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감사편지는 필요일까요? 강요일까요?
16
2766
Updated at 2020-07-15 13:22:16
저소득층 장학생에게 기탁자께 드리는 편지를 쓰게 합니다.
이 프로세스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닙니다. 장학생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고, 기탁자 분께도 얼굴에 미소 하나 띄워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 취지도 존중하고요. 그런데 저는 이 감사편지가 그리 마음 편하지 만은 않습니다.
제가 장학생이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편지를 쓰는데,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고민합니다. 누군지 모르는 기탁자 분께 무슨 얘기를 들려드려야 할까요. 그리 편하지 않은 가정환경 얘기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까지, 진심을 담으려 노력하며 감사하다는 편지를 씁니다. 그렇게 선생님께 드리지요. 내 글이 어떻게 돌려읽힐지 걱정하지만, 장학금을 주시니 감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스스로 다시 생각해봅니다. 너무 나간건 아닌지. 당연히 받은 감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니냐. 라는 마음의 소리에도 귀 기울여 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감정은 남아있습니다.
'장학금을 신청하지도 않은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정한다. 이는 온전히 가정환경 때문인데, 그 어려운 환경을 입증하며 감사함을 강요하는 글을 쓰게 한다. 이건 과연 교육적인가?' 의구심이 여전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42
Comments
글쓰기 |
저도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에게 어느 분 덕에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정도만 알려주고, 학생 스스로 무언가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다고 하면 그 때 가서 이런저런 것들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