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지하, 빌라, 아파트 모두 산 경험으로 쓴 글
일단 저 같은 경우 현재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금 아파트에 살기 전 10년 정도 빌라에서 살았고, 2년 정도 전세로 반 지하에 살았는데, 세 곳 모두 살아본 사람으로서 경험담을 잠깐 써보려고 합니다. 정부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글은 당연히 아니고, 어디까지나 경험담이니 그냥 그러려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반 지하
이건 진짜 안 좋다는 거 다 아실 듯. 장마철만 되면 아주 난리죠. 여기에 햇빛을 못 보다 보니까 곰팡이도 자주 핍니다. 당연히 거주 조건으로 매우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반 지하에서 사는 거 꺼려할 수밖에 없다고 보네요. 건물마다 다르겠지만, 보온 문제도 있습니다. 겨울에 진짜 추워 죽는 줄 알았네요. 2년만 살아서 다행이었다 싶을 정도.
싼 값에 사는 건 좋은데 조금이라도 더 비싼 돈 주고 1층이든 2층이든 저층 빌라에서 사는 게 더 낫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빌라
사실 전 빌라 살면서 불편함을 크게 느꼈던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이게 빌라 생활에 너무 적응이 되고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불편함을 느꼈던 적도 제법 많았습니다. 그리고 되돌아 보니까 '아니, 그동안 어떻게 참았지?' 싶었던 부분들도 많네요.
빌라는 확실히 위치가 중요한 듯합니다. 전에 살았던 빌라는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5분 정도 걸어가면 경전철이 있는 초 역세권 빌라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역세권임에도 나쁜 조건들이 매우 많죠. 아파트나 이런 곳은 아파트 단지가 따로 있다 보니까 확실하게 길이 탁 트여있는데, 빌라 같은 경우 골목길에 위치한 점이 많다 보니까 밤이 되면 많이 어두워져서 무섭습니다. 특히, 제가 전에 살았던 동네는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 좀 많았어요. 이 이상하다는 게 진짜 좀 이상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빌라가 아무래도 아파트 보다 싸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분들이 많이 사는데, 그만큼 정신적으로 피폐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길 가다 보면 진짜 깜짝 깜짝 놀랐을 정도. 새벽에 술 먹고 남의 집 앞에서 깽판 치는 사람들 때문에 자주 깬 적도 있네요. (진짜 술 먹으면 왜 남의 집 앞에서 난동 피우는 것인지) 진짜 정신병 걸려서 이상한 행동하는 사람도 되게 많습니다. 길 가다가 도로 앞에 대놓고 드러누워서 보험금 타려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별별 사람 다 봤네요.
이런 사람들이 빌라 건물 앞에 앉아서 님들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끔찍합니다. 빌라 살면서 불편함 느낀 적은 거의 없었는데, 저런 사람들 때문에 불편함 느낀 적은 자주 있었네요.
그리고 빌라가 신축 빌라면 괜찮은데 지은 지 20년 넘은 빌라면 문제가 생깁니다. 곰팡이가 자주 피고, 아무래도 빌라 자체가 건축 값을 싸게 하다 보니까 냉난방 문제가 커요. 겨울 되면 진짜 춥습니다. 바람이 불면 이불에 칼바람 들어와서 죽는 줄 알았네요. 그리고 유독 빌라 주변에 길 고양이들이 엄청 많습니다. 발정기만 되면 진짜 죽을 것 같았네요. 이제 저 고양이들 소리 안 들어서 다행입니다.
또한, 건축 자재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까 단열재 부분이나, 누수 문제 등이 자주 일어나고, 결로 현상이 일어나면서 곰팡이가 정말 자주 핍니다. 그래서 아무리 환기를 열심히 해도 냄새가 날 수밖에 없어요.
여기에 빌라 단지 자체가 아무래도 좁다 보니까 주차할 공간이 정말 적습니다. 그래서 빌라인 경우 주차 문제로 많이 고생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게 핵심인 듯. 빌라에 산다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앞서 상술했던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사람들이 산다는 인식이랑, 저런 사건사고들이 많이 일어나서 생긴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는 게 크다고 봅니다. 실제로 제 친구 중 몇몇이 빌라 산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대놓고 무시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아직 미혼이라 잘 모르겠는데, 친구 중 일찍 결혼해서 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 사이에서 임대 아파트나, 빌라에서 사는 아이가 자기 자식들이랑 안 얽혔으면 좋겠다고 대놓고 말한 사람도 있어서 놀랐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전 친구들 진짜 잘 사귀었네요. 제가 빌라 산다고 무시하는 친구들 한 명도 없었음)
또한, 빌라는 진짜 거주용 아니면 자산이라고 보기 어렵더군요. 아파트가 2배 오를 때 빌라는 한 10% 오른다나? 궁금해서 찾아보니까 실제로 빌라가 상승률이 많이 떨어지기는 합니다. 진짜 싼 맛에, 그리고 넓은 평수에 살고 싶으면 빌라가 딱인데, 아무래도 요즘은 집이라고 하면 자산이라는 측면이 강하고 또 지금 젊은 세대는 대부분 아파트에 살아서 그런지 아파트를 떠나 빌라에 사는 것 자체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이런 점들 때문에 사람들이 빌라에 사는 걸 꺼려하는 측면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빌라도 케바케입니다. 진짜 좋은 고급 빌라는 아파트 뺨칠 정도로 매우 좋아요. 다만, 그런 곳보다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겠지만요.
3.아파트
말할 필요가 없죠. 엘리베이터 있고, 건물도 깨끗한 아파트는 계속 깨끗하고, 무엇보다 자산으로써 가치가 가장 큽니다. 브랜드 아파트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보여주는 편. 관리비로 꾸준하게 돈이 빠져나가기는 하지만, 그만큼 메리트가 있는 곳이죠. 아파트 단지 내에 산책로 같은 것도 있고, 주차장도 있어서 편합니다. (빌라는 주차장 있는 곳도 있지만, 없어서 그냥 대놓고 대로에 주차하는 경우가 많죠. 요즘 신축 빌라들은 주차장이 있지만, 아파트만큼 넉넉하지는 않고요)
다만, 층간소음 문제도 있고 오래된 아파트는 확실히 방음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12년 전에 제가 살았던 아파트가 오래돼서 그런지 몰라도 방음이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아파트가 80년대 지어진 아파트라서 그런지 방음 문제가 좀 컸습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논다고 공간 만든 것 같은데, 그 공간 사이로 옆집에서 얘기하는 거 다 들리더군요.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고 봅니다.
그리고 경비원들이 있어서 도난 문제나, 이런 것도 적습니다. 아파트 단지들은 또 넓어서 밤에도 무섭다는 느낌이 잘 들지도 않죠.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습니다.
요즘 아파트에 살 때마다 느끼는 게 ‘이래서 사람들이 아파트에 사려고 하는구나’입니다. 괜히 빌라를 사지 말고 빌라는 전세로 살다가 아파트를 사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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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우리나라는 이제 아예 "단독주택"은 주주거공간에서 제외하고 보는거 같습니다. 가까운 일본만해도 단독주택공급과 수요가 많은 것을 생각하면 좀 희한하죠. 물론 도심지 한가운데 단독은 말이 안되고 외곽지역의 이야기인데....
저는 일산삽니다.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논들이죠. 즉 단독주택을 지어살 생각이면 어렵지는 않아요. 차는 필요하겠지만. 하지만 아무도 이제 단독은 생각안하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