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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후기 (스포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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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 19:42:55

이정재.. 그는 연기자가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연기 잘하는 감독으로 불러야 마땅합니다.

헌트의 장르를 말한다면 첩보, 액션, 시대극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정재 감독은 세가지 장르 모두를 세련되면서도 묵직하게 다뤄냅니다. 특히나 첩보물의 본질인 긴장감을 왼벽한 리듬으로 지휘해냅니다. 실마리를 던지고 갈등을 심화시키고 서스펜스를 폭발시키는 일련의 과정에서 관객은 일말의 위화감도 느낄 수 없습니다. 감독이 설계한 리듬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총격전의 한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긴장감을 다루는 방식 중 많은 부분이 인상깊었지만 꼭 하나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감독으로서 이정재의 포텐셜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안기부 부장캐릭터 입니다.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대개 이런 캐릭터는 단순히 정부의 꼭두각시, 인간성을 저버린 비열한 인간 정도의 역할로 소비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정재 감독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부장의 힘이 단순히 정치력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킴으로서 갈등에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수많은 감독들이 손쉽게 소비하는 캐릭터지만 이정재 감독은 작은 차이를 통해 갈등에 개연성을 만들고 영화의 서스펜스에 단단함을 부여합니다. 감독으로서의 성실함과 감각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시대극을 다루면서도 시대에 매몰되지 않은 점이 인상적입니다. 광풍의 이데올로기 시대를 다룬 많은 영화들이 시대의 이데올로기에 집중해 불의에 맞서는 인간을 그려왔습니다. 이 영화는 이데올로기의 중심부에 있는 인간들을 그리면서도 완전히 이데올로기로부터 분리된 인간들을 그립니다. 이러한 시도는 자칫 억지스러워 보이기 마련이지만 이정재 감독은 인물의 서사를 정성스럽게 풀어내 인물들의 신념에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빌드업해줍니다.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한 줄 평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5성 호텔 출신 제빵사가 만든 쫀득한 초코 퍼지 같은 첩보물. 오늘의 성실함을 끝까지 유지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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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8-14 21:04:41

재밌으면서 슬펐네요! 그래도 글래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 같아요. 또 이런 스탈 영화도 없는 듯 하고요! 리뷰 잘 읽었어요!

2022-08-14 22:11:11

재밌게 봤습니다. 대사가 안들린다는 얘기를 듣고 가서 그런지 괜시리 대사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그래서인지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대사는 다 들렸습니다) 

느슨해지는 것 없고, 쓸데없이 불필요한 장면없이 죽 직진으로 끝까지 텐션있게 치고나가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정재는 이제 충분히 감독으로 불러도 될 만한 연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에 개연성을 따지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흥미 위주로는 충분히 괜찮았다고 봅니다.

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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