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은 내 친구
지난번에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었는데, 뼈가되고 살이되는 조언들 감사드립니다.
댓글들을 몇 번이고 읽으면서 권해주셨던 드라마도 보고 있고, 책도 구입해 읽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날이 왔으면 합니다.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예전에 진료받았던 선생님을 다시 만났고, 어떻게 다시 오셨냐고 물으시길래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최대한 요약하긴 했지만 뭔가 응어리졌던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쏟아낸 느낌이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고,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괴로운 생각들이 폭주하기 시작할 때, 약은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최소한 요즘에는 좋지 못한 충동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되었네요.
지금의 저는 지독한 좌절감, 우울함, 열등감 덩어리입니다.
앞선 글에도 적었듯이 저는 가정사정으로 인해 제가 도무지 잘 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적응에 실패해
어떤 보람이나 성취감, 뿌듯함도 느낄 수 없고 살얼음판만 걷다가 실수하면 스트레스받고 움츠러드는 십여년을 보냈습니다.
이 환경을 먹고 자란 열등감이 저를 잡아먹기에 이르렀고, 평가와 지적에 대한 공포는 불안장애가 되었습니다.
점점 긴장과 스트레스에 약해지고 예민해지며 시들어가는 자신을 보고 있으면 참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도 한때는 웬만한 일엔 눈도 깜짝 안하던 나름 근육근육한 건장한 사내였는데 말입니다.
제목에도 적었듯이 열등감은 내 친구입니다. 사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꽤나 괜찮은 느낌입니다.
열등감은 언제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결국 내 선택이 내 인생을 망쳐놓았으니 그것또한 내 무능이라고.
나는 존재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어쨌건 살아갈 것이니, 무능한 채로 살아갈 남은 삶을 어떻게 할거냐고.
저는 이 열등감을 없애 보려고 했습니다. 무언가를 더 잘하게 되면, 남들만큼 뛰어나지면 이 녀석은 없어질거야.
하지만 부족한 제게 남들만큼 유능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열등감은 점점 커져 이제 거인이 되었네요.
어쩌면 이 녀석도 힘들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또한 내 일부라면 즐거울 리가 없으니까요.
이건 좋지 못한 감정이니까, 질색팔색을 하면서 내게서 분리해내려 했던 게 잘못이었을까요.
이제는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의 어느 장면처럼, 이 녀석에게 제 이름을 붙여주고 단단히 끌어안아 주고 싶기도 합니다.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겨 버릇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시리즈 기능으로 엮어두긴 했는데,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글이라 끝을 어찌 맺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편안함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뒤늦게 절감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밤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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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 빠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