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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E] 언더테이커: 최후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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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1-22 15:16:16

*개인 블로그에 언더테이커의 커리어를 정리하여 올린것 중 마지막 두편을 합친 글입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인물의 내리막길을 보는 것은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다.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좋은 점도 있지만,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넘어 안타까운 장면마저 나올 때는 세월이 원망스럽고 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울 수 있다. 과거의 명성을 잊지 못한 선수가 계속 나와 추한 모습만 보인다는 비판과 비난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박수 칠 때 떠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사람마다 걷는 길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가 약해진 것을 인정하고,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 끝이 오더라도, 그 끝만큼은 아름답게 끝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의 영웅이었던 자신을 위해, 그리고 그를 영웅으로 보고 교훈을 얻는 팬들과 후배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고 교훈이다.

 

언더테이커에게 은퇴란 단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고, 그로 인해 곧 은퇴를 한다는 루머가 수도 없이 나왔었다. 그의 새로운 업적이나 위대했던 대결은 모두 말년을 위한 선물처럼 비추어졌고, 그렇게 10년 이상을 그는 '은퇴'라는 단어와 줄다리기를 하며 활동, 휴식, 그리고 복귀를 반복했다.

 

무려 1년의 공백을 가진 후 2012년에 복귀한 언더테이커는, 그의 기량이 눈에 띄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와 트리플 H의 헬 인 어 셀 경기는 훌륭하고 감동적인 투혼으로 매우 큰 호평을 받았만, 몸이 성치 않았던 그의 움직임은 1년 전보다 많이 제한되어 있어 보였다. 이듬해 그와 CM 펑크의 대결 역시 굉장했던 경기로 큰 찬사를 받았으나, 경기의 내용과 달리 그의 해머링은 예전보다 시원치 않았고 기량이 더 좋아지거나 노련해 보이기 보다는 많이 힘들어하고 쇠퇴한 모습이 보였다. 오랜 세월간 축적이 된 부상으로 그의 몸은 점점 링을 버텨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 역시 모든 순간을 마지막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브록 레스너는 레슬매니아 XXX에서 월드 헤비웨이트 챔피언십을 원했으나, 그 대신 원하는 상대와 붙을 수 있는 오픈 컨트랙트 권한을 받게 된다. 불만을 품은 브록 레스너는 레슬매니아 불참을 선언하며 퇴장하려 하지만, 이때 공 소리와 함께 언더테이커가 나타나 그 괴수에게 초크 슬램을 날리며 레슬매니아에서의 도전을 선언한다.

 

언더테이커는 갈수록 약해져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스트릭’의 신화는 건재했기 때문에 그와 브록 레스너의 레슬매니아 XXX 대결은 여전히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었다. 그는 경기 초반 레스너를 압도했으나 중반부터는 많은 시간을 레스너에게 끌려다녔고, 이후 피니쉬 공방이 나오며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아보였지만 21번의 레슬매니아에서 그랬듯 마지막에는 언더테이커가 레스너의 힘을 견뎌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레스너의 세 번째 F5를 맞은 언더테이커는 카운트가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못하며, 그 누구도 감히 예상하지 못했던 레슬매니아에서의 패배를 당하고야 했다. 관중석은 야유나 환호 없이 경악에 휩싸인 채 조용했고, 전광판에는 ‘21-1’이라는 숫자가 뜨며 그 위대했던 ‘스트릭’의 공식적인 마감을 알렸다. ‘스트릭’은 언더테이커의 커리어를 가장 빛내는 업적이자 베테랑이 된 후에도 그의 강력함을 지탱해 주고 더욱 위대해지게 만든 장치였기 때문에, 언젠가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되는 기록이었으면서도 막상 그것이 현실이 되자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보다 더 씁쓸하게 남은 것은, 이 위대했던 기록이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경기와 함께 끝이 났다는 점이었다. 언더테이커에게 패배는 익숙한 것이었고 그것이 '스트릭'의 끝이라고 해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었지만, 언더테이커의 팬들은 그 패배가 매우 좋은 상대와 훌륭한 경기로 끝나기만을 바랬다. 브록 레스너의 승리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으나 나중에 그가 WWE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괴물이 되면서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러나 경기는 안그래도 상태가 우려되었던 언더테이커가 초반부터 뇌진탕까지 당하자, 딱히 실수가 생기진 않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이 나오지도 않았다. 결국 이 경기는 언더테이커와 브록 레스너의 커리어에 크게 남을 만한 퀄리티의 경기가 되지 못했으며, 오직 경기의 결말만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되었다.

