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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남의 역사

회전초밥
31
  6272
Updated at 2023-08-20 00:22:36

어제는 작은 딸의 두번째 (세살)생일이었습니다.
예쁜 꽃을 사서 테이블에 놓고 언니와 다이소에 가서 장난감과 포장지를 사서 선물을 포장하고 돌아오는 길에 케익을 사왔습니다.

그래도 생일인데 미역국은 끓여야지(대체 언제까지?) 하면서 잠시 마트에 들려 국거리용소고기(한우와 호주산 가격이 차이가 없어 놀랐습니다)를 사와서 미역국 담당인 제가 미역국을 요리하고 아내가 잡채를 만들었습니다.
박수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세모녀의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버지, 저, 남동생 삼부자와 모든걸 혼자서 다하셨던 어머니로 구성된 제 어릴적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더 잘해드릴껄 하는 슬픔과 후회도 있었지만 삼부자에게는 어머니의 공백이 현실적으로 삶의 방식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저는 한동안(2년여) 아버지를 모시며 집안일과 요리를 하였고 가부장적인 습관이 몸에 밴 아버지는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고 개었습니다.
이 때 저도 자기는 먹기 싫어도 정해진 시간에 타인의 밥상을 차린다는 것의 힘듦을 처음으로 경험해 보았던 것 같습니다.
차례나 어머니의 제사상도 모든 음식을 동생과 둘이서 준비하였고 아버지도 거들었습니다.

그 후 제가 결혼을 하면서 아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의외로 요리가 재밌으신지 한살림같은데 가서 반찬요리하는 법등을 배워오시더니 매일 페이스북에 올리며 자랑을 하십니다.

'우리가 엄마를 힘들게 했다'와
'왜 그 때는 지금처럼 못했을까' 하는 감정이 삼부자사이에서 공유되었고 며느리는 시댁스트레스를 일도 안주겠다는 평소의 어머니의 철학(?)이 자연스레 아버지로부터 배어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꽤나 일반화 되고 있는데 제사를 추모로 바꾸고 차례를 과일과 술만 올리는 식으로 간편화했습니다.

남자만 가득한 집안에 두 여자가 합류하고 두 딸이 태어나면서 여성이 한명 더 많은 집이 되었고
손녀들과 며느리들과 할아버지는 대화를 나누고 두 형제가 식사준비와 설겆이를 하는 게 명절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근래들어 스윗남이라는 단어가 있고 제 세대의 남자를 안좋게 보는 쪽으로도 쓰이고 있다는 걸 알았는데 그 태양을 보자니 너무 제 모습이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농구나 축구나 저도 같이 끼워줘요하는 나이가 되어버린 저로서는 절대 20대와 척을 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의 어머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안고 딸의 기저귀를 매일 갈아주는 입장에서 조금 제 자신을 변호하고 싶습니다.
보이는 것과 다르게 그렇게 스윗한 삶이 아니라고. 커피로 따지면 에스프레소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니 제게도 공을 패스해주세요.


19
댓글
Vinsanity15
2
2023-08-19 23:01:25

공 받으세요. 물론 농구공을 원하셨겠지만 저도 살림 거의 안 하던 세대라서 반성합니다. 변화가 많은 시대에 적절하게 옳다고 생각되는 자리 찾아가야지요. 앞으로 또 어떤 시대가 올까 많이 궁금합니다.

WR
회전초밥
2023-08-20 02:17:57

패스 감사합니다! 저도 이 아이들의 세대는 어떠할지 걱정도 되기도 하고 역시 궁금하기도 합니다.

2001Iverson
1
2023-08-19 23:01:41

남성성의 방향성에 대해 혼란이 많아 보이는 세대죠…

WR
회전초밥
2023-08-20 02:18:57

그런것 같아요. 사실 전세대가 혼란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LA브론
8
2023-08-20 00:37:21

좋은 쪽으로도 쓸 수 있는 말이지만 안좋은 쪽으로 쓰이는 스윗남은 제가 알기론 그런게 아닙니다. 하고 계신건 응당 그래야할 일이고 너무 잘하고 계신거죠. 더 젊은 세대야말로 지금 하고 계시는 모습이 당연한 상식이 되고 있는 세대겠죠. 지난날의 부채의식이나 혹은 젊은 여성에게 잘보이려고 또는 마초적인 마인드 등등에 비롯해서 지나치게 여성을 우대하고 그걸 또 다른 남성에게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온 단어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튼 별로 좋은게 아니니 그런의미로는 안쓰는게 좋은 단어죠.

