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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노후와 결혼과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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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20 15:55:05

 

 전통적인 생각으로는 자식이 부모님의 노후를 책임지는게 당연할 것 입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고 계시죠. 과거처럼 대가족으로 같이 살면서 금전적으로 뿐만 아니라 그 외 모든것을 다 같이 하는 그런 형태는 아니더라도 달달이 돈을 보내는것을 당연한 자식의 도리로 여기시는 분들도 많을 것 입니다.

 

 90년대생인 제 경험으로는 제 부모님 세대는 저희 세대에게 많은것을 투자하려고 하셨습니다. 공부를 통해서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믿음이 있으셨고, 어떻게든 자식이 더 좋은 성적을 내게 하기 위해서 가끔은 지나칠정도로 몰두하셨던 분들이 많은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편으로 투자였습니다. 내 자식에게 내가 가진거 다 투자해서 성공하게 한 다음 나중에 같이 잘먹고 잘 살겠다는 투자요. 내 자식의 행복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기도 했을 것 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그러셨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고등학교때 절대 학원 안다니겠다고 과외 안받겠다고, 대학도 전액 장학금 받는곳 아니면 안가겠다고 난리쳤을때 그렇게 걱정하셨을 것 입니다. 단순히 제 미래가 아니라, 이것이 미래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경제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들리셨을테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 자식에게 제 노후를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제 스스로 책임지고 싶습니다. 국민연금같은 제도를 통해 국가나 기관으로부터 보호받는것 까지는 좋은데 제 부모님이 제게 그랬던 것 처럼 제 자식에게 그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보자면 이게 참 힘듭니다.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는데 제 앞길은 아직도 많이 불안하고 불투명하거든요. 스스로의 노후는 고사하고 당장 나이 4~50대에 내가 살 집은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듭니다. 국가나 기관이 제 노후를 책임져 줄 것 같지도 않구요...제 앞가림도 정말 어려운거죠. 

 

 한편으로는 나이를 조금씩 먹어갈수록 실제로 투자를 많이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성공을 하긴 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일단 대체로 잘사는 동네에 사는 친구들 성적이 더 좋았고, 더 좋은 대학에 갔었고, 나중에 더 좋은곳에 취직하더군요. 일이 잘 안풀리더라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았고 공부하는 기술을 이미 익혀서인지 여러 시험에도 곧잘 통과하더군요. 이런 사례들은 나중에 내가 자식을 가지게 되면 내 부모님처럼 완전 올인하는 투자는 못해주더라도 남들에게 밀리지 않을만큼의 지원과 학업적 도움은 주어야만 하겠구나 라는걸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저런 학업적인 지원의 가장 큰 영역은 사는 곳 입니다. 그리고 그 집은 정말로 비싸고 아마도 투자한 주식이 대박이 나지 않는 이상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번생엔 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부모님을 당연히 외면하지도 않을 것 입니다. 감정적인 골은 이미 깊을대로 깊어져서 대화를 나누거나 만나는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저를 굶기지는 않으셨습니다. 저도 그 책임은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부모님 세대의 많은 분들은 안정적인 연금이나 재산을 가지고 계시지 않을 것이기에, 저와 같이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입니다.

 

 이런 조건들을 생각하면 자식을 가지기란, 아니 가족을 꾸리기란 참으로 부담스러운 것이고 가끔은 정말로 도망쳐버리고 싶습니다. 당장 제 앞가림 하기도 어려운데 내 부모님은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싶고 그런 와중에 자식을 낳는다면 내가 내 자식에게 부모로서의 도리, 남들에게 꿀리지 않을만큼의 지원과 학업적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나면.... 아득해집니다. 만약 그러지 못했을때 내 자식은 무슨죄일까 싶구요. 어떤 삶을 살게 될지 뻔히 눈에 보이는데... 생각하다보면 나는 한국에서 가족을 꾸릴 자격이 안되는거구나 싶기도 합니다. 지금 내 수준에서 내가 평생 벌 수 있는 돈이 대략적으로 그려지는데, 그 돈가지고는 정말 어려울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결과도 있을거라는 포부를 가져보기엔, 제가 봐왔던 제 부모님이나 다른 분들의 커리어는 그렇지 못했었습니다.

 

 결국 그렇게 저는 제 개인적인 성공만을 꿈꾸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에나 집중하자는거죠. 과거 장원급제처럼 출세해서 제 가족이 성공하는 그런 꿈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개인적인 성공은 정말..정말 어렵더라구요. 노력을 한다고 해도 잘 안되고, 가만히 뜯어보면 제 부족한점도 많고 더 노력해야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결혼은... 참 먼나라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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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1-20 15:55:21

저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군요. 생각하는 방향도 비슷하시고. 우리 조급해하지 말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봐요!

2021-01-20 16:15:27

가족이라는 혈연적 구성원이 다같이 아등바둥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했던 구세대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의 변화가 시작된 과도기가 90년대부터 현대세대까지 이어지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 중간다리였던 80년대생, 90년대생, 2000년대생들이 성인이 된 지금의 사회의 모습 (최저출산율 등의..)이 그 시대의 거울이기에 차츰 그들이 기득권이 되고 다음세대를 재생산하며 점차 바뀌어가겠죠. 하지만 한 개인에게는 시대의 변화나 세대의 변화나, 결국 요원한 이야기라 결국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2021-01-20 16:18:22

 같은 90년대생으로서 많이 공감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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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20 21:34:34

'내 자식에게 내가 가진거 다 투자해서 성공하게 한 다음 나중에 같이 잘먹고 잘 살겠다는 투자요.'

저는 이 말이 잘 공감이 안되네요.

 

저는 '부디 너라도(너만은)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살아라'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느꼈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하네요.

2021-01-20 21:20:18

저희 부모님도 그러셔요..ㅠㅠ
많은 지원을 해주셨는데 아직 취준생이고 빌빌거려서 너무 죄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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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20 19:31:28

초저출산으로 국가가 앞으로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국민연금도 걱정되고요.

Updated at 2021-01-21 19:07:29

정말 걱정입니다. 국가에서 미래를 위해 젊은세대에게 앞날을 챙겨줘야하는데 이 상태가 지속되면 인구수가 적어져 외적에게 침탈 당하는 사태가 일어나 탄압당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주변국이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이에요. 해외에서 인구를 유입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이 있겠습니까. 로마가 게르만족 유입으로 내부반란이 터져 망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 입니다. 어쩌다 대한민국 시스템이 이렇게 된걸까요? 현재 시스템은 고구려,백제,대한제국이 망한것처럼 자기 하나 살겠다고 외국에 우리나라를 팔아먹을 매국노가 또 생길 시스템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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