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도 봄이 오나요? ④ (책상 수거하겠습니다)
- 1
- 2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5333877
(3편입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결론만 말하자면 1시부터 10시까지 거의 하루 종일 만났고, 상대방이 월요일 저녁에 시간되냐고 만나자고 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아래에 풀겠습니다. 이 정도면 책상 좀 받을 수 있을까요?
점심을 먹으며
(대충 상대방 사는 곳과 15분 거리 지하철 역에서 만나기로 했고, 5분 정도 일찍 도착해서 연락 보내놓고 기다리는 중)
(어깨에 톡톡)
젤: 뭐지...? (뒤를 돌아보며)
상: 나 왔어!
젤: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
상: ㅎㅎ 뭐 먹으러 갈까? 저쪽에 맛집들 모여있는 거리인데 가볼래?
젤: 그래!
(둘러본 뒤 전부 줄이 긴 것을 확인)
상: 음... 내가 아는 다른 곳 아는데 거기 갈래?
젤: 그러자 그럼!
(밥 먹으면서 서로 가족 얘기)
상: 나 근데 너네 가족이랑 되게 잘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아!
젤: (음?) 아 그래? ㅎㅎ
(형제 자매 얘기)
상: 헐 너도 그래? 나도 진짜 똑같아!
젤: (오?) ㅋㅋㅋㅋㅋㅋ 비슷하네
(좋아하는 노래, 색깔)
상: 헐 나도 그거 좋아해! 우리 비슷한 점 진짜 많다!
젤: (어...?) 어 진짜 그렇네?
이때 뭔가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짜고 치는 것도 아닌데, 취향이나 주변환경이 이렇게 똑같을 수가 있나 싶었어요. 혹시 내가 하는 답변을 듣고 따라하는건지 궁금해서 제가 먼저 물어봤습니다.
취향이 놀랍도록 똑같더군요. 거의 90% 일치했습니다.
상: 너 근데 밥 다 먹고 할 거 있어?
젤: 딱히 없는데? 왜?
상: 나랑 그럼 어디 좀 같이 가주면 안돼??
젤: 그래! 어디 갈건데?
상: 나 예전에 오랫동안 알바한 곳을 얼마 전에 그만뒀는데, 갖다 줘야 할 것 있단 말이야. 근데 무서워서 혼자 못 가겠어 ㅠㅠ
젤: (1년을 넘게 일한 곳인데 무섭다고...?) 그래...? 알았어 같이 가줄게
알바(였던 곳)
알고 보니 고급 초콜릿 가게였더라고요. 가게에 도착해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젤: 내가 같이 들어가줘야 돼? 아님 가게 앞에 있어줘?
상: (고민하다가) 아마 넌 외부인이라 안되겠지... 여기 앞에 있어줘
젤: 그래 알았어! 당당하게 갔다 와!
(나온 뒤)
상: 갔다 왔다 ㅎㅎ 밖에 나가서 좀 걷자!
젤: 그러자 ㅎㅎ
(쇼핑으로 유명한 거리를 걸으며, 한국 아이돌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상: 넌 아이돌 많이 봐?
젤: 아니? 아예 안 보는 편이야. 너는?
상: 나도 아예 안 봐. 방탄은 워낙 유명해서 알지만 딱 그정도?
젤: 오 그렇구남...
상: 사실 일본 여자들이 한국 남자들에 대한 환상이 있다?
젤: 아 그거 나도 들었어. 아이돌이랑 드라마 때문이지?
상: 응! 완전 다들 환상 속에 산다니까
젤: 환상을 깨버려서 미안한데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한국인은 그렇게 안 생겼어...
상: 아냐! 너도 티비 나오는 애들처럼 잘생겼어!
젤: (???) 어... 고... 고마워...?
상: 사실 친구가 사진 보여줬을 때도 너 보고 내가 귀엽다고 해서 친구가 소개시켜 준거야 ㅎㅎ
젤: 어.... 어....?
이 대화는 주작이 아닙니다. 전 아이돌처럼 생기지 않았습니다. 귀염상도 아닙니다.
솔직히 자뻑 좀 하자면, 잘생겼다는 얘기는 좀 듣는 편입니다. 근데 아이돌이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콩깍지가 씌인건지 모르겠습니다.
쇼핑 거리를 계속 걸으며
상: 떡볶이 좋아해?
젤: 음... 그다지? 왜?
상: 난 좋아해! 한인타운 쪽에 괜찮은 곳 없어?
젤: (이건 뭐 같이 가달라는건가? 나도 한 곳 밖에 안 가봤는데...) 음... 하나 아는데, 거기 주소 보내줄까? 너 친구가 보여준 내 사진 찍힌 곳이 거기야.
상: 아 그래! 보내줘!
젤: 인스타로 보내줄까?
상: 어... 아! 혹시 괜찮으면 라인으로...!
젤: (아 라인은 내가 트자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래!
