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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파트 값보다 비싼 국산차가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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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12:45:19

1978년에 서울의 시내버스요금은 전 구간이 45원이었고, 택시 기본요금은 200원이었습니다. 1978년 서울의 지하철(1호선) 요금은 50원(기본구간)과 55원으로 구분되었고, 대학등록금 평균이 15만원이던 시절입니다. 1978년 서울의 강남지역은 신사동, 압구정동과 반포를 제외하면 대부분 미개발 상태였지만 1970년대 초 반포주공아파트(구반포아파트)에 이어서 1976년에 압구정동에 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남시대의 서막이 열린 상태였습니다.


1978년에 새로 분양된 대표적인 강남 아파트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역삼동 개나리아파트, 초기 신반포아파트 그리고 잠실주공 5단지 등입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34평형 분양가격은 230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서 거의 미분양으로 남아있었는데, 때마침 다가온 2차 석유파동 덕분에 순식간에 분양완료되는 기적을 연출했습니다.


1978년에 한국산 고급자동차의 대명사는 새한자동차의 레코드 로얄이었는데, 바로 그해 새한자동차를 인수한 대우자동차가 로얄 시리즈로 10년간 국산 고급자동차 시장에서 선두를 질주했습니다.


아파트 한 채 값이 넘는 국산자동차의 시초는 1978년 12월에 판매가 시작된 현대자동차의 그라나다입니다. 당시 고급승용차 시장에서 맥을 못추던 현대자동차는 독일 포드의 그라나다를 조립해서 생산함으로써 국내 고급차 시장을 흔들고자 했습니다. 최고출력 102마력의 2.0리터 6기통 엔진과 더불어 당시 최신장비들을 갖춘 그라나다 기본형 모델의 출고가격은 무려 1,154만원이었습니다. 그 해에 분양된 역삼동 개나리아파트 소형평수보다 높은 가격입니다. 사람들은 기본가격 천만원이 넘는 국산차의 등장에 경악했습니다.

 


은마아파트가 2차 석유파동으로 기사회생한 것과 정 반대로 대형차 시장은 2차 석유파동이 일어나며 유가가 급등하고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라나다는 1985년까지 생산되고 단종될 때까지 국내에서 약 5천대가 팔렸습니다. 1985년 모델의 판매가격은 2천만원이었습니다.


1985년 이후 그라나다가 단종된 이유는 독일포드에서 그 차를 더이상 만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포드와 이별한 현대자동차는 일본의 미쓰비시 자동차와 손을 잡고 1986년에 새로운 최고급 승용차를 선보였습니다. 이듬해인 1987년에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수입차 개방이 예정되었기에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최고급 승용차에 명운을 걸고 올인했습니다. 후륜구동 방식이었던 그라나다, 대우 로얄 시리즈와 달리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새 차의 이름을 그렌저로 지었고, 120마력의 2.0리터 4기통 엔진을 장착한 그렌저의 1986년 판매가격은 85 그라나다보다 3백만원이 낮은 1690만원으로 책정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신형 그렌저의 최초 광고카피는 아주 황당한 문구로 시작되었습니다. 자신들이 얼마 전까지 팔던 최고급 차를 깎아내리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라나다를 훨씬 능가하는 대형 고급승용차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당시에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말해주는 문구입니다.


1986년 당시 국내 최고급 승용차는 대우자동차의 로얄살롱 슈퍼였는데, 그렌저가 등장하자 로얄살롱 슈퍼 따위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렌저는 88올림픽 때 귀빈 및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되면서 최고급차의 확고한 지위를 얻었습니다. 


