 적을 만나면 빠르게 도망치는 쪽으로 진화를 한 거죠.
즉 저렇게 뒤집힌 상태로 사진을 찍으셨으면 저건 공벌레입니다. 공벌레는 단단하고 무거운 등껍질 때문에 마치 거북처럼 뒤집히면 몸을 잘 못 가누고 버둥거립니다. 공벌레로서는 매우 위험한 상태에 빠진 거라고 볼 수 있죠. 반면에 쥐며느리는 몸이 날렵하므로 뒤집혀도 그 즉시 몸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렇게 뒤집힌 채 버둥거리는 쥐며느리는 없죠. (아예 죽은 쥐며느리면 모를까...)
원래 인간의 생활 공간에 살기 적합한 동물은 아니기에, 어쩌다가 모르고 방에 들어왔을 겁니다. 방이 엄청나게 축축하고 습하지 않은 이상은 계속 머무를 리는 없죠. 어렸을 때는 다들 공으로 만들어 재밌게 가지고 노셨던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쥐며느리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