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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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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6 22:15:47

이번 주에 회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네요...

저는 1년 전 지금 회사로 이직해서 경영기획 팀에서 일하는데 저희 팀을 이끄는, 그리고 저를 뽑아줬던 상무가 사실상 번아웃이 와서 퇴사를 선언 한겁니다.

이 분이 왜 번아웃이 오고, 왜 나가기로 결정했는지 이해 못할 사람은 이 회사에 아무도 없다시피 합니다. 일도 잘하고 그 만큼 고생도 정말 많이 했고 자기 삶이 없었어요. 대부분 조직의 경영기획/전략기획 부서가 그렇긴 하지만요. 그리고 저 포함한 팀원들도 타 팀 대비해서 극악의 근무강도로 같이 고생 했고요.

 

문제는...저희 팀 구조가 좀 특이하고 평균연령이 젊기도 해서 상무와 저 사이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총 커리어가 10년이 채 안되고 현 회사에서 1년 근속 했고, 직급은 차장인데 위에 부장도 이사도 없습니다.

이 말인 즉슨 새로 상무가 뽑히기 전 까지 (분위기 상 금방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분이 하던 업무 및 책임도 사실상 제가 대행 역할을 많이 해야한다는 것이죠 (특히 수많은 사장님 보고 업무). 부사장도 그런 비스무리한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고요.

(연 매출이 조 단위인 회사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 코메디 같기도 합니다.....)

 

일단, 걱정과 어마어마한 압박감이 첫째로 느껴지고요.

그리고 억울함도 엄청 느껴집니다. 내 직급과 내 월급 받으면 상무가 짊어지던 책임이 저한테 던져질테니요. 이미 이번주부터 예행연습 식으로 경험 했고요.

경영기획팀 상무라 다른 여타 상무보다 사장님 직보 횟수도 훨씬 많고, 비즈니스 관련 결정을 내려야할 경우도 매우 많거든요.

벌써 어제도 저희 팀에서 급하게 결정 내줘야 회사가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생겨 사장님 미팅과 미팅 사이 남는 짜투리 시간에 치고 들어가서 보고 올리고 결정 받고 그랬네요.... 

 

물론, "이런 위기가 너에겐 엄청난 기회일 수 있어!" 라고 주변 지인들이 말합니다.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긴 하죠. 분명 또 한번 성장 및 도약을 할 수 있겠죠.

근데 너무 큰 위기이자 부담이자 억울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솔직한 말로 회사에서 상황이 이러니 저한테 적당히 월급인상이나 승진 같은 당근 던져주며 "이 정도 챙겨줄테니 일단 너가 잘 매꿔나가봐" 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당분간 짊어져야할 짐은 그거의 몇배 이상일테니까요.

 

갑자기 닥친 상황에 이번 한 주 동안도 매일 별의 별 업무 다 챙겨보고 상무 대신 해서 별의 별 미팅 다 들어가고...멘탈 체력이 방전이 된 느낌입니다.

 

이직하고 첫 1년 간 야근도, 점심시간 근무도 밥먹듯 하며 "이제 좀 자리 잡았으니 2년차인 올 해는 좀 순탄하겠지?" 라고 생각 하던 찰나에 세상이 180도 바뀐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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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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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3-06 22:20:01

최소한 지금 하시던 일은 넘기셔야 해요..
안 그러면 기회고 뭐고 번아웃부터 올듯..

WR
2021-03-06 22:20:06

그게 쉽지가 않은게 팀원들이 다 전체적으로 한 단계씩은 과부하가 걸릴 거고 제가 저희 팀내 각 파트별 업무를 좀 종합(?) 하는 업무라 누구 하나에게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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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6 22:25:59

기회라기 보단 위기입니다. 위기.
일단 갈아지실거구요.
향후 빠른 연봉 인상과 1계급 승진은 가능해 보입니다.
미친듯이 열심히해서 구멍을 메울수도 있고
오히려 성과를 낼지도 모릅니다.
주변의 칭찬과 신임, 그리고 장미빛 회사 생활을 꿈꿀때쯤 외부인사가 입사하든 발령나든 해서 하고 계신 업무를 뺏어갈겁니다.
빈자리를 언젠가는 채워야 하고 코비클러치님을 상무 발령 낼건 아닐테니까요.
다음번 번아웃은 코비클러치님이 되실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거절할수도 없고 선택의 여지는 없겠죠...
향후 업무에 애착없이 시원하게 넘겨줄 수 있게 잘 조절하시기 바랍니다.

