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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불안하기만 했던 저의 40여년 인생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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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01 10:02:25

 

요즘 인생의 고민에 대한 글들이 좀 보이네요

48세인 나이 많은 저의 이야기가 혹시라도 후배분들께 도움이 될까 해서 글 올립니다.

 

지난 30년을 돌아보면(대략 고등학교 때부터) 저는 늘 마음속이 불안함으로 가득했습니다.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탓에 매월 있는 시험때마다 불안에 떨었습니다.

(30대까지는 가끔씩 시험 망치는 꿈도 꾸준히 꾸었습니다.)

그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이 미친 놈아!’ 하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불안은 했지만 스타일대로 사는거죠!

 

그래도 운 좋게 괜찮은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요즘 후배들한테는 미안하지만 90년대 초중반 학번까지만 해도 대학교 들어가면 정말 많이 놀았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군대가기전 2학년때까지는 거의 모든 수업 땡땡이 쳐 가며 많이 놀았죠

이런 불효 막심한 놈, 등록금이 얼마인데?’

이렇게 막 놀면서도 늘 불안했습니다.

내가 앞으로 사회 나가서 취직하고 먹고 살 수나 있을까?

군대 갔다 오고 운 좋게 대학교 3학년때 산학 장학생으로 취직을 했습니다.

근데 이때 취직 못했으면 아마도 문제가 컷을 거예요

전설의 IMF가 왔기 때문에 채용을 하는 업체는 아예 없었고 취직이 결정된 신입사원도 얼마의 위로금과 함께 취직이 취소 당하던 때였거든요.

 

그렇게 운 좋게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하필 재수없게도 동기들은 다 이익 나고 잘 나가는 사업부에 배정이 되었는데 저만 적자 사업부에 배치 되면서 늘 불안한 생활을 했습니다.

입사후 한 3년 동안은 공무원 시험을 볼까? 주택 관리사나 공인 중개사를 따 볼까?’

불안한 마음에 늘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이렇게 저의 20년이 넘는 직장생활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네요!

 

이제와서 돌이켜보니까 40대 중반이 넘으면서 이 불안감이 어느정도 사라진 것 같아요.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지금이 더 불안한 시기죠!

아직 애들 뒷바라지 해야하는데 직장 언제 짤릴지도 모르고 이제 몸도 여기저기 아파오기 시작하고…..

그럼 왜 불안감이 줄어든 것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자신을 제대로 알고 평가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아래 내용은 제가 40대 중반에 깨닫게 된 사실입니다.

 

(긍정적인 면)

공부는 별로 안했지만 만 초중고 12년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성실함은 있었습니다.

대학때는 정말 심하게 놀았지만 어찌어찌 해서 평점 3.0은 넘었기에 입사 원서를 넣을 수 있었고 

그래서 산학장학생이 되었을 겁니다.

 

(부정적인 면)

어릴 때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도 가끔씩 듣는 말

너는 공부만 조금 했다면 S대 갔을 텐데

의사나 변호사 될 수 있었을 텐데!”

근데 저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어요

저는 뭘 대단한 걸 이룰 정도의 인내력과 독기가 없어요!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글의 요점은 스스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고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인도 모르는 큰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그 판단후에 본인의 능력만큼만 바라고 인생을 누리면 될 것 같습니다.

남하고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바로 그게 행복한 삶의 큰 요소인 것 같습니다.

 

서툴고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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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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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10:05:55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어려운 이유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조금 나으면 긍정적으로
조금 어려우면 한없이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잘될때에도 잘 안될때에더 자신에 대한 생각과 평가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네여.

WR
2020-12-01 10:08:26

맞는 말씀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어느 순간 되니까 제 능력의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그후에는 헛된 바람을 갖지 않게 되었습니다.

현실과의 타협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삶의 질은 나아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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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01 10:14:33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30대 후반 아재인 저도 최근 딸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가장이 되었다는 압박감이 신혼때보다 더 크게 짓누르고 있는거 같습니다...

그래도, 나이 들어가면서 제 장점을 더 극대화시켜 활용한다면 보다 나은 삶을 살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고요.

WR
2020-12-01 10:17:02

저는 결혼과 출산이 너무 빨라서...

그 좋은 20대 후반 30대 초중반 시절을 힘겹게 보냈습니다.

몰론 지금은 친구들보다 애들이 크니 훨씬 좋지만요.

바람대로 오리온맨님의 삶이 더 풍요롭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2020-12-01 11:14:46

 이제 곧 30대가 되는 시점에 좋은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환기를 시킬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대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왜 그러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몇 가지 있는 것을 느끼고 지금부터라도 꽉채운 인생을 살아보겠단 마음을 갖고 살게 되더라구요. 더 나은 어른이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과정에 이런 좋은 글을 보게 되어 행운입니다.

