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MMA)에서 태권도와 가라데가 잘 활용되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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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아닌, 무술과 격투기를 좋아하는 일반인이 쓴 글임을 알립니다*
종합격투기, 영어로는 Mixed Martial Art로 온갖 무술과 격투기들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입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건 "이종격투기 = 종합격투기"인데, 종합격투기는 말 그대로 금지기를 제외한 어떤 무술이든 상관이 없는 반면, 이종격투기는 서로 다른 무술을 배운 두 선수가 나와서 겨루는 형식이기에 규칙, 판정 등의 차이가 있습니다.
현대 종합격투기의 필수 요소는 두 가지로, 많이들 들어보셨을 타격과 그래플링이입니다. 조금 더 세세하게 나눈다면 복싱, 무에타이, 레슬링, 주짓수가 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 필수로 여겨집니다. 네 가지를 전부 잘하는 선수는 없더라도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못 하는 선수는 프로 무대에 설 수 없습니다. 타격을 잘하더라도 그래플링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면 금새 약점이 노출되고 공략당하기 마련이죠.
그 외에도 무에타이와 깊은 연관이 있는 킥복싱 출신 타격가들이 많습니다. 현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 웰터급 랭킹 5위의 스테판 톰슨이 킥복싱 출신이죠. 아데산야는 75승 5패 1무, 톰슨은 57승 0패로 둘 다 극강의 타격가이죠. (톰슨은 순수 킥복싱이 아닌, 가라데가 섞인 스타일입니다)
그럼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잘 등장하지 않지만 일반인들에게 친근한 무술은 무엇이 있을까요? 태권도, 가라데, 유도가 그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유도의 경우 초근접 클린치 상황에서 유도식 메치기, 잡기가 활용되고 그라운드 상황에서는 암바가 가끔 나오긴 합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유도에 기반을 둔 선수가 아닌, 주짓수를 수련한 격투가들이 서브(Sub)로 활용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유도는 도복을 입고 하는 특성 때문에 종합격투기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상대의 도복 깃을 잡고 컨트롤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유도의 특성상 상의를 탈의한 후 진행되는 종합격투기에서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죠. 레슬링, 주짓수 등의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유도를 기반으로 하는 격투가는 드뭅니다.
*태권도에 관련된 서술은 제가 직접 태권도를 수련하면서 얻은 경험과 배운 내용 위주입니다*
태권도, 가라데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현대 태권도의 경우 겨루기 시 발 사이의 간격을 넓히고 발 뒤꿈치를 들어 거리 조절과 민첩성을 극대화 하는 자세를 체택합니다. 발차기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편하게 나가기 위해서 앞손만 (방어를 위해) 유지하고 팔은 가드를 내리는 형태죠. 온갖 방향으로 공격이 들어오고 태클까지 견제해야 하는 종합격투기에는 부적합한 자세이죠. 넓게 벌어진 다리 로우킥에도 취약한 약점입니다.
이는 가라데의 영향을 받은 선수들도 공유하는 특성입니다.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이었던 료토 마치다, 앞서 언급한 스테판 톰슨 스타일에 가라데의 특징이 많은 선수들인데, 이들 역시 승기를 잡으려고 가드를 내리고 거리 조절을 하다가 카운터에 당해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맥그리거도 가라데를 사용하지만 절대 주력이 아니고, 스타일의 기반 역시 복싱입니다)
더군다나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으로 체택되면서 규칙의 변화를 통해 더 이상 종합격투기에 적합하지 않은 무술이 되었습니다. 올림픽이에는 이미 원초적인 형태의 싸움과 가장 닮아 있는 복싱이 정식 종목이었으며, 가라데 역시 정식 종목 후보였기 때문에 가라데, 복싱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애초에 타격기 무술이라 레슬링처럼 잡기술을 할 수도 없고 주먹싸움은 복싱이 점령했으므로 발차기 위주로 무술이 변화한 것이죠. 안전상의 이유로 정권지르기 역시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화려한 발차기를 장려하기 위해 상대의 하체를 차는 '로우킥'은 허용되지 않고 회전 발차기로 머리를 타격할 시에 얻는 점수는 더 많도록 규칙이 변경 되었습니다. 올림픽 종목으로 체택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사용한 것이죠. 위 과정을 거쳐 스포츠화 된 것이 현대의 태권도 입니다.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는 데에 있어 필수인 무에타이와 비교해도 태권도가 쓰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종목 특성상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최대한 큰 피해를 입혀야 하는데, 선수들이 무릎과 팔꿈치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죠. 태권도에도 무릎과 팔꿈치를 이용한 공격이 존재합니다만, 비중이 적고 겨루기에서 사용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태권도를 스포츠 여기는 수련자는 품새가 아니라면 굳이 연습하지 않죠.
이 글은 절대로 특정 무술이 열등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격투기, 무술 등을 좋아하고 실제로 수련도 한 입장에서 관심 없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친절하게 알려드리려고 작성한 글입니다. 유투브 댓글 같은 곳에서 "UFC에 안 나오면 무용지물 아니냐?"라는, 근거도 없고 설명도 없는 비난이 가득하길래 속상하기도 해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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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현 MMA룰에 가라데와 유도, 태권도 스타일이 안 맞는 겁니다. K-1맥스를 박살내버렸던 쁘아카오조차 독주를 막으려고 룰을 바꾸니 무척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