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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우육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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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5 19:29:12

 정말 오랜만에 음식 관련 글을 쓰네요. 

 원래 음식점 글은 잘 안썼는데, 이번에는 음식점 글입니다.

 

예전 글에서도 몇 번 남겼습니다만(안 보셨겠지만.)저는 국수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리고 만두도 좋아하죠. 

 그 몸에서 원초적으로 당기는 정제된 탄수화물과, 탄력을 이끄는 글루텐, 심지어 글루텐 이놈은 표면을 매끈하게 해주어 입술과 혀에서 감기는 촉감까지 줍니다. 이 악마 같은놈.

 거기에 아미노산이 잔뜩 녹아있는 궁물과,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될 나트륨까지, 싫어하기 힘들지요.

면이 없는 삶이란.......

 

 뭐 어쨋든, 며칠 전 일이 있어 광화문에 가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시청쪽이군요. 거기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흠..... 고민될 땐 역시 국수. 

 하지만 이 세상에는 국수가 너무 많습니다. 이탈리아의 파스타, 한국의 냉면, 일본의 라멘, 태국의 꿔이짭, 베트남의 포, 중국의 뺭뺭면, 완탕면, 우육면... 아, 우육면이 떠오르자 앞의 다른 국수는 생각도 안 나더군요, 저는 그 정도로 우육면을 좋아합니다.

 

 우육면도 종류가 좀 나뉘는데, 저에게 있어서 베스트는 소고기 뭇국(곰탕도 좀 비슷)에 수타면과, 마늘싹, 고추기름을 올린 란저우식입니다.

 

 요런 퀄리티.... 면도 얼시(조금 굵은)로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반죽을 떼서 수타로 몇 번 탁탁 쳐서 만들어 주는데, 말도 안 되게 탄력적인 면이 입에서 춤을 추는 극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국숫집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고(이놈의 코로나), 그나마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게 대만의 우육면.

 대만식 우육면은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수타면을 쓰는 란저우식과는 달리 칼국수 면을 쓰는게 기본입니다.

국물은 깔끔한 란저우식과는 달리, 아롱사태와 오향(진피,팔각,계피,회향,정향 등 다섯가지 향)과 얼음설탕, 간장, 화초가루, 고추 등을 진하게 우려내서 거기에 칼국수면과 쏸차이를 올려 먹는게 기본입니다. 국물 색도 보약 같이 진하고, 어째 한약향이 나는 스타일입니다. 이것도 나름대로 매력이 있지만요.

 

 청계천 우육면관은 대만식과 란저우식을 조금 섞어 놓은 듯한 스타일입니다. 국물은 대만식이지만, 국수는 수타면 같은 질감이구요.

 뭐 어쨋든 거기로 고고, 가니까 미슐랭 빕구르망 선정이라 그런지 줄이 길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줄을 서가면서 먹지는 않았을테지만, 웬지 돌아가기 귀찮아서 잠시의 웨이팅 이후 들어갔습니다.


 

내부도 좀 좁습니다, 웨이팅에 좁은 내부까지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어야겠죠?

 주문한 우육면 특, 보통과의 차이는 고기의 차이입니다. 우육면 일반은 아롱사태만 들어가고, 특은 차돌박이 등 몇 가지 부위가 더 들어갑니다. 

 

여기에 고수를 추가하고 싶으면 셀프로 가져와서 넣으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그 옆에 공깃밥도 있습니다. 맛있는 국물에는 밥을 말아먹어야 하는 한국 특유의 문화죠. 

 저는? 고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많이 넣었지만, 일행은 먹지 않았기에 저만 넣어 먹었습니다.

 사진은 안찍었지만 앞에 보이는 반찬통에는 쏸차이와 고추기름이 담겨있습니다.

쏸차이는 정통 사천식은 아니고 한국식으로 변형시킨 듯한 맛이였습니다. 훨씬 덜 시고, 매웠습니다.

그리고 고추기름, 맛있는 고추기름은 잘 말린 고추와 씨앗에 뜨거운 유채씨 기름과 충분한 통깨를 넣어 상당기간 숙성시켜 나오는 고소한 맛이 특징인데, 우육면관의 고추기름은 고춧가루를 쓴 느낌이였습니다. 씨앗이 내는 향이 잘 안 느껴졌고 고소함보다는 매운 통각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방식인 면을 덜어 고추기름을 듬뿍 뿌려 기름면으로 비벼먹는 레시피는 불가하고 국물에 살짝 얹어서 향을 살리는 정도로만 응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면의 굵기 선택이 불가한게 조금 아쉬웠네요. 우육면의 굵기는 몇 가지로 선택이 가능한데

보통 제가 즐겨먹는 얼시는 직경4mm정도, 싼시는 3mm, 시는 연필심 굵기고, 마오시는 소면 굵기입니다.

 이 집의 면은 싼시 정도 굵기이고, 면의 80%정도 익힘정도로 나옵니다.

