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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아동의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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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8-06 15:04:47

저는 아침마다 여느 사람과 같이 휴대폰을 확인합니다.

저는 루틴성애자라서 아침마다 휴대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는것도 순서가 있습니다.

 

아무튼 카톡을 확인하는데, 새벽 3시경에 파트너 선생님께 온 문자가 있었습니다.

보육원 아동의 친모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지요. 암으로 오랫동안 병원에 있던 분이고, 최근엔 위독하기도 했었어서 아주 급작스런 일은 아니었습니다.

 

출근해서는 아무래도 큰 뉴스이다보니 사무실과 빈소 방문 이야기를 나눴고, 파트너분과 인수인계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확실한건 경황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것은 저희 반 고2짜리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래도 반 최고 형이다보니 타 아동의 일을 알리게 되었는데, 파트너분이 아이의 반응을 듣고는 많은걸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침에 그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자, 돌아온 답변이

 

"어른들 진짜 이기적이네요."

 

왜그러냐는 질문에,

 

"건강할 때는 학대하고 때려서 아들을 보육원 보내놓고는, 죽을때 되서는 얼굴보고 싶다고 불러서 XX한테 고통스러운 잔상만 남기고 가네요. 진짜 이기적이다."

 

흠...뭐라고 마무리할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부모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다른 아이의 일에 투영해서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너무나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생각했습니다.

 

내일 빈소 방문건때문에 왔다갔다 움직이고 전화받고 했더니 덥네요.

윗지방 분들은 비 피해 조심하시고, 아랫지방 분들은 습도 높은 날씨에 컨디션 관리 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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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8-06 15:42:46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아이의 말이네요

"그래도 혈육인데 만나봐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라는 막연한 드라마 대사가 떠오르긴 한데 이것조차 그 아이에겐 상처가 되는 말일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 보면 진짜 임종 직전에 저런 만남은 학대해온 가해자의 미안하단 말 한마디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WR
3
2020-08-06 15:52:43

사실 따지면 관련된 아이와 돌아가신 부모와 왕래는 계속 있었습니다. 방학때 자주 집에 갔었고요., 

 

그런데 고2 아이는 그런 왕래마저도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보였던거죠.

 

사실 아이를 버렸던 부모들이 퇴소할때 즈음되면 연락이 많이 옵니다. 애들은 부모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때서야 알게 될때도 있죠.(뭐 의도야 잘 아시겠죠?)

그래서 만나려고 할때, 저희는 아무래도 만나라고 하는데 아이들은 되게 거부감 느낍니다. 그럴때마다 어떻게 해야될지 참 고민이 많습니다.

2020-08-06 22:33:55

무슨 의도인가요?

WR
2020-08-07 13:50:07

입소를 하면 후원금 계좌를 개설해서 후원금을 받고, 퇴소를 하면 자립정착금과 디딤씨앗 지원금등을 받게 됩니다. 집도 구할 수 있게 도와주죠.

아무래도 오랜기간 지내다보면 그 나이대에 갖기 힘든 금액을 퇴소때 받게 됩니다. 뭐랄까 보육원 아동으로 지낸 것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보상이랄까요.

 

그맘때쯤 연락오는 부모들은 대부분 그 돈을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때서야 찾아온 부모를 만나기를 꺼려합니다.

그리고 어쨌든 만나게 되더라도 금방 돌아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학을 떼고 연락을 피하죠.

2020-08-07 12:56:28

아이들이 퇴소할 때 즈음에 연락이 많이 온다고 하셨는데, 그 의도가 무엇인지 말해주세요~
정말 몰라서 물어봅니다.

WR
2020-08-07 13:50:54

바로 위 엘시님 댓글에 단 글로 갈음합니다.

1
2020-08-06 17:28:36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이렇다 저렇다 쉽게 얘기하기엔 저 아이가 짊어진 상처가 너무 커보입니다...

WR
1
2020-08-06 21:28:48

보육원에서 정상적인(표현이 이상한데) 멘탈로 성장한 아이들은 정말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자랍니다.

근데 어쩌면 저런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더 좋습니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남들이 보기에 사회성이 떨어진 아이로 자라면 저런 감정도 모르는 사람이 되요. 그게 더 슬프고 화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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