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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들의 전쟁터는 우주로 확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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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9 00:43:45

달 협정(Moon Treaty)은 1972년부터 7년간 논의 끝에 1979년 유엔결의로 채택되었고 프랑스, 벨기에, 호주, 멕시코, 인도, 파키스탄 등 18개 나라가 협정에 가입했습니다. 이 협정은 달 탐사 및 이용이 모든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수행되어야 할 것과 달의 천연자원은 인류의 공동 유산임을 분명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과 일본 등의 강대국은 하나같이 달 협정에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술 더 떠서 달을 포함한 우주를 세계 공동의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2014년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기업이 달을 비롯한 우주 자원을 자유롭게 채굴하는 것을 돕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고, 이듬해 우주에서 채굴한 자원은 채굴 기업이 소유권을 갖도록 하는 미국내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달에서 광물질을 캐는 문제에 대한 국제법적 기본 원칙인 ‘아르테미스 합의’를 추진했고, 올해 안에 미국, 일본, 영국, 이탈리아를 포함한 8개국이 여기에 서명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하는 바람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의 체결은 미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물론 다른 우주강국들은 일찌감치 달을 자국의 잠재적이고 전략적인 자원으로 간주했습니다. 아폴로 귀환시료를 측정한 결과 지구로 가져온 달 암석들에서 헬륨-3를 발견하고, 암석내에 헬륨-3의 양을 조사해 달 착륙지별 그 부존량을 산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헬륨은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를 갖고 있는 헬륨-4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헬륨-3는 두 개의 양성자와 한 개의 중성자를 갖고 있는 동위원소입니다. 지구에서 헬륨-3는 헬륨-4의 백만분의 일 미만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헬륨-3는 예전부터 핵융합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았습니다. 헬륨-3를 사용한 핵융합 발전은 중성자를 생산하지 않아 안전하며 두 배 이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고, 또한 부산물로 생산되는 양성자와 헬륨-4는 의료용과 극저온 물질로 각각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채산성이 너무 낮아서 지구에서 1년에 25kg의 헬륨-3만이 생산되고, 엄청나게 비싼 값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폴로 귀환시료를 통해 산정한 결과 달 표면에서의 헬륨-3은 무려 240만 톤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현재 1톤의 헬륨-3 가격은 3조원 정도입니다.) 헬륨-3 말고도 달에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스칸듐, 이트륨과 각종 희토류를 비롯해 헬륨-3보다 활용이 쉬운 다양한 자원들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미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2000년대에 들어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도 달 궤도 탐사선, 착륙선을 보내기 시작하여 많은 과학적인 발견을 주도적으로 얻어냈습니다. 이들의 탐사 결과 달의 극지에는 물을 비롯한 휘발성 물질과 희귀금속 등의 자원을 활용하여 머지않아 인류가 정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어, 앞으로 선진국이 주도하는 달 탐사의 방향은 자원탐사 및 활용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달에서 헬륨-3의 현지 채굴과 지구로의 운송 과정이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등의 한계점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지만, 국가주도의 연구소는 물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우주로 물건을 운송하는 발사체의 비용을 계속 낮추는 시도를 하고 있고 달에서의 자원채굴을 위한 기술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서 인류가 달에 부존하는 자원을 채취하는 일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에 거의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2024년까지 달의 남극에 우주 비행사를 보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2026년 달 궤도 정거장 완성, 2028년 달 기지 건설이라는 일정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잡혀 있습니다. 중국은 작년에 달 뒷면에 무인탐사선 창어 4호를 보냈고, 이를 통해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야심차게 2025년까지 인류 최초의 달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달 기지의 후보지로 물 자원이 충분한 것으로 확인된 달 남극 주변을 선택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은 앞으로 ‘우주 패권’을 놓고 더욱 치열해 질 것이며, 강대국들의 총성없는 전쟁터는 우주로 확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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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1-29 01:01:58

저 헬륨-3가 충분히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지금의 기술로도 에너지원으로 삼을 수 있나요?

WR
2020-11-29 01:05:31

헬륨-3 기반의 핵융합 원자로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과정이 아직 완전히 확립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헬륨-3가 풍부하다면 그 문제는 조만간 해결이 될 것입니다. 

