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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은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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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6 23:48:50

지난번에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었는데, 뼈가되고 살이되는 조언들 감사드립니다.

댓글들을 몇 번이고 읽으면서 권해주셨던 드라마도 보고 있고, 책도 구입해 읽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건강한 마음으로 살아갈 날이 왔으면 합니다.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예전에 진료받았던 선생님을 다시 만났고, 어떻게 다시 오셨냐고 물으시길래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최대한 요약하긴 했지만 뭔가 응어리졌던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쏟아낸 느낌이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고,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괴로운 생각들이 폭주하기 시작할 때, 약은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최소한 요즘에는 좋지 못한 충동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게 되었네요.

 

지금의 저는 지독한 좌절감, 우울함, 열등감 덩어리입니다.

앞선 글에도 적었듯이 저는 가정사정으로 인해 제가 도무지 잘 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적응에 실패해

어떤 보람이나 성취감, 뿌듯함도 느낄 수 없고 살얼음판만 걷다가 실수하면 스트레스받고 움츠러드는 십여년을 보냈습니다.

이 환경을 먹고 자란 열등감이 저를 잡아먹기에 이르렀고, 평가와 지적에 대한 공포는 불안장애가 되었습니다.  

점점 긴장과 스트레스에 약해지고 예민해지며 시들어가는 자신을 보고 있으면 참 만감이 교차합니다.

저도 한때는 웬만한 일엔 눈도 깜짝 안하던 나름 근육근육한 건장한 사내였는데 말입니다.

 

제목에도 적었듯이 열등감은 내 친구입니다. 사실 갑자기 떠오른 생각인데 꽤나 괜찮은 느낌입니다.

열등감은 언제나 귓가에 속삭였습니다. 결국 내 선택이 내 인생을 망쳐놓았으니 그것또한 내 무능이라고.

나는 존재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어쨌건 살아갈 것이니, 무능한 채로 살아갈 남은 삶을 어떻게 할거냐고.

저는 이 열등감을 없애 보려고 했습니다. 무언가를 더 잘하게 되면, 남들만큼 뛰어나지면 이 녀석은 없어질거야.

하지만 부족한 제게 남들만큼 유능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열등감은 점점 커져 이제 거인이 되었네요.

어쩌면 이 녀석도 힘들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또한 내 일부라면 즐거울 리가 없으니까요.

이건 좋지 못한 감정이니까, 질색팔색을 하면서 내게서 분리해내려 했던 게 잘못이었을까요. 

이제는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의 어느 장면처럼, 이 녀석에게 제 이름을 붙여주고 단단히 끌어안아 주고 싶기도 합니다.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겨 버릇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시리즈 기능으로 엮어두긴 했는데,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간 글이라 끝을 어찌 맺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편안함이라는 것의 소중함을 뒤늦게 절감하고 있습니다.

편안한 밤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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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2-12-07 00:25:44

응원합니다. 빠이팅

WR
2022-12-07 00:29:08

감사합니다. 함께 화이팅하시죠!

1
2022-12-07 01:07:43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죠
아마 호날두 손흥민도 열등감이 있을거예요
님말대로 없애야할 괴물이 아니라 친구처럼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으시길

WR
2022-12-07 08:24:24

제 짐만 커보여서 누구에게나 있을거라는
생각은 못해봤네요. 조금씩 다독이면서
앞으로 나아가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1
2022-12-07 09:26:14

열등감이 마냥 나쁜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만큼 발전할수 있는 원동력 또한 될수 있거든요

WR
2022-12-07 09:48:28

감사합니다. 해주신 말씀처럼
이번 건을 계기로 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조금씩이라도 발전할 계획을 세워보고 있습니다.

1
2022-12-07 11:06:32

저랑 좀 비슷하시네요. 공감이 갑니다.
아직 약에 의존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병원에 가지는 않고 있으나, 이따금씩 충동이 오긴 하더라구요.
다행히 나락으로 갈 만큼 강렬한 건 아니라서 그럭저럭 버티고 있네요.

WR
2022-12-07 11:18:32

다행입니다. 저도 증상이 통제불능할 정도로
극심하지는 않아 적은 복용량을 유지중입니다.
오히려 진료실에서 선생님께 이것저것 털어놓는
그 시간이 더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함께 버텨갑시다. 편안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1
Updated at 2022-12-07 11:47:28

제가 요즘 좌절, 실패, 자책 같은 응어리진 마음덩어리들을 안고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가 정말 심했었습니다.
LA에서 Atlant로 운전해서 가는 여정인데 4일을 호텔에만 있었어요. 행여나 다른 생각할까 봐요.

지금은 조금 괜찮습니다.
지난 일들에 관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되도록 안하려고 합니다.
급하지 않게 그리고 자신을 매몰아치려고 하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남들한테는 티를 안내는데 속이 곪더라구요.
그냥 버티려구요.

언젠간 다시 올라올 순간이 있을거고 그땐 두번 다시 무너지지 않으려 합니다.

Polken님도 잘 버텨내세요. 분명 그 터널의 끝이 있을거에요.

WR
1
2022-12-07 12:08:20

고생하셨습니다.
속이 곪는다는 표현이 와닿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힘들고 하다보니
끝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희망을 되새기게 도와주셨네요.
싱크탱크님도 저도 끝까지 잘 버텨내서
좋은 날을 맞기를 소망합니다.

1
2022-12-07 13:20:01

아직 저도 과정에 있습니다.
이겨내려고 겨우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Polken님께서는 처자식 때문이지만 저는 70대가 되신 엄마 때문에 차마 그러지 않았습니다.

내 선택에 대한 이해를 바라는 건 정말 그릇된 생각이더라구요.
저희가 생각했던 것들을 행한다면 남아있는 가족들이 한평생을 고통 받고 사실게 눈에 보여서요.
그와 관련한 인터뷰나 가족들의 얘기를 보았는데... 그건 너무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온갖 나쁜짓 다하고도 철판 깔고 사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지은 죄도 없는 내가 왜 이리 숙여살아야 하나 말입니다.

해보고 아니면 마는 거고... 또 다른거 찾음 되는거고... 실수하면 인정하고 되풀이 안하면 되는거고...

그리고 내가 가진 장점들이 있을텐데 그걸 다시 일으켜 세워보자.
뭐 그런 마음들이요. ^^

순간순간 한없이 무너질때가 있습니다. 정말 가지고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더라구요.

그땐 "x발 어쩌라고" 한마디 외치고 그 생각을 멈춰버립니다.
너무 soft하게 살아왔던거 같아요.
충만했던 부산 사나이 기질을 조금씩 일깨우려 해요.

저 나름대로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저희에겐 가볍게 가볍게 가는 발걸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WR
1
2022-12-07 13:25:35

잘못을 하고서도
뻔뻔하게 잘 사는 사람도 많은데
난 잘못한게 없는데 왜 이래야 하나.
X발 어쩌라고.
제가 최근 하는 생각들과 정확히 같습니다.
마지막 줄은 좀처럼 잘 안되지만 노력해봐야죠.

좋은 하루 보내시고, 화이팅입니다.

1
2022-12-08 07:07:17

글 계속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번 글에도 댓글 달았지만,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그래서 원글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으로서,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WR
2022-12-08 10:41:20

감사합니다.
이해받는 느낌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저도 huntinghawk님도 화이팅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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