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리기 좋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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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3 17:16:21
뭔가를 자꾸 잃어버리기 좋은 시절이다
잘 챙겨야지, 수십 수백 번 다짐해도 부질없는 일
날씨가 좋아서 낮엔 걸치고 밤에는 입었던 겉옷도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겠노라 들고 다니던 지갑도
수없이 잃어버려 봤지만
그대를 잃어버렸던 날은 어떻게 버텼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일
일부러 놓아두고 오는 것과
잃어버리는 것 사이에 주춤하게 서 있다
손에 익을 만하면 잃어버리고 마는 것들이
잃어버릴 만하면 일부러 놓아두고 온 것만 같아
어쩌면 그대의 기억을 잃어버릴 때쯤
나도 모르게 마음속 한 켠에 일부로 두고 오는 건 아닌지
안절부절 못하며 기어코 되짚어 가는
그대와의 추억
날씨를 탓할거면 눈과 비 그리고 화창했던 모든 날에 울고 웃었던
나의 태도를 바꿔야지
사랑 일시적인 그 감정의 탓을 할거라면
사랑이라는 말을 멀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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