 

언더테이커의 커리어는, 이렇게 기억에 남지 않는 경기와 함께 씁쓸한 패배로 끝나는것 같이 보였다.

 


 



 


 

다행히, 언더테이커는 그 ‘스트릭’의 끝을 뒤로하고 이듬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레슬매니아 이 외의 이벤트에도 출전을 하는 등 이전보다 활동량을 늘리며 커리어를 이어 나갔고, 한 편으로는 무거운 족쇄이기도 했던 ‘스트릭’에서 벗어나 레슬매니아만이 자신을 정의하지 않게 만들었다. 여전히 그의 기량은 많이 내려온 상태였지만, 그 카리스마 만은 살아있는 모습을 보이며 브록 레스너와 이전 레슬매니아에서보다 훨씬 나은 경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2016년 이후 다시 1년 가까이 쉬고 로얄 럼블에서 복귀한 언더테이커는, WWE의 새로운 얼굴인 로먼 레인즈와 처음 마주하고 그에 의해 탈락하며 짧지만 굵은 순간을 만들어냈다. 두 선수의 짧은 만남은 곧 레슬매니아의 대결로 이어졌고, 로먼 레인즈는 WWE에서 이미 현재와 미래를 이끌 인물이었던 반면 언더테이커는 더 이상 그를 레슬매니아에서 특별하게 만드는 ‘스트릭’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패배를 예상하는 팬이 많았다.

 

그 예상은 정확했고, 언더테이커는 2014년에 이어 두번째 레슬매니아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그 패배하는 과정과 모습은 3년 전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참혹했다.

 

 

 

 

 

 

 

2017년 30인 로얄 럼블 매치에 출전한 언더테이커는, 이 날 30번으로 등장한 로먼 레인즈에 의해 탈락되고 만다. 얼마 후 로우에서 다시 마주친 두 선수는 조용히 레슬매니아 간판을 바라보고, 언더테이커는 링을 그의 야드라고 주장하는 로먼 레인즈에게 초크 슬램을 날린다. 두 거대한 스타의 대결은 타이틀 없이 33번째 레슬매니아의 메인이벤트를 차지하게 되고, 이 야드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실히 승부를 내기 위한 노 홀즈 바드 매치로 확정이 된다.

 

타이틀 없는 레슬매니아의 메인 이벤트가 된 만큼, 이 경기에 담긴 의미는 매우 컸다. 로먼 레인즈는 WWE에서 오랜 시간 강자로 군림하고 가장 존경을 받기도 하는 언더테이커를 통해, 타이틀을 제외한 WWE 최고의 업적을 쌓는 것이 목표였다. 반대로 언더테이커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그의 경기를 최고의 무대에서, 현재 시대의 최강자와 붙으며 후배를 빛나게 해주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를 통해 경기의 내용은 언더테이커가 철저히 무너지는 것으로 설계되었고, 그는 무수한 체어샷과 로먼 레인즈의 시그니처 무브를 맞으며 완벽하게 패배했다. 항상 그 시대 최고의 선수를 빛내는데에 일조했던 언더테이커다운 결말이었다.


정말 비참했던 것은, 그 스토리를 멋지게 전달하는 것에 완벽히 실패한 언더테이커의 모습이었다. 경기 전 등장하는 모습부터 그가 조금씩 절뚝이는 것이 눈에 보였고, 시간이 지날 수록 상태는 더 심각해져 상대를 똑바로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탄탄해 보이던 그의 몸은 매우 불어 있었고, 그만큼 그가 강력해보이기는 커녕 그의 모든 움직임이 힘겨워 보였다. 27년동안 어떤 공격에도 싯업을 하여 무섭게 노려보던 그의 카리스마와 강력함은 찾아볼 수 없었고, 차마 제대로 볼 수 없었던 큰 실수가 반복되어 나오며 결국 커리어 사상 최악의 졸전이 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는 이 졸작이 마지막이었음을 암시하며 그의 글러브, 코트, 그리고 모자를 링 가운데에 단정하게 내려놓고 링을 떠났다.