고급차 시장에서 독보적이던 대우자동차는 1986년 그렌저의 등장으로 최고급승용차 시장의 왕좌를 빼앗긴 후 88년에 (소나타에서) 이름을 바꾼 현대 쏘나타가 대우 로얄의 시장을 잠식하자 회사의 입지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대우자동차는 1989년 3월에 현대 그렌저를 훨씬 능가하는 플래그쉽 후륜구동 대형 승용차를 선보임으로써 최고급승용차의 왕관 탈환을 노렸습니다. 184마력의 직렬 6기통의 3.0리터 엔진을 장착한 대우 임페리얼은 기본형의 판매가격이 라이벌인 그렌저보다 훨씬 높은 2700만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임페리얼은 철저한 실패작이 되어버렸고, 그 때부터 대우자동차의 본격적인 흑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페리얼은 1993년에 판매부진으로 단종되었습니다. 1992년에 등장한 뉴 그렌저는 실날같이 명맥을 유지하던 임페리얼을 숨통을 끊어버렸습니다. 1992년 뉴 그렌저의 최상위 모델은 225마력의 6기통 3.5리터 엔진을 장착한 모델로 옵션제외 판매가격이 무려 4150만원이었습니다. 1992 뉴 그렌저 3500은 서울 아파트 한채갑이라고 불리던 마지막 국산차일 것입니다. 

 

그런데 1992년에 이미 서울의 아파트값은 엄청나가 올라 있던 상태여서 평균 평당가격이 500만원에 육박했습니다. 그 해에 삼풍아파트와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최초로 평당 1천만원을 돌파한 아파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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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1-28 12:47:25

오 조회수 1은 처음입니다

2020-11-28 12:57:07

정말 반가운 이름들이군요. 각그랜저는 지금봐도 고급스럽고 오히려 지금보면 클래식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라나다 로얄살롱 그랜저 저 당시엔 성공한 아버지의 이미지와도 같은 차이고 그 시절이 생각나 여유가 되고 우리나라에 클래식 차 문화가 좀더 정착된다면 소유하고싶은 차들입니다.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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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13:47:05

작은아버지가 그렌저를 갖고 계셨는데, 1987년 추석 성묘할 때 뒷좌석 가운데에 한시간 반을 타봤습니다. 차가 넓어서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너무 조용해서 감탄을 연발했었습니다. 대우에서 만든 차들은 임페리얼을 포함해서 그렌저만큼 편하고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2020-11-28 14:27:49

지난번에 황색계열로 도색을 하신것같은데 이쁘게 번쩍거리는 새차처럼 관리 잘된 각그랜저 보고 넋을 잃고 한동안 구경했었는데 요새 한국도 올드카 매니아들이 조금씩 생겨나는것 같습니다. 저도 어릴때 각그렌저를 많이타고 다녀서 그에 대한 추억이 아주 많네요.

2020-11-28 13:02:57

와 90년대생인 저로서는 차 가격이 아파트 가격보다 비쌌다는게 상상이 안 가네요. 지금은 람보르기니로도 거의 서울 아파트를 살 수가 없을텐데...

WR
2020-11-28 13:48:03

서울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것도 있지만 저 당시 국산 고급차 가격이 아주 비싸기도 했습니다.

2020-11-28 15:00:37

서울 신축아파트는 람보르기니 5대 정도 있어야 됩니다 

2020-11-28 13:28:40

제가 생각나는 건 저희 삼촌이 슈퍼살롱을 끌고 집으로내려오셨는데 조수석 서랍에서 양주꺼내시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WR
2020-11-28 13:49:00

차 이름이 슈퍼살롱이라면 제가 본문에에서 언급한 로얄살롱 슈퍼의 후속모델입니다. 그렌저에 대항하려고 대우에서 87년에 내놓은 차였죠. 그때가 대우차의 마지막 전성기였습니다.

2020-11-28 14:04:22

어렸을 때 탔었던 차들이 나와서 무척 반갑네요.

아버지께서 차를 좋아하셔서, 언급하신 차들 중에는 레코드 로얄 시리즈와 그라나다가 집에 있었죠. 

그 외 기억나는 차들은 도요타 크라운(앞좌석이 분리되어있지 않고 일자로 붙어있는데다가 하얀색 커버를 씌웠던 것이 기억나요), 코티나 마크4/5, 피아트 132(속도가 빠르고 차가 잘 나간다고 아버지가 좋아하셨어요) 등등이네요.

