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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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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4 14:18:10

저는 통제당하는 것과 무시당하는 것을 미치도록 싫어합니다.

대체로 이 두 가지 느낌을 받았을 때가 제 급발진 타이밍입니다.

요즘에는 발작버튼이라고 하지요. 

 

어려서부터 강압적인 부모님과

매니아 금지규정 중 하나에 해당하여 자세히는 적지 못하지만 일거수일투족을 통제당하는 환경 하에

살아온 삶이기에 더더욱 그러한 느낌에 취약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직장에서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고는 폭주 직전까지 갔었습니다.

상관께서 제 담당인 업무에 대해 제 의견을 물으시다가

다른 방법은 없냐고 물으셨는데 옆에서 다른 분이 이런 방법이 있노라고 제안을 하셨지요.

저와의 대화를 마무리지으시기도 전에 몸 방향까지 그쪽으로 트시면서

대화가 옮겨가고 저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보통은 그냥 좀 뻘쭘하고 말 일일 수도 있는데, 저는 마음이 많이 상하더군요.

업무에 적응을 잘 못했다는 자책감이 큰 상황이기에 더 그런 거겠지요.

이런 게 한두 번이 아니긴 해서, 그간 급발진해서 항의한 적도 몇 번 있는데

그분들은 왜 그러는지 이해를 못 하시고 분위기가 뜨악해져서 이내 후회하곤 했습니다.

 

해서 그날은 나는 상식인이다 참자 참는거다..를 외치며 자리를 떴다가

조용히 돌아와 몸이 아프다고 말씀드린 후 조퇴를 했습니다.

집으로 걸어오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과민한 걸까. 나의 성장과정에 잘못된 점이 있었는가?.....많이 있긴 했네.

어떻게 하면 보편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등등입니다.

 

그나마 얻어낸 잠정적인 해답이 제목에 써둔 '자유인' 입니다.

공격당하는 기분, 누군가 나의 잘못을 추궁하는 느낌, 웅크리기부터 하는 고슴도치.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그 사람들의 본의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설사 무시나 통제의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에게 상처를 낼 수 없다'는 말도 떠오르는군요.

책임을 진 가장이자 직장인으로서 젊었을 때처럼 천둥벌거숭이마냥 날뛸 수는 없지만, 

언제나 나는 자유인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시고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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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3-03-04 14:37:24

불편한 상황을 폭발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인지행동적 접근을 하시는 모습을 보니 잘 이겨내고 있으시네요

WR
2023-03-04 18:44:58

감사합니다.
최근 예전에는 그냥 급발진하던 일들을
글과 같이 한스텝 참고 천천히 대응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저날도 작은 성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1
Updated at 2023-03-04 15:46:25

잘 참으셨네요. 주제가 익숙해서 찾아보니 저번에언제 제가 자기애를 주제로 댓글을 단 적이 있었던 분이시군요. 인지하고 노력하시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좋아지시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화이팅입니다

WR
2023-03-04 18:46:31

감사합니다. 그때 큰 도움 받았습니다.
당시 인지하고 기억해둔 부분들이
실생활에서 스스로를 제어하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1
2023-03-04 19:51:38

본문 중 말씀하신 그 사람들의 본의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에서 이미 해결책을 어느정도 찾아내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상대방의 본의는 무시할 생각이 없었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고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씀하신것처럼 신경쓰지 않으면 될 일이기도 하죠 

(물론 저도 그 두가지 요소가 발작 버튼이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건 잘 알고 있습니다)

 

예전에 제 인생의 멘토 같은 분과 이야기를 하다가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는데 

그분께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이 그렇게 대접받을만한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이켜 볼 필요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게 분하고 억울하다면 거기서 끝날게 아니라 

다음엔 무시당하지 않을만큼의 위치까지 어떻게든 기어올라가라는 말과 더불어서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제게 많은 생각의 변화가 있었고 조금의 여유가 생긴것 같긴 하지만

여전히 무시당하거나 통제 당하는것 등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기도 합니다  

그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고 화를 내는 일은 현저히 적어지긴 했지만요....   

WR
2023-03-04 22:01:12

평소에는 잘해주시는 분들이기에
말씀대로 제가 과민하기도 했고,
또 생각해보니 제가 일이 적성에 잘 맞지 않아
늘 보수적으로 임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저에게는 진취적인 관점을 기대하지
않으시는 부분도 있네요.
거기에다 대화중에 붕 떠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 화가 나는 제 미숙함도 있구요.

어느정도는 오해도 있고 제가 자초한 부분도
있네요. 말씀처럼 앞으로 절치부심해서
이런 일이 없으면 좋고 있더라도
능숙하게 대처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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