WR
2021-03-06 22:29:20

조언 감사합니다.

오히려 스스로가 너무 갈리지 않게 (물론 그래도 어쨋든 개고생 하겠지만) 조금은 속도조절을 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3
2021-03-06 22:28:39

어차피 그 상무 만큼의.기대치는 없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그 상무 만큼.할줄 알면 상무 시키겠지요. 본인 역량껏 하시면 내부적인 조치가 있을 겁니다.

WR
2021-03-06 22:29:37

조언 감사합니다!

1
2021-03-06 23:06:13

틈 봐서 이직 준비하셔요...그러면서 연봉협상 하시구요

WR
2021-03-06 23:28:51

"꼭 이직해야지!" 라는 마인드는 아니더라도 사람 일은 모르니 여기저기 눈과 귀를 열어 놓으려고요 ㅎㅎ

1
2021-03-06 23:09:40

엄청난 압박감에 많이 불안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임원들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너무 불안하면 자신을 운전자가 아닌 승객으로 생각하고 여행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물 흘러가듯이 지내시길 바라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뭘 더 해 드리면 임원들이 좋아할까' 정도를 고민하시면 그 불안이 좀 해소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WR
2021-03-06 23:30:08

조언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그간 직급 대비 사장님 포함한 임원 보고 경험할 기회가 상당히 있어서 보고 자체가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오진 않습니다.

그거보단 이제 보고할 내용의 스콥이 넓어지니까 제가 다 확실히 알지도 못하면서 보고해야할 상황이 자꾸 올 것이 걱정되네요...

1
2021-03-07 00:06:29

번아웃 와서 타 회사로 옮겼더니 여기도 만만찮게 굴려서. 그냥 다들 이정도로 일하는 구나 로 생각하게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WR
2021-03-07 01:33:42

사실 같은 직군이면 어느 회사로 가도 워라벨은 비슷비슷 하더라고요...ㅎㅎ

1
2021-03-07 00:07:49

엄청난기회라...
과연 그 시스템에서 그런게 가능할까요?

WR
2021-03-07 01:34:25

그러게요...단지 밑 사람 일이 아닌 헤드의 일을 대체하니 사장 포함 고위 임원들 대상으로 하는 업무가 늘어나 어필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 정도겠지요...?

2
2021-03-07 00:56:56

분명한건 기회는 절대 아니네요.
과도기의 도구로 부려먹어진 다음에, 안정기가 오면 다시 있던 자리로 원상복구될수도 있겠네요.
이직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계셔야 할것 같아요.

WR
2021-03-07 01:35:24

솔직히...이 짧을지 길지 모를 이 과도기에 고생 시키는 댓가로 한 단계의 승진과 연봉인상을 준 다음, 곧 상무가 새로 뽑혀와서 다시 이 막중한 책임과 업무를 새로온 상무가 가지고 간다면 그나마 현 상황에서 그릴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모든 일은 계획대로 가지 않지만요...

1
Updated at 2021-03-07 00:58:17

육아휴직이나 기타 휴직권해드려요. 그리고 이직 준비 어떨까 합니다.
무책임하다 할 수 있겠지만 굳이 힘든 길을 알고 선택하실 필요가 있을까 하네요.

WR
2021-03-07 01:36:03

너무나도 힘든 길일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근데 매번 힘들 때마다 관두고 옮기고 그러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고....근데 또 그렇다기엔 이번 사안은 보통 접하는 "일반적인" 힘든 일은 아니긴 하죠...

1
2021-03-07 08:28:59

무책임한 이야기 같지만, 이직을 하시든 근속을 하시든 기회이자 위기인 지금 상황을 잘 넘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근속을 하시게 되면 님의 위치는 공고해지실 것이고, 설령 타회사로 이직을 하셔서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되도 슬기롭게 넘어가실 수 있겠죠.