2020-11-29 01:34:51

플라네테스라는 만화(유키무라 마코토)를 보면 달에서 헬륨-3를 채취해 핵융합로 원료로 사용하는 설정이 나오죠. 현실적으로 근미래에 도달 가능한 기술이라고 보입니다.

Updated at 2020-11-29 01:56:27

플라네테스는 지금도 1년에 한두번씩 보는 명작입니다.
우주 관련 내용도 그렇지만 만화에 깊게 스며있는 그 휴머니즘이...정말 따스한거 같아요.
같은 만화가의 다른 작품.
빈란드 사가도 바이킹 고증이 기가 막히지만, 그 안에 휴머니즘이 정말로 기가 막힙니다.
일본 만화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철학서 수준의 휴머니즘이 뚝뚝 묻어나서..정말 마음 뭉클해지며 보고 있네요.

2020-11-29 04:06:43

저도 두 만화 극추!!!
둘다 샀지만 정말 세계관에서 느끼는 감정들의 표현은 최고입니다

2020-12-03 01:24:51

일본 만화에서 쉬이 볼 수 없는 수준이라면 어느나라 만화에선 쉬이 볼 수 있을까요?

2020-11-29 01:47:02

와... 그러면 어떤 주식을 사야할까요

Updated at 2020-11-29 01:52:56

플라네테스도 그렇고
지금 현상황에 대해 정밀하게 그려낸 만화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문라이트 마일 이라는 만화인데 달의 헬륨3를 차지하기 위한 미국의 제국주의 우주군 창설과 거기에 맞대응 하는 초강대국 중국,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 물밑 정치싸움을 하는 각국들...정말 잘 그려냈습니다.
일본 국뽕이 좀 들어있기는 한데 그래도 스토리의 탄탄함이나 스케일이 어마어마해서 성인만화로 아주 적격인 만화인데..15년 쯤 전에 처음 본 만화에서의 미래가 이제 코 앞이네요. 15년 이나 20년 안으로 미국이나 중국은 우주군 창설을 하거나 거의 근접하지 싶습니다.
새로운 자원이 넘치는 21세기 신대륙 다툼에서 한국이 어떤 포지션을 잡을지..지금도 우주관련은 많이 뒤쳐져 있는데 안타깝네요.

2020-11-29 02:34:27

이와 발맞추어 이미 2019년 12월 20일에 미국에서 우주군이 창군되었습니다.

2020-11-29 05:09:35

이런거 보면 미국의 헤게모니는 아직 공고해 보이고, 반면 중국의 약진이 대단하긴 합니다. 한국이 제일 싫어하는 두 나라가 미국 다음으로 가장 잘 나가는 나라들이네요.

2020-11-29 08:33:32

...? 한국이 제일 싫어하는 두 나라에 미국은 왜 들어가 있는거죠?

여전히 한국인에게 미국은 우호국이라는 여론이 더 강할텐데요...?

2020-11-29 08:51:02

(한국이 제일 싫어하는 두 나라가 / 미국 <다음으로> 가장 잘 나가는 나라들이네요.)

댓글 쓰신분은 미국이 싫다는게 아니라
미국
싫어하는 나라 , 싫어하는 나라
라고 쓰신거 같은데요

아마 중국 일본 이야기 하신거 같습니다.

2020-11-29 08:52:14

아하 제가 오해했나보네요.

2020-11-29 09:13:45

넷플릭스의 스페이스포스에서 우주 및 달 정착지 관련 중국과의 경쟁을 재미있게 그려냈죠.
우리나라도 달 탐사선을 보내는 계획이 있는걸로 알고있는데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지네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0-11-30 01:06:35

달에 파묻혀있는 자원들중에 희토류같은 경우는 현재 중국이 독차지하고 있을정도로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중국에 의존해야 되는 부분이 많죠. 그래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중에 희토류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높은지라 미국으로서는 달 자원선점에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할 명분이 명백해진것 같습니다. 중국 역시도 기초과학이라면 둘째가라면 섭섭할정도로 높은 수준인데다 이미 달뒷면에 탐사선을 보낼정도로 우주기술이 우수하기 때문에 달탐사에 뛰어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지요. 그도 그럴것이 미국에게 달선점을 뺏기면 희토류의 무기화가 무력화되니까요. 미국과 중국의 우주기술 전쟁은 과거 미국과 소련과의 보여주기 기술전쟁이 아닌 실제 자원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쟁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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