WR
2020-12-01 11:53:56

제가 볼 때는
글이 좋은 게 아니라 읽는 분이 긍정적인 마음으로 읽어주셔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
Updated at 2020-12-01 11:53:31

저와 상당히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신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저도 천성이 게을러서 공부하기보다는 노는걸 더 좋아했지만

부모님은 저에게 끊임없이 닥달을 하셨고 전 딱히 삐딱해질 정도의 근성도 없었기때문에 12년 개근을 했고

닥달하는 부모님 덕분에 그럭저럭 공부를 하면서 성적을 챙길수 있었고 좋은 대학도 갈수 있었죠.

공부를 별로 안하는거 같은데 머리가 좋다는 말도 많이 들었구요. 한때는 정말 그런줄 알았습니다.

 

대학에 가서는 오히려 더 좌절을 많이 했던것 같습니다. 저보다 똑똑한 친구들밖에 없는것 같았거든요.

그런데도 사실 더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게으르게 도피하는 선택을 많이 했습니다.

시험때는 항상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시험을 본다는 느낌이었죠. 시험전날에는 항상 밤을 새야했습니다.

 

지금 37살인데 아직도 시험꿈을 가끔 꾸고 시험꿈은 저에게 최고의 악몽입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험을 보고 지금 내가 가진 모든걸 잃어야되는 상황에 직면하는 꿈 말이죠.

크게 다치는 꿈보다도 훨씬 더 괴롭더군요. 깨어나면 어찌나 다행인지....

 

저의 최고의 장점은 어떤 상황에도 그냥 게으르게 잘 버틴다는 겁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남들보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커서 나름 즐겁게 잘 지냅니다.

다만 그렇기때문에 노력에 대한 절실함을 느끼지도 못해서 성취욕이 부족합니다.

최고의 장점이 역설적으로 최고의 단점이 되기도 하는것이죠.

 

조금만 더 노력하면 크게 성취할수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한발 물러나서 소극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거때문에 자괴감도 많이 들고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이제 그냥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치명적인 나의 이 단점이 없었다면 나의 최고의 장점도 없었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WR
Updated at 2020-12-01 11:57:00

헐~
꿈 내용이 저랑 똑같네요.
글이 길어질까봐 간단하게 쓴 것인데...
그리고 전체적으로 진짜 저랑 비슷하시네요. 단점마저도...
지금 이순간도 걱정과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생 별거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이 잘 살아보시죠^^

2
2020-12-01 12:05:39

"본인도 모르는 큰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그 판단후에 본인의 능력만큼만 바라고 인생을 누리면 될 것 같습니다.
남하고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바로 그게 행복한 삶의 큰 요소인 것 같습니다."

진짜 제 인생의 명언인것 같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아직 저는 30 초반이지만 저의 인생을 간략하게 써보자고 싶네요.....
(자기 자랑 글이니 읽기 싫으신분들은 넘어가주셔요...)

저도 다른 사람과 같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항상 저 스스로를 평균 혹은 평균 보다 살짝 똑똑하다 생각해 왔기 때문에, 특출나지 않은 학력에도 좋은 직장을 찾은것에 감사하며 살아왔었습니다.
운좋게 좋은 보직을 받게 되고, 성과를 쌓게 되며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죠.
그러던 중에 사내 정치 파벌에 휘둘리게 되고, 처음에는 이직 준비를 했지만... 제 배경에 이직을 하면 회사 수준을 낮춰야하는 것에 실망하여 회사에서 존버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나가냐 너가 나가냐 작전이죠....
하지만 회사를 100프로 신뢰 할 수는 없었기에 나와서 할일을 혼자서 열심히 준비는 하고 있었죠.
결국 내가 나가냐 너가 나가냐에서 저는 패배하게 되고... 제가 나왔습니다.
나오고 나서는 저하고 같이 일했던 밑에 직원들 데리고 스타트업을 하나 만들었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몰랐습니다. 제가 얼마나 특출난 사람이었는지요.
초중고 공교육 - 대학 - 군대 - 회사 라는 일반적인 제도화 인생 테크트리를 쌓아올리다 보니까 남들 하는데로 따라하는데에 제 인생의 스탯을 다 찍고 있었던 것 입니다.
사실 저라는 사람의 종족 특성은 다른 데에 있었는데요.

강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는 연어 무리 속에서 태어난 것 처럼 무리에 속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무리를 항상 벗어나고 싶었어요. 이 바깥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왔었죠.
하지만 저 스스로를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아왔기 때문에,, 나가봤자 망할거라고 확신하고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 정해진 길을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었다는것을요.
회사를 나오기 전과 지금의 삶은 정말 180도 바뀐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의 삶이 2000배 정도 행복합니다.

이상 너무나도 오만했던 자기 고백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
2020-12-01 12:15:11

최고의 변화를 하셨네요.
축하 드리면서도 부럽습니다.

2020-12-01 12:11:48

참 좋은 말씀 입니다
유투버 또는 연예인들이나 정치가들이 말하는 꿈에 대한 허상 보다 인생 경험에서 녹아드는 이런 말들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WR
2020-12-01 12:15:47

칭찬의 댓글 감사합니다. ^^

Updated at 2020-12-01 16:28:34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이제 취준을 막 시작한 졸업생으로 까~마득한 후배긴 하지만 마지막 문단은 정말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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