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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주의) 새벽에 잠이 안와서 써보는 두서없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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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8 03:13:10

매냐에 가입한지 한참 되었지만, 제 글을 쓰는건 처음인거 같네요. 그동안 자주 오던 사이트이기도 했고,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저도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오늘 술한잔 하고, 하고싶은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보통 11시즈음 주무세요. 전화를 잘 안하는 그런 아들이었는데, 엊그제와 어제 어머니 생각에 전화를 드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오늘 강의실에서 공부하던 중, 12시 반이 넘은 시간에 갑자기 전화가 오더라구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네요. 어머니의 먹먹한 목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지더라구요. 당장 내일 아침 기차를 예매하고, 다음주에 있을 시험 때문에, 교수님들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약속을 잡아두었던 친구들과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기숙사에 와서 침대에 누웠습니다. 근데 밤샘 공부를 위해 먹었던 커피 때문인지 잠이 안오네요.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건강이 안좋으셨어요. 담배를 오랫동안 피시기도 했고, 파킨슨 병도 있었습니다. 약간의 치매도 있으셨구요. 본격적으로 건강이 안좋아지신건 작년이었네요. 작년에 제가 고3 수험생활을 하던 도중에도 한번 학교에서 병원으로 갔던 적이 있네요. 다행히 그때는 별 일 없이 지나갔습니다만, 그때부터 이런 고민을 하긴 했네요. 

 

생각헤보면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참 많았던거 같아요.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어릴적 작은 오토바이 가게를 하셨는데, 할아버지 댁에 가면, 항상 오토바이 가게를 따라갔었어요. 오토바이를 정비 할 때 쓰던 기계에 올라가서 놀기도 했고, 근처 공원이나 박물관을 같이 갔던 기억도 있네요. 이런저런 곳으로 여행도 같이 다녔습니다. 


사실 조만간 이런일이 있을거라고 준비는 하고 있었어요. 코로나가 심해지기 전부터 할아버지가 편찮으셨고, 얼마전에 요양원에 들어가셨는데, 그때도 아버지께서 '코로나 때문에 면회를 못가는데, 연세도 있으시고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셨어요. 얼마전에 본가에 내려갔을때도 할아버지 면회 날짜에 맞추어서 갔는데 그때 같이 점심을 먹었어요. 그런데 죽도 잘 못넘기시는걸 보고는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날 집에 돌아와서 혼자 울기도 했어요.

 

그런데 막상 이런 일이 닥치니까 눈물이 나지 않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아직 실감이 잘 안나기도 해요. 아직 어린 나이라 장례식을 가는 것이 처음이기도 합니다. 내일 무슨일을 할 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 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 모두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이래서 실감이 안나는 거일수도 있겠어요.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얼떨떨 하네요. 내일 내려가서 부모님을 뵐 자신도 없고, 장례식장을 갈 자신은 더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자면 9시 기차를 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매냐 여러분들은 이럴때 어떻게 하셨나요? 아마 4시간 뒤면 씻고 기차역으로 가고 있겠죠. 그때까진 생각을 정리하고,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이 정리되고 나면 이 글을 지울수도, 남겨둘 수도 있습니다. 모쪼록 잘 해결됬으면 좋겠어요.

 

새벽에 두서없이 쓴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고 나서도 아마 잠들지는 못할거 같아요. 기숙사 통금이 지나면 나가서 산책이나 하려구요. 걷다보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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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10-18 03:21:04

힘내세요 :)

2020-10-18 03:22:25

저도 처음 할머니 장례를 치루기 전엔 얼떨떨했는데
장례 치루면서 슬픔 다 토해내고,
손님 인사 드리고, 어른들 잔심부름하고
마지막 화장까지 다 지켜보면 또 나름 슬프지만 잘 보내드리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부모 보내는 자식 마음은 정말 많이 아프다는 걸 느끼기도 해서 어머님 곁에서 큰 힘이 되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Updated at 2020-10-18 03:35:26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재작년 아주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일이 있어서 마음이 이해가 가네요.

학교일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옷도 준비되어 있을테니 가서 갈아입으시면 되요.

혹시 울거나 실수가 있어도 뭐라할 사람 아무도 없으니 씩씩하게 자기몫 하시길.

Updated at 2020-10-18 03:58:03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많이 간직하시고 있으신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우선 상주도 아니시기에 부담을 가질 것이 없다 생각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이기에 아버지를 위로해 드리시고 그저 곁을 지켜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가서 있으시다 보면 많은 감정들도 올라올 것이고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나름 어떤 의미도 찾으실 것 같습니다. 창천님의 할아버지의 마지막으로 뵌다 생각하고 배웅 잘 해드리세요. 조심히 다녀 오세요.

2020-10-18 04:43:31

세달 전쯤에 할아버지를 보내드렸는데, 저희 할아버지께선 이미 오랜시간 누워계셨어서 돌아가실즈음에는 저나 가족들이나 마음의 준비가 돼있었던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 장례의 과정들에 참.. 마음 어려워지는 순간들이 많더라고요. 장례라는게 처음 겪는 일이기도 했지만요. 그러면서도 멀리있던 친척들이 서로 돕고, 고인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면서, 더 가까워지는 시간이었던거 같습니다.

 작년에 고3이셨으면 이제 성인이 되셨겠네요. 장례 과정에서 몸과 마음쓸일이 많을겁니다. 손주 입장에서 절차상 하실일들도 더러 있을거고요. 창천님을 포함해서 많은 가족분들이 비슷한 마음이실거라 생각하고 가족분들 도와서 씩씩하게 어르신 잘 배웅하시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2020-10-18 05:13:59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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