팬들은 그가 마지막 경기를 가진것이라고 짐작하고 감사와 존경이 담긴 뜨거운 박수를 보냈지만, 그렇게 위대한 업적을 쌓은 영웅에게 이런 졸작이 마지막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수많은 팬들의 억장을 무너뜨렸다.

 


 



 


 

 

WWE는 'Thank You Taker'라는 문구와 함께 그의 커리어를 기념하는 상품을 내기 시작했다.그의 팬들과 프로레슬링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언더테이커의 커리어는 완전히 끝이 났다고 예상했다. 설령 그의 커리어에 남은 경기가 있다 해도,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오랜 말이 되었고, 그 예전의 로프 위로 날 수 있던 몸이 현실적으로 다시 돌아올 수는 없었다. 그만큼 그의 마지막이 될지도 몰랐던 그 경기는 큰 아쉬움으로 다가왔으며, 차라리 셰인 맥마흔을 꺾었을 때나 데뷔 25주년을 케인과 함께 했을 때, 아니면 ‘스트릭’이 깨졌을 때 그대로 떠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이런 수치스러운 결말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오직 다시 돌아오는 것 뿐이었지만, 갈수록 약해지고 망가지는 그가 또 한 번 복귀를 하려는 것은 또 하나의 졸작을 만들고 그의 명성에 더 먹칠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영웅이었고, 여러 교훈을 주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전설이 된 그가 굴욕적인 모습과 함께 커리어를 끝마친다는 사실 역시 팬들에게는 받아들이기 매우 힘든 일이었다. 또다시 패배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멋진 모습으로 교훈을 주고, 그럴 기회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을 잡아 언더테이커의 역사를 보다 깔끔하게 끝내는 것이 여전히 누군가의 영웅인 그와 그의 팬들을 위한 아름다운 마침표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그 아름다운 마침표의 기회를 다시 한번 잡고 도전하기로 했다.

 

 

 

 

 

 

 


 


 


 


 

챔피언십 도전의 권한을 얻는 것에 실패하며 레슬매니아에서의 경기가 잡히지 않은 존 시나는, 아주 오랫동안 팬들이 원하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언더테이커의 이름을 외친다. 그는 몇 주 동안 언더테이커를 자극시킬 만한 말과 행동을 하며 그의 간절함을 피력했지만, 언더테이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그의 도전에 응답하지 않는다. 레슬매니아 당일까지도 언더테이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존 시나는 크게 낙심하며 무대를 떠나려 한다.


바로 그 때, 슈퍼돔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링 위에 글러브, 자켓, 그리고 모자가 한 줄기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천둥 번개와 함께 그것은 모두 사라지고, 슈퍼돔에는 공이 울리기 시작한다.

 

레슬매니아 관중의 커다란 함성과 함께, 언더테이커는 2018년 레슬매니아에서 1년 만에 정식 복귀를 했다. 그를 애타게 찾던 존 시나를 쳐다보며 그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인 언더테이커는, 3분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 만에 존 시나를 매우 일방적으로 꺾었다. 존 시나의 위상과 아주 오래 전부터 꿈의 대결이었던 존 시나 대 언더테이커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이것은 상상하지도 못한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팬들이 원한 그 존 시나와 언더테이커의 대결은, 이미 이루어지기 힘든 과거가 되어 있었다. 한 시대를 대표하던 존 시나는 이제 정상에서 내려와 그 역시 언더테이커처럼 파트 타이머가 된 상태였고, 언더테이커는 그 꿈을 완벽히 실현해줄 수 있는 몸을 더이상 갖고있지 않았다. 그저 이 대결의 목적은, 언더테이커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WWE는 전설의 반열에 오른 선수를 상대로 언더테이커가 최고의 모습만을 보여준다는, 매우 파격적이고 특별한 대우를 그에게 해주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언더테이커는 몸이 많이 회복된 상태인 만큼 2017년 레슬매니아보다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전성기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지만 적어도 절뚝이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1년 전보다 날렵한 움직임으로 존 시나를 압도했다. 그리고 존 시나의 공격 도중 싯업을 하여 그를 노려보는 장면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상대를 압도하던 예전의 언더테이커 그대로였다.


