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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아주 나쁜 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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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00:05:41

https://youtu.be/dRT3tepdMyI

국내 일류 대학의 일급 연구실은 연구비도 많고 소속 대학원생도 많습니다. 연구 책임교수는 IF 높은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그런데 그런 저널에 실리는 논문은 유행을 타서 많은 사람들이 현재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토픽입니다. 그런 분야는 논문도 많이 발표되고 새로운 연구들이 굉장히 속도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그래서 그 연구실에서 하고 있는 것을 세계 다른 곳의 연구진들이 한 발 앞서 완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서둘러 경쟁을 뚫고 연구결과를 얻어야 합니다. 그것이 성공해서 권위있는 저널에 논문이 발표되면 그 분야에서 지명도를 얻게 되서 졸업 후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는데 유리해 집니다. 

 

얼핏 듣기에는 좋은 현상 같지만 모든 게 너무 급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대학원생들은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상실하여 단순하고 수동적인 실험 기계가 되어 버리기 쉽습니다. 졸업할 때 좋은 저널에 공저자로 참여한 연구는 많지만, 많은 디스커션을 통해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능동적으로 좋은 연구를 주도한 경우는 드물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졸업하면 미국의 좋은 곳에 박사후 연구원으로 가더라도 실험만 잘하는 만년포닥이 되기 쉽습니다. 

 

순수이론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뛰어난 이론 물리학자도 40대 중반이 되면 계산능력이 대학원생들보다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런 교수들은 주로 대학원생에게 논문의 계산을 맡깁니다. 그런 식으로 연구를 이어나간 대학원생이 박사과정을 마칠 때 쯤엔 출판한 논문은 많아도 본인 스스로 연구를 주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보통입니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움직이는 로봇 화학자를 이번 주 표지논문으로 소개했습니다. 

 

 

네이처는 6년 전에도 유기합성 실험을 수행하는 로봇을 표지논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데 이번 논문에 소개된 실험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예전과는 그 차원이 다릅니다. 몇년 후에는 대부분 실험실 연구자들이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위에 첨부한 동영상이 바로 실험하는 AI 로봇에 대한 설명입니다.



영국 리버풀 대학교 화학과 연구팀은 무게 400kg에 성인 남성의 키만한 움직이는 실험 로봇을 만들었는데, 이 로봇은 기존의 화학 실험실에서 연구원들과 똑같은 화학 실험도구를 이용해 자동화된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이 로봇은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과정에 사용되는 새로운 유기물 광촉매를 발굴하는 실험을 수행했는데, 로봇은 8개의 실험대를 돌아다니며 8일 동안 하루에 21시간씩 688차례의 실험을 홀로 수행해 기존보다 수소를 만드는 능력이 6배 이상 뛰어난 새로운 구조의 유기물 광촉매를 만들었습니다. 로봇 연구를 주도한 앤드루 쿠퍼 교수는 사람들이 같은 작업을 하려면 몇달 이상이 걸렸을 실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실험은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들 연구의 목표라고 합니다. 미래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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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7-12 00:34:32

와... 유기합성은 특히 손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정말 바뀔 수 있겠네요. 정말이지 창의성의 시대가 오는 것 같아요.

WR
1
2020-07-12 00:37:46

이건 6년 전 네이처 논문입니다. 앞으로 유기합성은 로봇 전유물이 될 겁니다.

https://www.nature.com/news/organic-synthesis-the-robo-chemist-1.15661

1
2020-07-12 00:40:46

이건 비단 이공계 대학원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노동을 필요로 하는 모든 분야에 적용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는 로븟들 때문에 러다이트 운동과 비슷한 사회적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22세기 쯤에는 로봇공학, 인공지능, 가상현실 이 세가지가 주요 기술(?)들이 아닐까 싶은데 자식을 낳게 되면 제 자식들이 로봇공학 쪽으로 관심을 뒀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현재 있네요 ㅎㅎ

WR
2020-07-12 00:46:00

아직 로봇이 못하는 활동의 공통점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을 생각해내는 활동입니다. 나중에는 이것도 반복탐색으로 로봇이 점령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로봇공학도 좋고, 사람이 상대적으로 로봇보다 잘하는 분야에 뛰어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1
Updated at 2020-07-12 00:44:04

유기합성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사실 이런 변화는 환영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차원적으로 나의 포지션이 로봇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되겠지만, 사실 유기합성은 십수년간의 트레이닝을 통해 실험기술에 대한 숙련보다 다양한 주제에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런 기계하나 있으면...좋은 연구 많이 할 수 있겠다 싶어 부럽습니다.

