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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8)] 비의 종류, 짧은 글 유행(90년생이 온다), 쇼스타코비치D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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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3 19:57:58

안녕하세요 리스펙트입니다.

예전부터 시리즈로 적어오고 있던 이야기, 에피소드, 교양 등 엮은 글입니다. 

 

1. 비의 종류

 

 

수호지를 읽을 때는 108 도적/영웅의 별명을 외우는 것도 또다른 재미거리입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흑선풍 이규, 지다성 오용, 벽력화 진명, 소이광 화영, 소선풍 시진 등 

영향을 받아 어렸을 적 저도 이야기를 만들어보면서 등장인물의 별명을 지어보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수호지의 주인공 송강의 별명은 "호보의" 또는 "급시우"였는데, 급시우가 무슨 뜻인가 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때 맞춰 내리는 비(及時雨)"라고 하네요. 송강의 의가 다른 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잘 표현한 듯 싶습니다. 

 

그러고보면 한자어에서는 비를 표현하는 언어가 다양합니다. 

요즘처럼 물동이로 쏟아붓듯 비가 내리면, 물동이 분자를 써서, 분우(盆雨)라고 하고,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같으면, 하늘에서 비가 샌다고 해서, 천루(天漏)라고 하며,  

이에 따라 땅이 완전히 젖으면 뚫을 투자를 써서, 투우(透雨)라고 하고, 

가끔 거세게 내리면, 말이 달리는 듯하다 하여 달릴 취자를 써서, 취우(驟雨)라고 합니다. 

조금은 문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손님 발길 막는 비라고 하며, 유객우(留客雨)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를 지칭하는 말을 공부해봐도, 아무래도 급시우가 제일 멋진 것 같네요.

마치 야구 적시타처럼, 때 맞춰 오는 비는 모두에게 감사한 일일 것입니다.

송강이 주인공인 이유는 별명에서부터 잘 알겠습니다(수호지에서 송강이 제일 답답했던 것은 안 비밀). 

 

2. 짧은 글 유행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90년생의 세 가지 특징을 내세우는데, "재미, 간단, 정직"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대체로 공감하지 않은 바가 크기는 합니다. 어느 세대가 안 그러겠냐는 기본적 시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90년생으로 인해 사회 분위기가 달라짐을 피부로 느끼고, 이를 제대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책으로 "90년생"이라는 대명사가 확립되고, 이해의 폭을 넓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명확합니다. 

 

그 중에서 90년생은 "간단"을 추구한다는 부분을 봅니다. 쉽게 말해, "세줄요약"으로 정리될 수 있는데, 길고 장황한 글보다는 간단하고 명료한 이미지를 선호한다는 것이겠습니다. 이에 따라 요즘은 "짧은 글"이 유행한다고 합니다. 예컨대, 조금 유행이 지나기는 했지만, 하상욱의 "서울시" 책이 대표적일 것 같습니다. 

 

나만 이런걸까, 다들 즐거울까 - 불금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닌 - 유행

계속 너만 보여 - 살짝 찍힌 부분 

알콩달콩 좋아 보여, 재밌게도 사는구나 - 옆사람 카톡 

내가 다른걸까, 내가 속은걸까 - 맛집

 

하지만 이런 류의 글은 사실 유행이 유구합니다. 

시조는 3줄이고, 당시는 오언절구 4구인데다, 일본 하이쿠는 3구 17자입니다. 

 

말이 나온김에, 인상깊은 당시와 하이쿠를 적어봅니다. 

 

침상 앞 달빛을 보니 

땅 위 서리 같다

고개 들어 산 달 바라보고 

고개 숙여 고향 생각한다 - 이백, 정야사 

 

봄의 첫날, 나는 줄곧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 - 바쇼 

고요함이여, 바위에 스며드는 매미의 울음 - 바쇼 

 

어느 세대에 특정한 성향이 있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세대의 문제라기보다, 시대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인간의 특성이라기보다, 문화나 유행의 속성이라 생각합니다. 

느끼는 것과 바라는 바는 사람에게 보편적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3. 쇼스타코비치 DSCH 

 

 

 

르네상스 시대 궁정 작곡가 조스캥 데 프래(Josquin des Prez)는 "미사 라솔파레미"라는 곡을 남겼는데, 사실은 'la sol fa re mi'가 이탈리아어 'Lasciz fare mi"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저를 내버려두세요."라는 뜻입니다. 

 

이처럼 단어나 말에서 이끌어낸 모티브를 이용하는 것을 음악에서는 "소제토 카바토(soggetto cavato)"라고 한다고 합니다. 바흐도 시 플랫-라-도-시를 모티브로 사용했는데, 독일식 음체계로는 B, A, C, H라고 합니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쇼스타코비치는 레-미 플랫-도-시를 이용했는데, 이는 드미트리의 D와 쇼스타코비치를 독일식으로 표기했을 때 첫 세 개 알파벳인 S, C, H라고 합니다. 이는 1953년 교향곡 10번에서 처음 드러나는데, 작품 발표시기와 DSCH 모티브 관계가 의미심장합니다.

 

쇼스타코비치는 20세에 첫 교향곡으로 데뷔했는데 소비에트 연방이 낳은 최초 천재로 주목을 받습니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는 스탈린을 두려워했고, 스탈린이 그의 작품을 관람한 뒤 비평이 실례자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그의 삶과 작품은 이후 스탈린의 눈치를 보면서 위태롭게 이어나가게 되는데, 스탈린이 사망한 1953년 봄 이후, 쇼스타코비치는 여름과 가을에 빠르게 10번 교향곡을 작곡합니다. 

 

스탈린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비로소 예술가로서 자유롭게 사용할 음악적 암호로 쇼스타코비치는 DSCH를 사용하지 않았을까하는 것이 후대의 해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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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8-03 21:45:14

 수호지 어렸을 땐 많이 읽었는데 나이 들면서 본 적이 없네요. 오랜만에 보게 되어 반갑네요. 잘 읽었습니다.

2020-08-04 01:11:16

90년생이 온다는 저희 회사 관리자분들도 같이 읽으시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얼마 전 읽었는데, 신세대들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관리자분들의 마음에는 감사드리지만 솔직히 책내용이 그 분들께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책내용이 일반론적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제가 보고 느끼는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예전처럼 세대담론으로 묶기에는 너무 이질적인 집단인 것 같거든요.(그리고 신세대라기에는 이미 90년대생도 서른줄이라...)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WR
1
2020-08-04 06:58:58

네^^ 저도 주변에서 "90년(대)생"에 대해 이야기할때, 제가 읽은 책 내용 '재미, 간단, 정직'을 이야기해봤는데, 공감반응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90년(대)생들을 하나의 묶음으로 포괄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YOLO가 있는가하면, 한때 유행했던 "영수증"처럼 아껴쓰는 분들도 있고, 쉽게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이럴때는 세대로 바라볼게 아니라 시대 흐름과 분위기, 문화로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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