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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어떤 당위성으로 출산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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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4 20:20:45

늘 궁금했던....

그러나 자기부모한테는 배덕적이라 생각해서 차마 묻지 못했던 질문을 합니다.

 

부모들은 무슨 당위성으로 자녀를 출산할까요.

단순히 삶에 찌들려서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저는 생일이 싫습니다. 매해마다 돌아와서 내가 유한한 존재임을,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이러한 일련의 생각도 하지 못하는 날이 올 것임을 재각인시켜주니까요.

 

삶의 절반 이상은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지내왔지만 자살이라곤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만큼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은 공포스럽습니다. 어떤 게 동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10살 쯤에 어느 교실에서 완전한 무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처음 느끼고 전율했던 경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리고 이정도쯤 되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어차피 죽어야할 거라면 도대체 왜 태어난 것인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다면 삶을 박탈당한다는 것에 대한 절대적 공포와 좌절은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닌가.

 

태어나지 않는다, 태어난다 라는 두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삶의 쾌락과 고통이 반씩 동등하게 있다고 생각하면...

 

태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쾌락이라는 것을 누릴 수 없겠죠. 그러나 그건 그것을 누릴 존재가 부재한다는 점에서 별로 나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고통의 경우에는 존재의 부재로 영원히 해방될 수 있겠죠.

태어나는 경우에는 사람으로서 살아감에 있어서 괘락에 행복해하고 고통에 울부짖겠죠, 그리고 필연적으로 정해진 죽음이라는 파멸이 그를 덮칠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도저히 태어나는 것에서 태어나지 않는 것과 동일한 가치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살면서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행복들이 비존재의 축복받은 고요를 박탈당한 나를 향한  조롱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사고가 일순하고 나면, 또다시 누군가를 태어나게 하겠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경악스럽고 신기해지는 겁니다. 

정말입니까? 그래도 괜찮습니까? 이미 다 아시지 않습니까? 죽는게 무섭지 않습니까? 당신은 자기 자신의 결함을 , 자신이 겪었던 시련을 굉장히 높은 확률로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것에 동의하십니까? 다음에는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낙관론에 기대진 않으셨습니까?

 

압니다. 별로 건강한 생각이 아니라는 것, 어쩌면 반인륜적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차마 얼굴을 드러내고 입으로는 말하지 못하고, 여쭤봅니다.

인간은 도대체 무슨 당위성으로 대를 이어가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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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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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4 20:25:09

많이, 아주 많이 공감하는 글입니다.

1
2020-12-04 20:26:54

본능 아닐까요..?

1
Updated at 2020-12-04 20:27:44

그냥 본능에 가깝죠.
수천수만년동안 아니 훨씬 이전부터 해왔던 일이니까요.
인간도 그냥 자연의 일부일 뿐입니다.

8
2020-12-04 20:31:05

반대로 삶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안 낳을 이유가 없지 않나요?

WR
2
2020-12-04 20:52:28

삶을 축복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도식을 저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2020-12-05 00:33:00

그냥 제 케이스만 말씀드리자면 인생의 몇몇 순간에 ‘살아 있기를 잘했다’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또 찾아오기를 기대하면서 사는거죠.
행복은 신경쓰지 않으면 가끔 찾아오는 손님 같은 거라서 ‘행복한 상태’를 계속 추구하면 오히려 불행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매일매일이 행복하고 충실한 삶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반대로 힘들고 괴로운 일도 꽤 있었지만 이런 것들을 버티느니 차라리 죽어버리자라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힘들어 보이는 건 적당히 내려놓고 사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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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6-04 10:49:32

.

WR
2020-12-04 20:42:35

저희 아버지께서 저를 도발할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습니다. 제가 도태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
Updated at 2021-06-04 10:49:37

.

5
2020-12-04 20:35:45

뚱딴지 같은 소리지만, 제목을 보자마자 또 떠올라 버렸는데, 전 저희 만취한 아버지께 '넌 너희 형이 외로울까 봐 낳았다.' 라는 말을 고2 때 듣고 가슴에 못이 박힌 채 살고 있습니다. 보통 '보존'으로 귀결 되겠지만, 각각의 그 속을 들여다 봤을 때의 외형은 가지각색이겠죠.