 

 

대학원생이 아니어서 드는 생각들이겠네요...

WR
2020-07-12 00:46:31

동의합니다. 

2020-07-12 00:53:32

대학원을 갈지 말지를 두고 고민하는 상황인데 이걸보니 정신이 정말 확듭니다. 좋은 소식 감사드립니다.

WR
2
2020-07-12 01:00:46

기술이 앞서 나갈 때 뒤쳐지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수한 교육을 받는 것입니다. 대학원 진학은 미래에 충분한 보상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생각없이 기계처럼 실험하는 대학원생이 되면 곤란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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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12 01:09:05

저도 환영할 소식이라 봅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학원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지도할 교수들에게 더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더 이상 이공계 대학원생들로부터 노동력만 착취하고 논문기계로만 훈련시키는 교육을 그만둬야 합니다.
박사 타이틀만 있지 생산공장 테크니션인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이 한국과학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이구요.

WR
2020-07-12 01:15:32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겁니다. 

1
2020-07-12 01:21:41

데이몬님께서 훨씬 더 잘아시겠지만, 실험을 메인으로 하는 연구라고 해도, 실제 실험 자체가 전체 연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봅니다. 물론 대학원생의 대부분은 실험에만 파묻혀서 정작 중요한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긴 합니다만, 어떤 가설을 세울것인지, 실험을 어떻게 설계할것인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것인지 등이 더더욱 중요하기에 자동화 시스템은 학생들에게 학문을 보다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카데미아에서의 연구는 사람이 직접하는게 더 좋다고 느낍니다. 학생들이 실험을 하면서 학문을 배워가는건 둘째치고라도, 실험을 하다가 실수를 하면서 찾아낸 아이디어들이 오히려 더 핵심인 경우들이 종종 있더라구요. 그게 과학의 발전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들을 했었구요.

그래도 저도 저런 기계 하나 있으면 좋긴 하겠네요.....

WR
2
2020-07-12 01:31:39

제가 나쁜소식이라고 한 이유는 지금 실험분야 전공인 대학원 초년생이 나중에 박사학위를 받고 포닥 자리를 찾을 때 쯤이면, 그 자리가 지금보다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테크니션으로 고용하는 실험 포닥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 것입니다. 그 대신에 말씀하신 것들이 더욱 강조되겠지요. 

 

우리가 기초과학에서 일본을 따라가기 힘든 것이 일본의 유명 학자들은 국내 학자들과 기본 자세가 다르다는 것을 몇번이나 직접 경험해서입니다. 대부분 유행을 무작정 따라가지 않고, 속성으로 논문을 만들지 않습니다. 학생 때부터 더너반미첼님이 말씀하신 기본들을 잘 지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연구라고 비웃어도 묵묵히 그 길을 가서 결국은 브레이크쓰루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과학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다릅니다.

2020-07-12 01:54:42

 일본 학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자국내에 국한시키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점을 보면서 일본이 우리보다 아직도 수십년 앞서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었습니다. 베일리님이 자주 시가총액 비교표로 소개해주시지만 화학 분야에는 무시무시한 다국적 기업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가 기초 분야에서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레벨까지 올라서는 것입니다. 기초분야부터 시작해서 첨단산업까지.. 잘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기업들의 어마어마한 규모를 볼 때면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WR
2020-07-12 02:04:27

일본은 화학, 화공, 재료공학에서 예전부터 절대강국이었습니다. 지금도 도쿄대와 교토대 화공과는 스탠포드, 버클리, MIT에 밀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저명 과학자들은 후학들을 외부 세계와 연계해주는데 아주 큰 의미를 두고 연구활동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가 기초과학 분야에서 일본과 경쟁하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학문을 대하는 자세입니다. 상을 바라보고 연구를 하거나 연구비를 목표로 하고 IF 높은 저널에 출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이런 것들은 학문의 본질과 거리가 멉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내적 동기에 의해서 연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져야 그 이후에 일본과 경쟁이 될 것입니다.

