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옳았다
정리할 수 없는 생각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풀 수 없었던 많은 숙제와 짐들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가끔씩 짊어지고 있는 것이 숙제와 짐인지에 대한 질문은 했다.
만일 그저 타고난 마음의 어두운 부분이라서, 무게라서
덜어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변하는 것이 없다면 어쩌지 라고
고민했던 것 같다.
어떤 고뇌의 끝에서 해탈의 경지에 오른다거나
포기를 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침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작은 손으로 꼭 부여잡고 놓지 못했던 것은
뚫린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고 있어도
차라리 지금 이대로 죽어도 애써보겠다는 마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놓을 수 없었던 것' 이 맞다.
아무리 애써도 꼭 쥔 손이 놓여지지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어떤 경계가 허물어지고
닮은 구석을 재발견 하면서, 그 나약함이 보안되지는 않더라도
안아줄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 하나로
나는 구원을 향해 달려가는 작은 두 발을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의 어떤 약속에 있어서
지킨다는 마음 하나로 나는 지금의 나를 완성해 나간다.
지금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평생 해소될 것 같지 않았던 외로움이 조금씩 흩어지기 시작한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곳부터 그 사람이 서 있는 그 곳까지
모두 찬란한 것으로 채워나가려고 한다.
드라마틱하고 절절한 모든 것을 제외하고도 남는
그 딱딱한 덩어리는 그 무엇보다 나를 절실하게 반영하고
나를 반영하는 모든 것에서, 내가 지키고자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그 사람이 옳았다.
우리는 서로를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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