결국 언더테이커는 그가 최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조건에서, 값진 승리와 함께 당당히 링을 떠났다. 그의 팬들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그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언더테이커는 이렇게 그의 프로레슬링 삶을 마무리하는가 싶었지만, 보다 완벽한 마무리를 원한 그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나타나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미국 외의 나라에서 하는 이벤트를 대표했고, 트리플 H와 숀 마이클스, 그리고 케인와의 협업을 통해 예전의 위대했던 추억을 되살렸다. 비록 그는 모두 쇠퇴한 기량으로 예전의 영광과는 거리가 먼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그의 카리스마와 등장은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아내고 있었다.

 

2019년이 찾아왔고, 레슬매니아 시즌이 다가왔으나 언더테이커의 모습은 이 기간동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레슬매니아의 빌드업은 언더테이커 없이 진행되었고, 결국 언더테이커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부상으로 빠진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레슬매니아에 등장하지 않았다. 다음날 그는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멀쩡했던 그가 정작 레슬매니아 당일에 나오지 않은 것은 이제 지금의 시대에 언더테이커가 필요하지 않은 존재라는 명확한 메시지였다. 쓴 맛의 현실이었지만, 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레슬매니아 출석이나 현재 시대와 어울리는 것 보다는 오직 언더테이커만의 완벽한 결말 뿐이었다.

 

그렇게 레슬매니아가 지나간 이후 슈퍼 쇼다운에서 가진 그와 골드버그의 메인이벤트 대결은 비록 노장들의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꿈의 경기 중 하나로 많은 기대를 받았으나, 끔찍에 가까웠던 실수와 경기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이 날 경기 도중 큰 부상으로까지 이어질 뻔했던 사고는, 그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마지막이라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를 더욱 압박하는 계기가 되었다. 실망스러운 경기를 연속으로 보여주게 된 그 스스로도 이제는 한계가 명백히 보였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완벽한 결말을 걸고 그의 몸과 그의 가족에게 더 이상의 위험을 줄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골드버그와의 졸전을 빨리 잊게 해야 했던 언더테이커는, 약 한달만에 다시 링으로 돌아와 로먼 레인즈와 태그팀을 맺어 경기를 가졌다. 매우 오랜만에 미국의 PPV에 등장한 그는, 젊은 선수들과의 협업과 태그팀의 이점을 이용하여 제한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근래 가진 경기중 가장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큰 실수 없이 그의 태그팀 경기는 매우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말년의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언더테이커의 ‘멋’은 건재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무엇보다 이 날 그는 로먼 레인즈에게 그가 이 야드의 새로운 주인인 것을 받아들이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2년 전 초라하기만 했던 대결도 결국 감동의 결말로 마무리 지었다.

 


 

 

 

 

 

 

 

더이상 훌륭한 경기를 보여주기 힘든 몸상태에서 마지막 경기였다고 해도 만족할 만큼 좋은 태그팀 경기를 가진 그에게, 36번째 레슬매니아 시즌을 앞두고 나타난 상대는 바로 AJ 스타일스였다. AJ 스타일스 역시 분명 전성기를 지난 베테랑이었지만 여전히 WWE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가지고 있었고, 오히려 매우 오랜 경험으로 언더테이커와 같은 노장이 WWE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선수였다. 2018년 복귀 후 아직 공식적인 은퇴 선언을 한 적이 없고, 여전히 어느 시점이 그의 마지막이 될 지 확실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언더테이커는 AJ 스타일스의 대결을 통해 2년만에 레슬매니아 무대에 복귀하게 되었고, 10년 전이었다면 당연히 최고의 기대를 받았을 그와 AJ 스타일스의 대결은 기대 반 걱정 반과 함께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 대결은, 언더테이커가 그토록 원하던 그 그림을 그려내고야 말았다.

