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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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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0 16:45:46

요즘 시끄러운 송추ㅇㅇ골을 보며 생각나는 추억이 있습니다.

저는 군생활의 4분의1정도를 송추에 있는 산중턱의 소초에서 탄약고 경계서는 일로 보냈는데요 그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첫번째. No more No body
군생활이 다 그렇지만 산중턱의 소초생활은 무료함과의 싸움입니다. 스카이라이프도 수신이 되다안되다하다보니 근무외의 시간엔 책읽거나 운동하거나 하는것인데 무료함의 소소한 활력소엔 단연 걸그룹이죠.
소초들어가기전에 걸그룹음반을 10장넘게사서 갔는데 카세트플레이어가 고장이였는지 한달도 안되서 대부분의 CD가 고장나고 원더걸스의 노바디앨범만 남았습니다.(몇개의 취향타는 힙합과 발라드앨범은 빼고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노바디앨범 열몇개의 곡이 전부 노바디였던겁니다. 그냥 노바디, 째즈노바디, 디스코 노바디, 영어노바디, 일어노바디, 가사없는 노바디 하루종일 노바디만 나오는데 정말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그때 박진영 욕을 얼마나 했는지

두번째. 모여봐요 벌레의 숲
당시 산중턱의 소초에서 30여명의 소대원들과 생활했는데 시기가 여름이라 별의별 벌레를 다 봤습니다. 아마 몰라서 그렇지 학계에 보고안된 미발견종도 있었을겁니다.
말도안되게 큰 팅커벨과 개미, 말벌등등 많았는데 그 중에 소초로 유독 많이 들어오는게 사슴벌레였습니다. 정말 많아서 며칠안가서 소대원들이 한두마리씩 기를 수 있을 정도 였습니다. 저도 두마리 잡아서 설탕물주고 벌레젤리 사서 먹이고 했는데 문제는 사슴벌레 오줌냄새가 장난아니라는겁니다. 싸기도 많이 싸구요.
며칠자나니 소초안에 사슴벌레 오줌냄새가 진동을해서 싸그리 파양했습니다. 남은 벌레젤리는 나무위에 놔뒀는데 개미가 다 가져가더군요.

세번째. 자라나라 미역미역
소초생활의 제일큰 난관은 '밥'입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행보관님이 던져주고 가시는 식재료들로 라면만 끓일줄아는 남자 30명이 머리를 맞대고 요리를 해야하는데요.
한 일주일은 먹을 수 있는게 안나오는데 그 와중에 요리에 눈을 뜨는 병사 한두명은 또 생겨납니다. 그래서 어영부영 먹고살수는 있습니다(일단 식재료는 넉넉히 나옵니다)
다음날 아침메뉴가 미역국이었던 요리담당 병사가 미역국 요리법을 제게 물으면 저는 휴대폰(스마트폰X)으로 어머니께 물어봐서 답을 알려줍니다. (미역을 물에 미리 불려놓고 참기름에 볶고 어쩌구저쩌구) 이게 기본 루틴인데요.
문제는 30인분의 미역양을 몰랐던 병사는 보급된 건미역을 솥에 전부 때려박은 후에 물을 살짝틀어놓고 잠을 잔겁니다.
그렇게 건미역은 생명을 얻어 취사장을 잠식해 온바닥을 남해미역양식장으로 만들어 놨습니다.
파도치는 미역의장관은 정말 잊혀지지않네요.

이 외에도 산정상에서 번개맞은 병사, 족제비 식료품창고 농성전, 철조망 너머 맞은편 자동차극장에선 미인도를 상연한다 등의 이야기도 있는데 글이 길어져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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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7-10 16:48:34

 

이렇게 빵터지는 군생활 얘기를

여자들은 왜 싫어하나 모르겠습니다.

2020-07-10 17:42:20

 남자 셋이 모이면 군대얘기가 절로 나온다는데

먼저 시작하셨으니 아마 댓글로 누군가 또 

2020-07-10 21:49:14

오 31사단 출신인가요.
전 말씀하신곳 아래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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