 

같이 주문한 오이소채

 우육면엔 오이소채가 뭐 당연한거라.... 저는 오이를 좋아하진 않지만, 중국식 오이요리는 좋아합니다.

이 또한 현지식은 아니고 새콤달콤 좀 더 피클에 가까운 맛, 저는 현지식 파이황과 느낌을 훨씬 더 좋아하긴 합니다.

 

 위에서 이것저것 엄청 까긴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운 맛이였습니다. 해외를 갈 수 없는 현재 국내에서 이 정도면 어디냐 싶을 정도였죠. 

 국물은 거의 현지 맛을 구현해 냈고, 국수 역시 굵기 선택을 못하는게 아쉬울 뿐 질감이나 익힘정도 모두 좋았습니다. 

 곁들이는 쏸차이나 고추기름, 오이소채는 현지화가 어쩌면 필요할 수도 있는 부분이였기에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구요.

 

 주위에 가실 일이 있고, 우육면을 평소에 엄청 좋아한다 싶으신 분들은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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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5-15 19:30:19

비오는데... 반칙 아닌가요

WR
2021-05-15 19:32:09

아쉬운 대로 라면이라도.....

2021-05-15 19:38:22

우육면 안 먹어봤는데 넘 맛있겠네요.
도쿄에 맛집으로 아시는곳은 없나요?

WR
1
2021-05-15 19:44:13

도쿄에 여기저기 팔긴하던데 굳이 도쿄에서까지 찾아 먹어보진 않았습니다. 일본국수먹기 바빠서요. 오래사신 분들이 잘 아실듯.

1
Updated at 2021-05-15 20:52:44
일본인 지인중에 중국주재원하다 귀국해서 본토 중화요리 매니아가 있는데

진보쵸의 馬子禄란 곳의 우육면이 맛있다고 했었어요

https://tabelog.com/tokyo/A1310/A131003/13212190/ 

보니깐 디오니쏘스님이 말씀하신 란저우식이네요

2021-05-15 21:04:07

아 감사합니다!!!

전 근데 우육면은 경험이 없어서 어느 방식이든 괜찮을꺼 같아요!!

1
2021-05-15 21:09:22

원래 코로나 전에는 점심때 줄선다고 했었어요

지인 말로는 진짜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2021-05-15 21:16:04

제가 사는 곳 근처에도 있나 찾아보는데 비쥬얼이 다르네요.(알려주신 곳은 그냥 봐아고 지대로이네요!)
일단 사는 곳 근처에서 먹어보고 가볼지 바로 가볼지 고민입니다.

2021-05-15 19:40:03

우육면 정말 좋아하는데...먹을 곳이 마땅치 않은데...우육면관은 정말 완소죠

WR
2021-05-15 19:45:39

이 정도면 감지덕지죠.

2021-05-15 19:43:22

란주식을 표방하는 곳으로 종로에 샤오바오 우육면이라는 곳도 있습니다!만은...
설명을 듣고나니 팔각향도 나던거같고 정말 란주식인가 싶긴 하네요

WR
2021-05-15 19:48:26

샤오바오도 개인적으론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이드로 파는 꿔바러우가 조금 아쉽지요.

2021-05-15 19:47:10

 여기 아내와 산책하다 식사 시간이 아니라서 웨이팅 없이 들어간 곳인데 그때도 맛있다 싶었습니다.

WR
2021-05-15 19:49:08

산책하기에도 정말 좋은 곳이지요.

2021-05-15 20:11:00

잘 보고갑니다 맛집 글 종종 올려주세요

WR
2021-05-15 20:34:11

재미있는 음식얘기 종종 올리겠습니다.

2021-05-15 20:13:00

부산은 수림식당 강추합니다

WR
2021-05-15 20:34:47

부산에도 맛집 많지요.

2021-05-15 20:25:11

오 감사합니다 다음에 들려봐야겠네요 ㅎㅎ
전 시청 역 근처 빌딩 지하 푸드코트에 있는 홍콩 우육면 집 많이 가고 있습니다.
빌딩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영빈루 반대편 건물 지하에 있는 곳입니다.

괜히 이야기 꺼냈는지 영빈루 고기짬뽕이랑 홍콩 우육면 생각 너무 나서 침 고이네요...

WR
2021-05-15 20:56:21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2021-05-15 23:52:33

오한수 우육면가 아닌지요.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1
2021-05-15 21:15:28

 가봤었는데 괜찮았습니다! 육수가 구수하면서도 한약재가 들어갔는지 먹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맛 이었죠

1
2021-05-15 23:53:16

잘 봤습니다.
늘 웨이팅이 길어 못 갔었는데 오래 기다리더라도 갈 걸 그랬네요.

1
2021-05-16 07:30:25

타이완 식은 이렇군요?
프랜차이즈 리선생 라면 맛이 날 것 같은 비주얼이네요.
매일 먹지만 오늘 점심은 우육면으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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