WR
1
2020-12-04 20:38:33

사실 저도 아버지께는 분노와 함께 저런 내용을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한 행동에서 대해서, 그리고 할 행동에 대해서 네가 간섭할 자격이 있느냐는 기막힌 답변을 들었죠.

1
2020-12-04 20:41:01

Maxsun 님껜 실례되는 말씀이겠지만, 한 문장이지만 참으로 권위적인 느낌을 받았네요. 아무튼... 그 상처에 위로 말씀 드립니다. 

1
2020-12-04 22:22:44

와우.......

1
2020-12-04 23:15:40

뭐 저보다 더한 삶도 있는 걸요

1
2020-12-04 20:36:24

나는 결국은 무로 돌아가지만 나의 유전자는 남길 수 있다는 것이 크겠죠.

올해 아이가 태어났는데, 저는 막연한 낙관론이 없기에 전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삶을 살게 한 만큼 이 아이의 인생에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려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행복한 인생을 살게 된다면 제 삶이 끝나도 여한이 없을 것 같네요.

4
Updated at 2020-12-04 20:40:03

 저도 자주 해본 생각인데 사실 대를 이어가는 것 자체는 그냥 본능적인 것에 가깝다고 봅니다.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좋은 교육 및 환경 등을 잘 마련해줄 수 있는지 등 이런저런 조건을 정말 철저하게 따진다기보다는 그냥 사회적인 관성에 의해 출산을 하는 것이죠. 삶이 그리 녹록지 않은 국가들의 출산률이 선진국보다 더 높은 걸 감안한다면 그런 점이 더욱 부각되지 않나 싶습니다. 글쓴이님이나 저와 같은 성향, 즉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냥 당연히 낳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저에겐 아직 먼 일이지만 결혼을 하더라도 딱히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서 이런 류의 얘기를 부모님과 하면 대부분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 아이가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아느냐 등의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럼 저는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생각하죠. 그러면 순전히 '나의 기쁨'을 위해 애를 낳는 것인가? 일종의 수단이 되는 건가? 사실 깊게 파고 들면 또 전적으로 그런 것만은 아니겠죠. 우리 대부분은 부모님이 주시는 무조건적 사랑을 어느 형태로든 경험해봤을테니까요. 다만 그렇다고 그게 저를 설득할 이유가 되지는 않더군요.

 

 아무튼, 글쓴이님이 하시는 고민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봅니다.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피투성' 이라고 표현하죠. Blood의 뭐 그런 게 아니라, 한자로 '던질 투'자를 쓴 것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그냥 이 세계에 던져진 존재라는 거죠. 사실 평소 이러한 고민을 많이 하신다면 철학에도 관심이 있으실 가능성이 높으니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개인적으로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시작 부분을 좋아합니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 (...)

인간 존재의 부조리는 정말 답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글쓴이님도 본인만의 답을 찾으시길 기원합니다. 쓰신 글이 공감이 많이 되어 길게 적어봤네요.

WR
2020-12-04 21:23:11

저도 가끔 늙어가시는 어머니를 보면 마음이 약해집니다.

일평생 같이 시달린 입장에서 그 또래는 당연하다 생각하는 그 행복을 드려야하는 것 아닌가.

 

자살은 굉장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 그리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존재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내 사유가 연속된 시간속에서 완전히 단절된다는 건 공포스럽습니다.

그걸 과감히 끝낼 수 있는 엄청난 용기라 생각되네요.

그러한 공포도 인간에게 삶을 이어가게 하는 생물학적 기작에 불과하고, 

테세우스의 배처럼  우리는 끊임 없이 반복되고 교체되어가는 현상일 뿐이지, 연속된 시간에서 이어지는 동일성을 가진 고유성 있는 개체가 아니라는 생각도 합니다만..

제게는 그걸 끝낼 용기는 없습니다.