(라인 친추 후 주소 보내줌)
보시면 알겠지만,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상대방이 주도 중입니다. 저도 안 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각을 재고 있는데 계속 저쪽에서 치고 들어오더라고요. 제가 답답해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취미, 취향 등에 대해 더 애기하는 중)
상: 노래방 가는건 좋아해?
젤: 음... 노래 듣는거랑 그냥 집에서 혼자 부르는건 좋아하는데, 노래방은 거의 안 가.
상: 왜??
젤: 음치라서...?
상: 엥 진짜?? 너 아까 잠깐 부르는거 보고 잘 부르는 것 같았는데...
젤: (?? 내가 언제 불렀지??)
알고 보니, 아까 노래 취향 얘기를 하다 제가 잠깐 한 소절 부른걸 말하더라고요. 과장 안 섞고 전 노래 관련 칭찬을 한 번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이것 말고도
- 요리 몇개 할 줄 안다 > 다음에 자기도 만들어 달라
- 악기 하나 하다가 그만뒀는데 다시 시작할까 생각중이다 > 자기도 들어보고 싶다
만나는 내내 당황 했습니다. 상대가 너무 훅 들어와서요.
저녁을 먹으며
저녁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강아지 트라우마 생긴 얘기부터 군대 얘기까지요. 군대 얘기를 생각보다 좋아하더라고요.
상: 너 되게 솔직해서 좋은 것 같아 ㅎㅎ 스윗하기도 하고
젤: 앗 ㅎㅎ 칭찬 진짜 고마워
예? 스윗이요? 내가 오늘 뭘 했더라?
- 상대방이 키가 작은 편이라 사람 많은 곳 지나갈 때 부딪힐 뻔할 때마다 어깨 살짝 잡아서 끌어주기
- 타코벨을 가본적이 없다고 해서 타코벨을 먹었는데, 상대가 화장실 갔을 때 쓰레기 다 버리고 정리하기
부딪히는거 막아주는건 에티켓이고, 화장실 간 동안 쓰레기 버린건 살짝 노린게 맞습니다. 그 외에도 몇번 더 있던 것 같은데, 대놓고 스윗하다고 말하니까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ㅎㅎ
상: 앗 나 이거 타고 집에 가
젤: 아 그래? 그럼 지금 갈래?
상: 아니! 입구 많으니까 다음거 나오면 그쪽으로 들어갈래
젤: 알겠어 그럼. 저쪽에 뭐 있나 가보자!
(계속 걸으며 얘기 중)
상: 너 한국 언제 간댔지?
젤: 화요일! (이걸 도대체 첫만남부터 몇번을 묻는거야?)
상: 화요일? 그럼 월요일 저녁에 만날래? 시간 괜찮아?
젤: 어... 그래! (이러려고 물어봤구나. 내가 눈치를 못 챘네 미안하다)
상: 나 월요일 저녁 쯤에 학교 근처에서 자격증 시험 하나 치거든, 그거 끝나면 연락... 보내도 돼?
젤: 당연히 되지 ㅎㅎ 학교 근처면 우리집이랑 별로 안 머네
상: 그럼 끝나고 바로 연락할게!
(시간 보니 10시. 젤리슈터의 다리는 이미 한계에 다달했다. 1시부터 10시까지 밖이라 슬슬 피곤하다)
젤: 저쪽으로 가면 너가 타야하는 역 나오네. 데려다 줄테니까 저고 타고 갈래?
싱: 데려다 주는거야? 스윗하네 ㅎㅎ
젤: ㅎㅎ... (피곤해...)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 보낸 뒤 잘 가나 확인 중. 상대방이 돌아보길래 손 흔들어줌)
대충 40분 쯤 지나고 이제 쯤 집에 갔겠지 싶어 연락을 보냈습니다. 잘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네요.
방학을 맞아 한국 가기 전날에 한 번 더 만나기로 했습니다.
연애 상담하는 불X친구들한테 "야 이거 내 착각 아니지? 상대가 설마 그냥 같이 노니까 재밌어서 또 놀자는거 아니지?" 물어보니까
"너 고X냐?"
"떼라"
"이 새X 다 끝난 싸움에 쉐도우복싱 하고 있네;;"
"이딴것도 질문이라고 하는거냐?"
이런 반응이 돌아오니까 실감이 납니다. 없던 설렘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어떻게 이 관계를 진전시키냐인데, 한국 가는 바람에 한 달 동안 못 만나게 생겼습니다.
진전시키는 방법을 고민해보며 4편을 마치겠습니다.
(책상은 아래 던져주세요. 제가 수거하겠습니다.)
- 1
- 2
1
2023-02-05 09:27:02
읽다보니 연애시절로 되돌어간거같은 셀렘이....두근두근 합니다!! 1
2023-02-05 09:57:10
제목에 책상수거라 하더니
2023-02-05 13:16:06
풋풋하네요! |
글쓰기 |
봄이 아니라 여름이 되어버려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