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심장을 갖는 방법
3개월 가량 주중에 혼자 두 딸(3,7세)을 키우면서 아빠로서 느낀 점들을 공유해볼까합니다.
오늘부터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던 아내와 다시 합쳐지게 되어 함께 육아를 할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다행입니다.
기본적으로 싱글맘이 가장 힘든점은 실제로 경험해보니 내가 처한 역경을 집안으로 가지고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일이 잘풀리거나 좋은일이 있으면 아이의 짜증조차 사랑스럽지만 뭔가 걱정스러운 일이 터지면 아이의 애교도 보면서 그냥 지나치는 상태가 되기도 합니다. 엄마가 없으니 바깥에서 타격을 잔뜩 입은 아빠가 혼자 아이의 희노애락을 마주하여야하는데 이때의 기분전환이 가장 힘들었습니다.(저는 또래평균보다 아마도 걱정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부부가 육아를 같이 한다는 것은 가사노동을 나누는 측면도 있지만 서로 직장에서의 일들이 가정으로 오지 않도록 흡수 내지는 완충 역할을 한다는 점에 있어서 상당히 과소평가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결국 부모의 강한 마음을 지칭하는 사자의 심장이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의 보호보다도 부모의 불안한 멘탈과 그로부터 투영되는 현실로부터의 보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어에 보면 처변불경(변화가 닥쳐도 놀라지 않는다)라는 어구가 나오는데 어쩌면 부모가 일상에서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트레이닝인것 같습니다.
저는 한달정도 하다가 이대로는 아이들한테 내가 처한 역경이 너무 그대로 전달 되거나 참다가 폭발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어 나름대로 아빠로서의 평정심을 유지하기위한 습관을 만들어보았습니다.
건강한 매니아회원님들은 당연이 하고 계시는 것들이지만 저는 새삼스레 이것 덕분에 세달을 버텨냈구나 하는 점을 소개해볼까합니다.
1.운동
다이어트, 육체적 건강의 목적보다도 육아컨디셔닝과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서 퇴근후 아이를 데리고 가기 전 15분 정도 헬스장에서 타바타식 덤벨을 수행했습니다.
대부분의 걱정들이 퇴근후 머리속에서 계속 반복되는 반추효과로 인해 증폭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자고나면 의외로 걱정거리가 아니거나 문제가 해결되버리기도 하는) 타바타는 다이어트효과는 의문부호가 붙지만 걱정의 루프를 끊어주고 컨디션을 조정하는 측면에서는 최고의 운동이었습니다.
2. 독서
독서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지 모르겠지만 잠재의식에는 어떤 매체보다 깊고도 넖은 영향력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아직은 서두를때가 아니야라는 윤대협의 이미지는 아마도 저희 세대에 공유되는 어떤 안 좋은 상황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긍정적인 잠재의식이겠죠.
아이들과 마술피리그림책과 네오키드픽쳐스북을 매일 두세권씩 읽었는데 저에게도 너무 좋았습니다. 좋은 그림책은 감성도 감성이지만 아주 잘 만든 만담처럼 기승전결이 너무 좋더군요.
리드미컬하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이것도 매일의 일상에서 운동과 같이 부정적인 생각의 연쇄작용을 끊어내고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을 의식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3. 지브리 삼대장(키키, 토토로, 치히로)과 마이애미 히트.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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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10년전에 이글을 봤으면 저도 좀 더 육아를 잘했을것 같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큰애 키울때 참 후회되는 일들이 많네요.
그 상황에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생각해보면 어쩔수 없는게 아니었던것 같은..
뭐..지금이라도 잘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