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인간을 만났네요.
방금전에 겪은 일입니다.
일마치고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리자 마자 제 앞쪽에 있던 남자가 두세계단을 뛰어올라 가더니
한 여학생을 불러세워 뭐라고 합니다.
불러 세우기가 무섭게 오른손을 치켜들고 때리는 제스쳐를 하면서 X발X아라고 하길래 반사적으로 튀어 올라갔고 둘 사이를 일단 막고 왜그러시냐 말로 하셔라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술취한 사람같기도 하고 꽤나 폭력적이길래 여학생을 먼저 올려보내고 난뒤 바로 너 몇살이야를 시전합니다. 그말 나오고 부터는 뭐 저도 너는 몇살이길래 그러냐 물으니 50이다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길래 좋겠다 나이를 그딴식으로 쳐먹어서라고 받아쳐주고 그 뒤는 뭐 죽이네 살리네 하면서 역을 올라왔네요.
올라와서 보니 여학생의 아버님이 울고 있던 딸에게 얘기를 들으셨는지 ‘아저씨가 우리 딸한테 말걸었어요?’라고 젠틀하게 말을 거셨는데 꽤나 왜곡되게 따지듯이 얘기하는 꼴이 하도 열받아서 옆에서 거들었습니다.
그사람 주장은 ‘자기가 먼저 여학생을 치고 갔는데 여학생이 보복성으로 자기를 앞지르며 자기 발을 일부러 밟았다’는 겁니다. 사실관계를 떠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폭력성이 너무 강한 사람이고 저 한테도 대뜸 죽여살려 하길래 여학생 아버님께 신고하시라고 하고 같이 기다려 주었습니다.
여기까지가 팩트인데 경찰이 와서 하는 행동이 참 열받네요. 일단 따로 떨어져 그남자와 얘기하고 또 여학생과 얘기 좀 하더니 그냥 사과받고 끝내라고 하는데 아버님은 너무 젠틀하시고 그 남자는 사과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고개만 까딱 미안해요라고 하고 끝이랍니다.
경찰이 오기전에 이런일을 자주겪었는지 아버님께
‘경찰서 가실거에요? 가도 뭐 별거 없을거 같은데’ 했던
그 남자의 말대로 된것도 열받는데 그런 공포와 모욕을 주고도 고개 까딱으로 정리된다는게 참 열받네요.
경찰이 저한테 다가와서 ‘이제 가셔도 될 것 같아요’
하길래 아버님과 서로 인사하고 ‘이게 끝이에요?이렇게 모욕을 주고?’ 라고 되물으니 ‘ 그럼 뭐 어떻게 해드릴까요?’라고 비꼬듯 얘기하길래(이건 제 주관적이 기분입니다만) ‘ 제 딸이었으면 반 죽여놨어요’ 라고 하니까
‘아 뭐 그런일이 생기시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하는 경찰을 뒤로하고 참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이제 비빔면을 먹을까 합니다.
폭력적인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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