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어떤 당위성으로 출산을 하나요.
늘 궁금했던....
그러나 자기부모한테는 배덕적이라 생각해서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을 합니다.
부모들은 무슨 당위성으로 자녀를 출산할까요.
단순히 삶에 찌들려서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생일이 싫습니다. 매해마다 돌아와서 내가 유한한 존재임을,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이러한 일련의 생각도 하지 못하는 날이 올 것임을 재각인시켜주니까요.
삶의 절반 이상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지내왔지만 자살이라곤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만큼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공포스럽습니다. 어떤 게 동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10살 쯤에 어느 교실에서 완전한 무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처음 느끼고 전율했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이정도쯤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어차피 죽어야할 거라면 도대체 왜 태어난 것인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다면 삶을 박탈당한다는 것에 대한 절대적 공포와 좌절은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태어나지 않는다, 태어난다 라는 두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삶의 쾌락과 고통이 반씩 동등하게 있다고 생각하면...
태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쾌락이라는 것을 누릴 수 없겠죠. 그러나 그건 그것을 누릴 존재가 부재한다는 점에서 별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고통의 경우에는 존재의 부재로 영원히 해방될 수 있겠죠.
태어나는 경우에는 사람으로서 살아감에 있어서 괘락에 행복해하고 고통에 울부짖겠죠, 그리고 필연적으로 정해진 죽음이라는 파멸이 그를 덮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도저히 태어나는 것에서 태어나지 않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살면서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행복들이 비존재의 축복받은 고요를 박탈당한 나를 향한 조롱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사고가 일순하고 나면, 또다시 누군가를 태어나게 하겠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경악스럽고 신기해지는 겁니다.
정말입니까? 그래도 괜찮습니까? 이미 다 아시지 않습니까? 죽는게 무섭지 않습니까? 당신은 자기 자신의 결함을 , 자신이 겪었던 시련을 굉장히 높은 확률로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다음에는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진 않으셨습니까?
압니다. 별로 건강한 생각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반인륜적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차마 얼굴을 드러내고 입으로는 말하지 못하고, 여쭤봅니다.
인간은 도대체 무슨 당위성으로 대를 이어가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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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주 많이 공감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