 

어머니께서 그라나다를 타실 무렵, 기사아저씨가 제게 '그라나다는 쇼바(shock absorber....였겠죠?)가 워낙 좋아서 덩치 큰 깡패들을 가득 태우기에 딱 좋지' 라고 했었는데, 그 말을 듣고 당시 제가 속으로 '그럼 울 엄마가 덩치가 크다는 얘기인가?'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께서는 현대자동차는 경박하고 깡통같다고, 기아자동차는 화물차나 만드는 곳이라며 안좋아하셨고 그나마 국산차 브랜드 중에서는 새한자동차(후일 대우자동차)에서 나오는 것들이 탈만하다.... 라고 하셨었죠. 생각해보니 후륜구동 차량을 선호하셨던 것 같기도 하네요.

 

실제로 대학 입학 후 저는 현대 엑셀, 기아 콩코드를 몰다가 어머니께서 타시던 (본문에 나왔는 임페리얼의 후속작이었던가요?)브로엄을 물려받아 1년 정도 타고 다녔었는데..... 묵직한 무게감과 고속에서 차가 낮게 깔리면서 달리는 것같은 묵직하고 둔탁한 느낌은, 그전에 타던 차들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반면 그랜저는 그 당시 친구가 타던 차를 몇 번 대신 운전해본 경험 밖엔 없었지만, 뭐랄까 대형 세단인데도 느낌이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동차에 문외한인지라 그 느낌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WR
2020-11-28 14:20:09

새한자동차 시절에 현대차는 소형차 전문메이커였지요. 새한의 레코드와 레코드 로얄이 고급차 시장을 석권했기에 당시 현대차가 경박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웠습니다. 대우 브로엄은 임페리얼의 후속작이 아니라 슈퍼살롱의 후속작입니다. 임페리얼이 단종된 후에 고급화 모델이 추가되었지요. 슈퍼살롱 이후의 대우의 고급차는 (혼다 레전드를 조립한 아카디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패한 모델이 되었습니다.

2020-11-28 14:27:06

그래서 예전대비 외제차 타도 잘 사는 이미지가 많이 사라진거 같습니다..
예전에는 고급차 외제차가 정말 집한대 값이라 집을 끌고 다니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집값이 너무 올라 집한번 잘 사고팔고 이사가면 시세 차익으로 외제차 한대씩 뽑을만 하거든요..
어릴때만해도 고급차 보면 집 한대를 끌고다니네~ 하는 말을 자연스럽게 했었는데 이제 이 말도 시대를 상징하는 말로 남겠네요.

Updated at 2020-11-28 15:06:45

외제차 대표격인 독삼사 중형들이 이제 할인 받으면 5천대면 사니까요.

제네시스 G80 이랑 가격 비슷하고  그랜저냐 산타페 풀옵 기준하고는 격차가 별로 크지도 않죠 

 

물론 여전히 고가의 차량은 맞지만 예전처럼 부자다~ 이런 느낌은 없죠 

여유는 좀 있나보다 정도.  좀 괜찮은 중산층 정도면 끌수 있고 2,30대  카푸어도 많고요.


놀랍게도 bmw 5시리즈 가격은 20년 전과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물가대비- 특히 부동산 가격 대비해보면 

당시에는 부자들이 탈만한 차였는데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도 접근가능한 차가 되었죠

20년 전에는 소나타 4~5 배의 가격이었는데 지금은 2배 정도 밖에 안 된다는게 놀랍죠.. 

 

이제 집 잘 갈아타면 3~5억 버는건 쉽습니다.  

시세차익으로 외제차 한대 라기보다는   시세차익으로 다른 투자 포트폴리오도 다시 구성하고 

할거 다하고  좀 남는 찌끄러기 돈으로  외제차 한대 뽑는거죠   

 

2020-11-28 17:47:36

뭐랄까.. 웃픈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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