1
2020-12-04 20:56:07

솔직히 부모님세대는 남들이 다 낳으니까 낳으신분들이 많은것같습니다. 요새는 아이가 좋아서, 남들도 낳으니까 따라서, 피임에 실패해서.. 정도인거같아요.

신중하게 생각해야할 문제임에도 별 생각없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게 안타깝더러구요

6
2020-12-04 21:18:46

근데 저 포함해서 세상 행복한 사람들 많습니다.돈이많고,적고를 떠나서 즐겁고 사는게 좋은분들 많아요. 그러니 당연히 결혼하고,아이낳고 그런거 아닐까요?

WR
2020-12-04 21:27:47

스스로 즐겁게 사는 건 좋습니다. 부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 자녀분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가끔씩 부모의 기질과 상반되는 저같은 인간이 나오긴 합니다만....

2020-12-04 21:39:45

근데 저도 고등학교때까지 존재의 이유에 대해고민 많이 했었습니다.야자를 밤10시까지 하고 집에돌아오면서 고민 많이했죠 근데 답이 안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왕 태어난거 즐겁게 살자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원래 긍정적인 성격이기도 했고, 100점짜리 아버지는 아니였지만 권의를 내세우지 않았고, 적절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거 같습니다. 사람들 마다 처한 상황이 다 틀리니 maxsun님 생각도 이해됩니다.

1
2020-12-04 21:19:53

죽음에 대한 의미가 맥스님처럼 강하지 않아서 낳을수 있는것 같아요.
전 사실 살면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WR
2020-12-04 21:33:45

저도 왜 그렇게 그쪽부분에서만 조숙했던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어느날 새하얗게 질려서 들어온 아들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하시더군요.

1
2020-12-04 21:32:54

저도 초등학생 때 많이 고민했던 미친듯이 답답했던 부분이네요.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이 있어 반갑습니다. ^^

1
2020-12-04 21:33:36

우와 죽음 이후에 대한 생각을 저랑 똑같이 하시는 분은 정말 처음입니다.
저는 죽음이 너무 무섭고 죽고 난 후 나의 존재가 없어지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이 삶이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들면 소름이 끼치고 머리가 어질어질 할 정도로 무섭습니다 한달에 한번은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근데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의외로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에 대해서 글쓴이나 저만큼 두려워 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을 더 두려워하죠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을 만나 정말 반갑네요 처음입니다

1
Updated at 2020-12-04 21:38:13

주위를 보면 애를 낳는 이유는 특별한게 없는거 같아요 보통 애가 좋거나 당연하다고 생각해 의문을 갖지 않거나 눈치보며 낳는경우죠

글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저는 평소에 인간이 그렇게 특별하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우주에 개념에서 보면 우리가 아주 작고 미약해서 별 의미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보니 그냥 저는 제 앞과 옆을 보면서 주위 사람들한테 민폐 안끼치고 저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자는 가치관입니다

또 죽음이 무섭기도 하고 아파트 난간에 서서 아래를 바라봐도 막상 무서워서 가진 못하겠더라고요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도 무서워서 못죽다보니 그냥 내 주변이 사는 이유가 되고 나중에 커서 여력이 된다면 애를 낳아 키우고 싶긴 합니다

2
2020-12-04 21:52:14

비슷한 생각을 비슷한 시기에 하신 분이 있군요.

저도 10살 남짓때 그러고 나선 지금 내가 평균 연령대로 살면 한 1/6 살았을까? 다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어떤 계기로 하게 될까 같은 여러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은 막연하게 생각하고 살아간다고 봅니다. 그러니 종교가- 절대자를 지극히 인격화해 생각하는 대다수의 종교가- 성립하는 것 아닐까 싶은. 그냥 보통 얘기되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실 좀 더 단순하고 본능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보고, 그건 본문의 논리와 역으로 자식을 낳고자 하는 본능이랑 연결되죠.


행복이니 여한이니 이런 것과는 아예 궤를 달리하는 절대적인 명제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죠. 어찌보면 그런 것에 둔감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예술가의 자살 같은 것도 사고방식으로썬 비슷한 출발점에서 기인한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인생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절대적인 허무나 공포로 비롯된.