WR
회전초밥
1
2023-08-20 00:51:43

제가 조금 다르게 알고 있었네요. 정확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LA브론
3
2023-08-20 00:58:50

잘하고 계신데 스스로 오해하실까봐 적었습니다. 멋지십니다!

Luvinebucket
2
2023-08-20 01:02:26

인터넷에서 쓰이는 비하용어는 그 기준(경제력, 외모, 학벌, 성별, 성격 등)에 따라서 나뉠 정도로 다양하고 그 수량도 많아졌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 또한 때때로 남성성이나 인간성에 대한 고민도 하고 흔히 말하는 '좋은 인생'을 살고자 하는 바람을 강하게 느낍니다. 다만 그 기준이 인터넷에서 쓰이는 비하용어를 기준으로 두지 않을 뿐이죠. 스스로 구분하고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회전초밥 님과 가족분들은 그런 제 기준에서 충분히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관심과 노력을 통해 적응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끄려고, '좋은 인생'을 만드려 하시는 것 같아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20대 중반에 들어서고 저 혼자를 더 좋게 바꾸려고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WR
회전초밥
2
2023-08-20 02:15:09

호청년의 기운이 뿜뿜 나오시네요!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 3 to 6
4
2023-08-20 02:48:27

크.. 내용에 너무나도 공감하며 내려오다가 마지막 문장에 감탄했습니다! 오늘 독서는 회전초밥 님 글 읽은 걸로 대신해도 되겠어요.

WR
회전초밥
2
Updated at 2023-08-20 03:42:46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귀중한 하루독서 할당량을 이렇게 쓰시다니요. 올려주시는 번역글들과 칼럼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셀틱
1
Updated at 2023-08-20 03:58:24

또 어떤 피해자가 (나쁜 의미의) 스윗남들에게 당한 

하소연하는 글인가 싶어서 들어왔는데...

 

아니었군요 스윗남의 역사 

 

결이 완전히 다른 글이였어요. 

내 쓰디쓴 감정에 달달한 설탕 한 티스푼을 넣은 기분입니다.

 

어디계십니까?!?!?! 드릴게요 두번 드릴게요!!! 세번 드릴게요!!!!

WR
회전초밥
Updated at 2023-08-20 05:18:00

감사합니다. 하지만 킥아웃 노마크찬스는 잘 놓치는 편입니다.

주말엔
1
2023-08-20 04:12:15

글을 너무 잘쓰시네여. 마지막에 공을 패스해달라는 멘트로 마무리까지 너무 좋습니다. 좋은 글 잙 읽고 갑니다

WR
회전초밥
2023-08-20 04:40:22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고물약
2
2023-08-20 05:17:38

참 좋은 글이네요. 요새 같은 갈등의 시대에 아름다움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WR
회전초밥
2023-08-20 05:56:56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Letdown
1
Updated at 2023-08-20 07:13:49

스윗남의 유래와 어떻게 쓰이는지  이해를 못하시고 쓰신 글입니다.

 

아마 저하고 비슷하시거나 좀 저보다 어리신 세대   같은데,  괜히 욕먹는게 아닌 세대죠

스윗남이라고 불리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다는건 아니고 

그런 행태를 보이는 사람들에 해당하는건데  응당 해야 될 가사분담 좀 한다고..  

와이프 따님에게 잘한다는 걸로 스윗남이라 불리지 않습니다. 

 

본인이 해당 안 되시면 되는 겁니다. 

 

~~~

 

허나 

내용 자체는 공감하고  잘 봤습니다~~

 

저도 결혼 전에 어머니 더 도와드리지 못한게 결혼하고 나니 후회가 많이 되더군요 

해보니까  별 것도 아니었는데.   짐을 너무 많이 드렸었구나 싶더군요.  

 

저희는 반대로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셔서...  아부지가 엄니에게 진 빚을 좀 많이

못갚고 돌아가셨다는 그런 기분조차 있습니다.  

 

저라도 잘해야죠.     

WR
회전초밥
2023-08-20 07:18:28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개념을 잘못알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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