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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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30 01:35:21
달이 밝습니다.
어려서 달에는 정말 무언가가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세월이 가니 레밍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것도,
꿀벌이 목숨을 다해 싸우는 것도,
무엇도 신비한 것들은 없었습니다.
술은 익으면서 거친 맛을 없애서 깊은 풍미가 난다지만
풍파에 깎인 삶에는 무슨 맛이 날까요.
가을 바람이 빈 방에 고요하게 불어옵니다.
집을 열면 반기는 낡은 신발들.
집을 떠나면 나를 반기는 누군가가 버린 담배꽁초들.
낡은 수도꼭지에서 새는 물도,
담벼락에 낀 이끼조차도 사랑하길 원했습니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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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무슨 맛이 나겠습니까.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