식구가 있다면 식구도 중요하시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작성자 본인이실 겁니다. 잘 추스리시면서 상무님처럼 되지 않으시길 바래볼 뿐입니다. 건승하십시오~^^

WR
1
2021-03-07 17:17:39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1
2021-03-07 08:46:19

음... 저는 일단 이게 기회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거나 이직을 권하는 분들이 많다는 부분에서 먼저 놀라고 글을 씁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은 기회입니다. 몇가지 다운사이드나 걸릴만한 점은 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기회입니다. 설명을 드리자면,

- 장점: 상무 레벨의 업무 scope을 굉장히 낮은 기대치를 가지고 경험해볼수 있음, 회사내에서 그동안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볼 기회가 적었던 팀/사람들과 얘기가 가능, 의사결정에 가깝게 다가갈수 있음, 향후에 상무가 채용되더라도 회사에서는 코비클러치님을 백업으로 생각하고 중요한 위치를 맡게 할것

- 단점: 업무과중을 통한 번아웃의 위험

이렇게만 보면 저는 장점에 비해 단점이 훨씬 적다고 봅니다. 번아웃 여러번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이건 딱히 윗사람의 일이 아니더라도 중요하고 전략적인 일을 성장하는 회사에서 맡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싸워야 하는 그림자 같은 녀석이라서, 딱히 이번 경우에만 만나게 되는 놈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관건이 될수 있는 부분은,

- 관건: 외국계 브랜드의 지사라면 의사결정의 폭이 굉장히 좁아지므로 상무레벨의 scope가 대단하지 않을수 있음 (본사 과차장 자리가 지사 이사/상무보다 더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음), 경영기획이라는 업무가 재무 비슷하게 숫자를 맞추고 취합하는 업무라면 위로 올라가더라도 업무의 난이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을 것이기에 이 경우에는 상무 레벨 경험하는게 별 의미가 없음, 미래에 하고싶은일이 경영기획이 아님

위의 상황이라면 장점이 많이 약해지는거라 이경우에는 무조건 업무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쓸데없는 일 줄이고 현재 가장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지가 어디인지를 파악하여 팀이 전부 달려들어 그 부분 프로세스 효율화를 하는게 우선이 되어야할것 같습니다. 근데 그렇더라도 장점이 단점보다는 크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WR
2021-03-07 17:21:35

안녕하세요 powerade 님, 먼저 조언 감사합니다.

저희 팀이 재무 조직처럼 숫자를 껴맞추고 취합만 하는 그런 수동적인 팀은 아닙니다.

몇가지 예를 들자면 반영 여부와는 별개로 당월 판매량 결정 부터 공장 생산플랜에도 반영 될 수 있도록 판매 전략 등의 proposal 도 충분히 제안을 하는 팀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것 처럼 업무 효율화에도 초점을 맞춰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다소 쪽팔릴 수 있더라도 상무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중요도에서 떨어지거나 그런 업무는 뭉개고 못한다고 어필을 한다거나 등등...

1
Updated at 2021-03-07 10:13:53

그 회사에서 경영기획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데요. 지금까지 핵심부서로 취급해서, 승진이나 월급, 성과급 등을 잘 챙겨준 회사라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팀은 경영기획인데 핵심부서라기보다 회사의 주인없는 기피업무를 해와서 승진이나 성과급등이 없는 부서라면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열심히 일해도 몸만 번아웃되고 성과는 당연한 것으로 보는경우가 많죠.

글쓰신 분이 사장님과 밀당을 할정도로 사내정치력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기회가 아닌 위기의 연속이라 생각합니다.

WR
2021-03-07 17:22:13

핵심부서 라는 측면에선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실제로 사장님한테 직접 보고하며 다양한 의사결정을 합니다.

하지만 월급과 성과급을 별도로 잘 챙겨주느냐? 그건 아닙니다 ㅠㅠ

1
2021-03-07 10:36:43

승진되는게 아니라면 일만부리고 팽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능한 상무님이 왜 퇴직했을지 생각해보시고 더 위로 올라갈 야망이 있으면 기회지만 그게 아니라면 승진시켜달라고 언질하시고 일은 되도록 미루세요.

WR
2021-03-07 17:22:33

일단 회사에서 어떻게 나올지 한달 정도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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