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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나는 짜장면 배달부가 아니다 /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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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4 15:15:42

  화가가 되고 싶었다. 대학 때는 국문과를 그만두고 미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4년 내내 그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 갔다. 병아리를 키워 닭이 되자 그것으로 삼계탕을 끓였는데 그걸 못 먹겠다고 우는 사촌을 그리려고 했다. 내가 그리려는 그림은 늘 누군가가 이미 그렸다. 짜장면 배달부라는 그림. 바퀴에서 불꽃을 튀기며 오토바이가 달려가고 배달 소년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자 짜장면 면발도 덩달아 불타면서 쫓아갔다. 나는 시 같은 걸 한 편 써야 한다. 왜냐구? 짜장면 배달부 때문에. 우리들은 뭔가를 기다린다. 우리는 서둘러야 하고 곧 가야 하기 때문에. 사촌은 몇 년 전에 죽었다. 심장마비였다. 부르기도 전에 도착할 수는 없다. 전화 받고 달려가면 퉁퉁 불어버렸네. 이런 말들을 한다. 우리는 뭔가를 기다리지만 기다릴 수가 없다. 짜장면 배달부에 대해서는 결국 못 쓰게 될 것 같다, 부르기 전에 도착할 수도 없고, 부름을 받고 달려가면 이미 늦었다. 나는 서성일 수밖에 없다. 나는 짜장면 배달부가 아니다.


최정례,『개천은 나의 홈타운』, 창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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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려는 그림은 늘 누군가가 이미 그렸다."

(한유주: "내가 쓰고 싶었던 문장들은 모두, 오래전부터, 당신들에 의해 쓰였다. 나는 읽어본 적이 없는 문장들을 베끼고 또 베낀다.")


"부르기 전에 도착할 수도 없고, 부름을 받고 달려가면 이미 늦었다."

"나는 서성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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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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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4 18:10:46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772

 

얼마 전에 돌아가셨죠. 관련된 기사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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