근데 뭐 주제인 자식 얘기로 가자면... 그냥 낳을 것 같긴 합니다. 어차피 남은 내가 아니고, 어차피 나는 수많은 내가 될 수 있었던 존재를 도태시킨 결과물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의식조차 없는 수없는 생명의 단위를 없애면서 살아가고 있죠. 내가 죽는 것이 절대적인 이상, 내가 복제했을 지 확신할 수 없는 염려와 공포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의미가 없잖아요.

WR
2020-12-04 23:00:50

그건 너무 합리적이군요. 그리고 잔인한 것 같습니다.

1
2020-12-04 22:04:18

과학적으로 말하면 종족 보존과 번식에 대한 것은 유전자 안에 각인된 본능이겠구요. 사회적 시기에 따라 농업이 주가 된 시기에는 일손 확보 차원에서 많이들 낳았죠.

여튼 오늘보다 더 행복해지시기 바랍니다..

1
2020-12-04 22:18:08

그냥 읽다가 말고,읽다가 말아 버립니다.
질문의 정답을 알기위해 사는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가 사니까 궁금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살지도 않으면 궁금도 안할텐데 그럼 뭘까? 싶기도 하고
이걸 돈오라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게 인간의 존재인가 싶기도 하네요.

WR
2020-12-04 22:56:37

사실 제 질문을 그렇게 꼬리를 무는 복잡한 질문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살지 않았으면 문제 없지 않았을까 라는 질문입니다.

2020-12-04 23:22:01

살기때문에 그 질문이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삶이 그래서 어렵고,축복이고,저주이기도 하죠.
일종의 매트릭스 이기도하고

1
2020-12-04 22:18:59

사는게 대부분 즐겁고, 사랑하는 와이프와, 또 자식들과 보내는게 더 좋아서 아닐까요.
아들이 얼른 커서 같이 농구했으면 좋겠습니다.

2
2020-12-04 22:31:01

종의 본능이자 유전자의 이기입니다. 우리는 우연히 이성과 지성을 가진 채로 이 세상에 나타났으며 그것에는 이유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날 눈 뜨면서 일어나듯 어느날 영원한 잠을 자게 되겠죠. 의식이 있는 한에서는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기에 자아를 실현하고 존재를 성찰하려고 하는 게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합니다. 수많은 종이 수억년의 지구 역사에서 사라졌고 탄생했고 발현하고 멸종하고를 반복했습니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종의 번식에 관심이 없다면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삶을 즐기는 것에 가장 좋겠지요.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6
Updated at 2020-12-04 22:38:03

저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가요. 어차피 죽은 뒤에는 아무것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고통이나 공포 같은 것을 느낄 일도 없습니다. 그럼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죠. 고통은 오히려 살아있기 때문에 느끼는 감각입니다. 죽음은 오히려 안식이죠. 저는 태어난 본분을 다하며 살아가다 언젠가 조용히 눈 감을 그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삶에 대해 얘기를 해보자면, 자원은 희소하기 때문에 가치를 지닙니다. 무한한 것에는 가치가 없죠.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고, 따라서 자식을 낳는 것은 다른 인격체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가 됩니다. 그 가치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구요. 사람은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일생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는 옛날 옛적부터 이어져왔습니다만, 아직까지 단 하나의 정답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네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식을 낳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인간 존재의 이유에 대한 본인만의 정답을 고를 선택권을 주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WR
2020-12-04 22:59:59

죽음은 좋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지 않는 건 더 좋죠.

어쩌면 저는 용기가 없어 투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제게 자식이 있다면 자신있게, 내가 너에게 권리를 주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Updated at 2020-12-04 23:27:04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게 싫다고 적으신 것을 보면 최소한 저보다는 삶을 더 사랑하시는 것 같습니다.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도 해야할 일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을 때 결국 다들 사랑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저도 가본 길이 아니라 잘은 모르겠네요.

