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반지성적이고 반과학적인 정치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주변국의 우려에도 기어코 관철시켰을 만큼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일방적이고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했습니다. 그런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의 우파 유대계의 큰 지지를 받았습니다. 미국의 과학계에는 유난히 유대계 학자들이 많습니다. 뛰어난 업적을 남겼거나 학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학자들 중에는 유대계의 비율이 더욱 높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과학계에서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도 높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과학계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대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단연코 가장 반지성적, 비논리적이고 반(anti)과학적인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에게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인 '근거없는 우기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공개적으로 각종 백신이 자폐증(autism)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고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도 그 주장을 여러차례 되풀이해서 의학계의 봇물같은 비난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포털에 '트럼프 백신 자폐증'으로 검색하시면 그 발언들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지구온난화 기후위기는 과학자들이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2019년엔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공식 탈퇴를 주도했습니다. 그는 올해 9월까지도 의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인물입니다.
올해 4월 뉴욕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티비로 생방송된 4월 23일 백악관 뉴스 브리핑에서 표백제가 침 속에 있는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며 국민들에게 직접 실험을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트럼프가 살균제 인체 주입을 권하고 24시간 동안에 뉴욕시 독극물통제센터에는 30건의 인체 부작용 신고가 접수되었는데 사례별로 살균제 노출 9건, 표백제 노출 10건, 기타 가정용 세척제 노출 11건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뉴욕시는 4월 24일 표백제나 살균제를 입을 통해 복용, 또는 귀와 코를 통해 주입하거나 흡입할 경우 신체에 매우 유해하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경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포털에서 '트럼프 살균제 주입'으로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살균제 주입 소동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가리켜 코로나 치료를 위해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추켜세웠습니다. 트럼프는 약 3개월 동안 공개장소에서 50회가 넘게 이 약물을 칭송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혀 과학적 근거 없이 코로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비상사용을 승인했지만, 올해 6월에 코로나 치료화과가 없고 심장 부정맥, 심하게 낮은 혈압 및 근육 또는 신경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FDA에 의해 긴급승인이 취소되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온갖 음모론을 내세우며 올해 가을까지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옹호하고 불법루트를 통해 투약해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대선 한달을 앞두고 트럼프는 본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을 때 값비싸고 검증되지 않은 신약들을 모두 자신의 몸에 투약했지만 정작 그토록 칭송하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투약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코로나 사태에서 트럼프가 보여준 일거수일투족은 그가 과학에 무지하거나 과학을 무시한다는 정도를 넘어, 자신의 이해관계나 기분에 따라 과학적 증거를 마음대로 조작하는 반과학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습니다. 미국의 과학계는 그동안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대선에서 지난 4년 동안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과학계는 처음으로 작지만 일치된 목소리를 내놓았습니다. 1845년 창간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있는 월간 대중과학잡지입니다. 창간 후 175년 동안 특정 대선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을 고수했던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적 증거를 지속적으로 무시함으로써 미국이라는 국가와 국민들에게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말하며 올해 10월 공개적으로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종합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올해 10월 공개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네이처는 사설을 통해 “우리는 과학이 훼손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바이든 지지를 천명했습니다. 네이처는 이례적으로 미국의 과학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표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이언스는 올해 10월 먹구름이 드리운 백악관을 표지로 삼으며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는 트럼프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했고, 트럼프가 과학에 저지른 치명적인 유산을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이언스가 정치적 내용을 표지로 실은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렇듯 올해 대선은 역사상 유례없이 과학계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음을 천명한 역사적인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어제 트럼프는 무려 46분짜리 연설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는데, 영상 전체의 내용이 투표용지 개표기가 자신의 표를 바이든의 표로 바꿨다는 황당한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트럼프의 그런 발언에 놀라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만 충분히 모으면 얼마든지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어느 때보다 과학을 불신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절반 이상의 미국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에 대해 불신하고 인터넷에는 음모론이 넘쳐나는 것이 안타까워서 쓴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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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그랬는데 트럼프 이후로 더 안 믿는 거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