2020-07-12 03:51:34

사실 로봇이 인간은 대체하는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들이죠. 비단 학문의 영역에 있다고 해서 피해갈수있는 일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도태되는거고, 받아들이고 거기서 보다 나아가려고 하면 발전하겠죠. 이미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테크니션을 꿈꾸는 학생들에겐 미안하지만 어쩔수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직업은 다 로봇으로 대체되니 마니 하는데, 과학이라고 해서 그걸 피해갈수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기초과학에 대한 생각은 정말 동의합니다. 사실 첫번째 문단을 왜 쓰셨는지가 궁금했는데, 이제는 이해가 되네요.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IF가 좋은 논문을 위한 연구. 이거 진짜 심각합니다. 알파고가 이세돌과 대결을 펼친 이후에, 국내에 인공지능 연구 관련 예산이 급증했고,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을때 블록체인 연구 예산이 폭증했죠. 아마 올해부턴 코로나 관련 연구 예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겠죠. 근데 그렇게 갑자기 연구를 하게되면 결국 성과에 쫓기고, 할수있는거라곤 단순 반복을 통한 데이터 양 뻥튀기, 목적없는 융합연구 시도 이런거 밖에 못하겠죠. 물론 최신 트렌드에 데이터가 많고, 새로운 시도니까 IF가 좋은 저널에 논문은 나오긴 하겠습니다만, 그게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그저 무한 반복에 지나지 않기에 결국 로봇이 대체하겠죠. 참 답답한 현실이네요.

2020-07-12 01:32:58

주말에 술 많이 머시고 이제 들어와서 저기 전에 알람떠서 보는건데ㅜ문돌이는 감이 잘 안오지만 완전 복귀하셔서 좋네요

WR
2020-07-12 01:33:55

7월까지는 매니아에 계속 올 거 같습니다. 

2020-07-12 01:36:27

저 말고도 많은 사람이 매니아 찾는 이유즁에 하나가 데이먼남일 겁니다

WR
2
2020-07-12 01:49:33

8월초에는 아파트 재건축 때문에 20년 살던 동네에서 이사를 가야 하고 온갖 복잡한 일들이 있습니다. 그 전까지 자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07-12 01:41:45

wet lab을 기계가 차지해버렸네요. 유기실험을 기계가 하는 것을 볼 줄이야.. 예전에 수학이나 기계와 친하지 않은 친구들이 wet lab을 많이 선택했었는데 앞으로는 숨을 곳이 없어질지도 모르겠네요.

WR
2020-07-12 01:50:58

수시로 유해물질에 노출되면서 주말도 없이 실험실에 출근하는 학생들이 안스러웠습니다. 

Updated at 2020-07-12 13:27:59

요즘도 실험 테크니션 포닥을 많이 뽑는 모양이군요. 저는 실험이 없는 분야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의과학 분야에 있는 제 친구는 박사 1년차때부터 실험을 다 고용된 테크니션(포닥도 학생도 아닌 그냥 직원)에게 시켰다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10년전에 들은 이야기라 요즘은 테크니션 포닥 자리가 별로 없는 줄 알았네요. 

 

저는 이 소식이 테크니션 자리가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연구능력을 갖춘 박사 졸업자의 스펙이 많이 올라갈거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로봇들 덕분에 더 많은 아이디어를 단기간에 시도해볼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러면 좋은 연구능력을 갖춘 박사 졸업자들은 지금보다 더 많은 논문을 갖고 졸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지금도 요구되는 스펙이 경쟁적으로 더 올라가고 있는데..

 

재미있는 소식 감사합니다. (오타 수정했습니다.)

WR
2020-07-12 02:07:39

박사학위 없이 실험만 하는 테크니션도 고용하고 (테크니션 같은) 포닥도 고용합니다. 페이 차이가 제법 납니다. 글자 그대로 테크니션 포닥 자리는 거의 없지요. 포닥은 연구자이지 테크니션은 아니니까요. 말씀처럼 앞으로 연구능력을 갖춘 박사 졸업자의 스펙이 많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2020-07-12 07:15:45

흥미롭네요. 앞으로 이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갈지 궁금합니다. 저야 어찌저찌 살겠지만, 제 아들이 살 세상은 저와는 많이 다른 세상이 될 것 같아요. 애가 수학을 좋아해서 이과쪽으로 갈 것 같기는 한데 말이죠.

WR
2020-07-12 12:06:13

수학 연구도 예전처럼 혼자 틀어박혀서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각종 정보를 수집해서 종합하고, 응용하고, 첨삭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2020-07-12 09:05:07

근데 혹시 로봇 실험과 관련된 미국 주식 종목은 아시는게 있으신가요?

WR
2020-07-12 12:06:21

없습니다

WR
2020-07-12 12:04:34

앞으로는 말씀처럼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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