3
2020-12-04 22:42:43

1. 대체로 사회 시스템 안에서 부모님이 그렇게 해왔고 남들도 다 하니까 낳습니다.
내일 아침에 뭐먹을까 고민하는게 철학적인 이유가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의 일생이 환경에 따라 즉흥적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지, 선택 하나 하나에 있어 앞으로의 예측이나 의미, 철학적인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뭅니다.

2. 제가 님이면 인간 실존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보단, 불행하다 느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에 집중하겠습니다.

2020-12-05 01:23:30

결혼 해서 아이를 낳아보지 않는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죠,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그런것 같습니다.

2020-12-05 05:11:36

행복하세요

2
2020-12-05 09:06:35

솔직히 결혼한 이후에 아이가 생기는 것에 대해서 그냥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확히 잘 모르고 아이를 가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 '내 삶의 목적, 내가 살아가는 이유 전부가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 위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삶이 저의 삶이 더 고달퍼지고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 하고 쉬는 시간은 없어지고 그런 면이 있습니다만

여태까지 느끼지 못했던 최고의 사랑을 경험할 수 있어서(와이프 미안해~) 

모든 것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애기가 더 커서 말 죽어라 안 듣고 하면 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죠. 

2020-12-05 09:26:04

쉽지 않은 일이시겠지만 일단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키워보시면 지금과는 생각이 많이 바뀌실 거에요. 낳기 전에 이성적인 생각으로는 도저히 생각이 미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Updated at 2020-12-05 11:53:37

그냥 삶의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싶어서요.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할수 있고
나에게 금전적인 이득이 되지 않아도
기쁨을 나눔으로 배가 되는 그런것들요...
기쁨을 배로, 슬픔을 반으로 나눌 형제를 만들어 주고 싶었고 그것이 우리 가족의 공동체 라는 걸 함께 느끼고 싶었어요.
우리아이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나
저는 낳은 것을 한번도 후회한적이 없고
금전적인 여유와 환경이 된다면 더더 많이 낳고 싶네요!!

뭐....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도 넷을 낳았지만요.....

2020-12-05 20:17:00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고민은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주제이고 사람마다 대처 방법이 다릅니다. Maxsun님이 선택하신 대처 방법은 본인에게 이런 고통을 주신 부모님이 문제의 원인이며 나는 죽을때 까지 이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라는 체념으로 보이네요. 

 

Maxsun님의 선택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런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몇 가지 비유로 공유하고 싶습니다.

 

 1. 사랑

Maxsun님의 이상형을 만나셨는데 그 분도 Maxsun님이 너무 좋고 사귀고 싶다고 합니다. 

선택1)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헤어지게 될텐데 그 헤어짐의 아픔이 만남의 기쁨보다 훨씬 무서워서 사귀지 않는다

선택2) 헤어짐의 아픔과 만남의 기쁨을 산술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루이든 50년이든 사랑이라는 경험을 하는 것을 선택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좋은 예가 되겠네요.)

 

2. 농구

FIBA에서 앞으로 농구는 48분이 아니라 무제한 점수/시간 동안 진행하기로 룰을 변경합니다. 한 번 경기가 시작되면 몇 십년이라도 이어서 계속 하는거죠.

선택1) 좋아하는 농구 경기를 평생 동안 볼 수 있어서 좋다

선택2) 스포츠 경기는 끝나는 시간까지 운동 선수들이 모든 것을 쏟아 붇는 것이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것이다. 경기 시간이  무제한이면 루즈해질 것 같아서 싫다

 

3.  영원한 생명

기계몸을 얻어서 영원한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단, 이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비도덕적인 범죄를 저질러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살인)

선택1)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도덕율따위는 지킬 필요가 없다

선택2) 영원한 생명이라는 "결과"보다 유한한 내 삶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은하철도999를 비롯해 많은 만화, 영화, 책 들이 있지요)

 

Maxsun님도 저도 인간은 언젠가 모두 죽습니다. 과학과 의학이 발전했지만 아마도 21세기안에 죽음을 과학으로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지구도 언젠가는 생명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할 겁니다. 

 

유한한 존재인 우리의 의미 있는 고민은 "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가 아닐까요? 물론 선택과 그 선택에 따른 결과는 각자의 몫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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