 

 

 

 

 

 

 


AJ 스타일스가 WWE의 전설들을 도발하는 연설을 하자, 언더테이커는 그의 경기들에 등장하여 번번히 승리를 빼앗아 간다. 분노한 AJ 스타일스는 그에게 도전을 하고, 언더테이커가 수년 전 은퇴했어야 한다는 도발도 모자라 그의 아내 미셸 맥쿨까지 언급하며 그를 크게 자극한다. 그런 AJ 스타일스를 향해 언더테이커는, 아주 오래 전 사용했던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며 오토바이를 타고 공동묘지로 향한다.


갑자기 전 세계를 뒤엎은 팬데믹과 그로 인한 레슬매니아 최초의 무관중 이벤트 결정은, 30년 경력의 언더테이커에게 새로운 경험을 갖게 했다. 관객도, 링도 없는 바깥의 묘지에서 오랜만에 생매장 경기를 가지게 된 그는 이를 위해 캐릭터의 또 다른 변화를 감행했다. 두건을 쓰고 메탈리카 음악, 오토바이와 함께 등장해 트래쉬 토크를 날리는 그의 모습은 20년 전 ‘아메리칸 배드 애스'와 '빅 이블’을 연상케 했다. 또한 그는 아내 미셸 맥쿨을 거론한 것에 대해 분노하는 동시에 AJ 스타일스의 공격에 앓는 소리를 내는 55살 마크 캘러웨이의 모습을 보여줬으며, 동시에 그는 여전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드맨’ 언더테이커의 모습도 보여줬다. 세 가지의 모습이 혼용된 상태에서 본야드 매치는 영화와도 같은 영상과 이야기 흐름으로 대 호평을 받았고, 레슬매니아 36의 첫 날은 이 메인이벤트와 함께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비록 이 경기는 링 안에서 라이브로 이루어진 프로레슬링 경기가 아니었고, 그들에게 박수를 쳐줄 관객 역시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언더테이커는 ‘레슬링’보다 그의 특별한 ‘캐릭터’로 30년을 살아남은 선수였고, 이 본야드 매치는 그 캐릭터성을 강조하며 언더테이커의 특징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스스로도 더이상 신뢰할 수 없었던 그의 몸 상태를 잊게 하고 오직 강력하고 멋있는 모습만이 나온 이 대결은 언더테이커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었다.

 


새로운 시도의 성공, 레슬매니아 메인 이벤트와 레슬매니아 통산 25승 달성, 그리고 그 경기를 향한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까지. 이 본야드 매치는 언더테이커가 3년 전 이루지 못하고 이후 미련과도 같이 쫓고 집착하던 그 완벽한 결말에 가까운 것이었다. 비록 그에게 직접 박수를 쳐 줄 관객이 없었다는 것이 그의 또 한 번의 매치를 생각하게 했지만, 그에게 더 이상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을 걸고 도전할 시간이나 기회는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미 훌륭한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한 그는, 미련과 열정을 모두 떠나보내고 그의 다큐멘터리인 ‘라스트 라이드’를 통해 카우보이가 이번만큼은 정말 퇴장하게 되었음을 알렸다. 지금까지 마지막의 느낌을 주는 장면을 수차례 보이고 레슬매니아 33에서의 결말 역시 사실상 은퇴를 선언한 것이었지만, 그가 직접 그의 입으로 발표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2020년 4월 6일 오토바이를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끝으로, 언더테이커의 프로레슬링 인생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언더테이커는 은퇴를 했고, 마크 캘러웨이는 가족의 품으로 안전히, 그리고 완전히 돌아갔다.

 


 



 


 

 

30년의 커리어 동안 그는 많은 시대를 거치며 활약했다. 그는 한 시대의 첫 페이지를 시작하는 혁명가는 아니었고, 한 시대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최고도 아니었다. 그는 혁명보다는 진화하는 프로 레슬러였고, 1위는 못됐지만 항상 어떤 시대에도 꼭 필요한 중추였다. 그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고, 관객뿐 아니라 수많은 후배 프로레슬러들에게도 귀감이 되어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는 영웅이었다. 그는 존경받는 전설이었다.

