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노후와 결혼과 교육
전통적인 생각으로는 자식이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지는게 당연할 것 입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고 계시죠. 과거처럼 대가족으로 같이 살면서 금전적으로 뿐만 아니라 그 외 모든것을 다 같이 하는 그런 형태는 아니더라도 달달이 돈을 보내는것을 당연한 자식의 도리로 여기시는 분들도 많을 것 입니다.
90년대생인 제 경험으로는 제 부모님 세대는 저희 세대에게 많은것을 투자하려고 하셨습니다. 공부를 통해서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믿음이 있으셨고, 어떻게든 자식이 더 좋은 성적을 내게 하기 위해서 가끔은 지나칠정도로 몰두하셨던 분들이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 투자였습니다. 내 자식에게 내가 가진거 다 투자해서 성공하게 한 다음 나중에 같이 잘먹고 잘 살겠다는 투자요. 내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기도 했을 것 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그러셨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등학교때 절대 학원 안다니겠다고 과외 안받겠다고, 대학도 전액 장학금 받는곳 아니면 안가겠다고 난리쳤을때 그렇게 걱정하셨을 것 입니다. 단순히 제 미래가 아니라, 이것이 미래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경제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리셨을테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자식에게 제 노후를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제 스스로 책임지고 싶습니다. 국민연금같은 제도를 통해 국가나 기관으로부터 보호받는것 까지는 좋은데 제 부모님이 제게 그랬던 것 처럼 제 자식에게 그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보자면 이게 참 힘듭니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제 앞길은 아직도 많이 불안하고 불투명하거든요. 스스로의 노후는 고사하고 당장 나이 4~50대에 내가 살 집은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국가나 기관이 제 노후를 책임져 줄 것 같지도 않구요...제 앞가림도 정말 어려운거죠.
한편으로는 나이를 조금씩 먹어갈수록 실제로 투자를 많이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성공을 하긴 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일단 대체로 잘사는 동네에 사는 친구들 성적이 더 좋았고, 더 좋은 대학에 갔었고, 나중에 더 좋은곳에 취직하더군요. 일이 잘 안풀리더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고 공부하는 기술을 이미 익혀서인지 여러 시험에도 곧잘 통과하더군요. 이런 사례들은 나중에 내가 자식을 가지게 되면 내 부모님처럼 완전 올인하는 투자는 못해주더라도 남들에게 밀리지 않을만큼의 지원과 학업적 도움은 주어야만 하겠구나 라는걸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저런 학업적인 지원의 가장 큰 영역은 사는 곳 입니다. 그리고 그 집은 정말로 비싸고 아마도 투자한 주식이 대박이 나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번생엔 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부모님을 당연히 외면하지도 않을 것 입니다. 감정적인 골은 이미 깊을대로 깊어져서 대화를 나누거나 만나는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저를 굶기지는 않으셨습니다. 저도 그 책임은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부모님 세대의 많은 분들은 안정적인 연금이나 재산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 것이기에, 저와 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입니다.
이런 조건들을 생각하면 자식을 가지기란, 아니 가족을 꾸리기란 참으로 부담스러운 것이고 가끔은 정말로 도망쳐버리고 싶습니다. 당장 제 앞가림 하기도 어려운데 내 부모님은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싶고 그런 와중에 자식을 낳는다면 내가 내 자식에게 부모로서의 도리, 남들에게 꿀리지 않을만큼의 지원과 학업적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나면.... 아득해집니다. 만약 그러지 못했을때 내 자식은 무슨죄일까 싶구요.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뻔히 눈에 보이는데... 생각하다보면 나는 한국에서 가족을 꾸릴 자격이 안되는거구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 내 수준에서 내가 평생 벌 수 있는 돈이 대략적으로 그려지는데, 그 돈가지고는 정말 어려울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결과도 있을거라는 포부를 가져보기엔, 제가 봐왔던 제 부모님이나 다른 분들의 커리어는 그렇지 못했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저는 제 개인적인 성공만을 꿈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나 집중하자는거죠. 과거 장원급제처럼 출세해서 제 가족이 성공하는 그런 꿈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개인적인 성공은 정말..정말 어렵더라구요. 노력을 한다고 해도 잘 안되고, 가만히 뜯어보면 제 부족한점도 많고 더 노력해야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결혼은... 참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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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군요. 생각하는 방향도 비슷하시고. 우리 조급해하지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