 

그 위대한 명성에 금이 갈 정도로 바닥을 친 상태에서 프로레슬링 인생을 끝낼 뻔했던 그는, 벗어 던진 장갑을 다시 끼운 후에도 안타까운 모습으로 비난과 조롱을 받았지만, 결국에는 그 사명을 다하는 데에 성공하고 30년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런 시행착오 끝에 찾아온 작별과 함께, 그는 팬들과 그의 후배들에게 마지막까지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누구나 그들 만의 정상에서 내려오고, 누구에게나 마지막은 존재한다. 그 내려가는 길은 올라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잔인하며, 그로 인해 스스로를 집착 속에 가두고 비참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난 마지막 순간은, 그의 역사와 그 역사를 함께한 모두에게 아름다웠기를. -The Final Message-




 




 



원글

1:  | https://blog.naver.com/…

2:  | https://bl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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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1-22 11:12:21

 브록과의 레메 경기때부터

언더옹 팬들에겐 지옥의 시작이었죠..........

회사의 입장이 있고 이제 과거가 되었으니 잊어야겠지만....

언더옹의 은퇴식때는  wwe 챙겨봐야겠네요. 

WR
2020-11-22 15:19:07

저도 작별인사 한다는 내일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0-11-22 11:17:10

본야드 매치를 9시간 녹화했다고 하던가요...
비슷한 형식이면 스팅과의 드림매치도 가능할거란 기대가 나왔었는데, 스팅은 더 나이가 많아서...

WR
2020-11-22 15:21:52

스팅의 나이도 있고.. 언더테이커도 시간이 길고 아드레날린이 중간에 계속 끊겨 힘들었다고 하네요.

2020-11-22 12:42:59

블로그 통해서 케인글과 트리플H 글도 참 재밌게 읽었는데 매니아도 하시는군요.
글의 퀄리티는 물론 언더케이커에 대한 애정도 너무 잘 느껴져서 술술 읽었습니다.

WR
2020-11-22 15:22:11

헉 다른 글도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2020-11-22 13:08:48

어린 시절 참 좋아했던 레슬러 중 한명입니다. 툼스톤이나 초크 슬램 외에도 눈 뒤집어 뜨고 혀를 내미는 퍼포먼스나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 등 참 인상 깊게 봤었고 따라도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오랜만에 어린 시절 추억에 잠기게 해주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WR
2020-11-22 15:24:55

언더의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어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2020-11-22 13:09:16

정말 개인적으로 레스너랑 로만 레인즈와의 레매 경기에서 너무 실망을 많이해서,, 그 이후로는 아무리 경기를 봐도 감흥이 아예 없더라구요,,, 레인즈랑 경기할때 경기내내 절뚝거리는 모습이 너무 충격이였습니다...

WR
2020-11-22 15:27:49

저도 보통 큰 경기는 한번만 보지 않는데 레인즈와의 경기를 보고 충격받아 1년이 지난 후에야 그 경기를 다시 보고 언더테이커에 대해 이것저것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2020-11-22 14:24:54

 언옹도 숀이 은퇴할쯤에 은퇴하는게 맞긴 했는데 최근 다시 장기계약을 맺은거 보면 짧은 스쿼드 매치나 기믹매치로 한번씩 뛰었으면 좋겠습니다. 

WR
2020-11-22 15:29:44

상황이 매우 안좋고 빈스맥마흔이 부탁하면 고민해보겠다고 하긴 했는데.. 워낙 좋은 마무리를 찾는데 고생을 해서 정말 다시 뛸지는 모르겠네요. 우선 내일 세그먼트에서 무엇을 할지 궁금합니다.

2020-11-22 20:33:55

정성글엔 추천이죠!!
국민학교 때 외국방송으로 처음 접했던
언더테이커의 백안은 아주 무서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WR
2020-11-22 22:25:13

한국에서는 정말 웬만해선 모든 세대가 알고 접한 전설이지 않을까 싶네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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