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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느끼려면,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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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9 20:40:57

행복을 느끼려면,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아래 Damon Bailey님 [사람이 행복을 느낀다는 것에 대한 진실과 오해]라는 글을 읽고 

저도 인상깊게 들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4531958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 내용과 들었던 강의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1. 행복은 생각이 아니다

 

행복을 생각이라고 여기면, 행복해지는 방법은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바꿔라."는 명령형 명제로 답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행복은 생각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런 행복 지침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행복은 생각이라기보다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겪어가는 경험은 뇌가 인식하여 만들어내는 복잡한 마법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행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되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되겠습니다. "우리는 언제 행복감을 경험하는가?" 

 

2. 우리 자신도 모르는 우리들, 인간은 100% 동물이다. 

 

소개팅에서 만났는데 왠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유를 굳이 대봅니다. 안경을 껴서, 머리가 2대8이어서, 담배를 펴서... 상대방이 어떻게 그 이야기를 전해듣고, 안경을 벗고, 펌을 하고, 금연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이 이어질 확률은 크지 않습니다. 본능 같은 것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말하는 BLINK 같은 것이라고도 하겠습니다. 아무리 이성으로 치장하고 꾸며대도, 본능이 끌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을 바라볼때 "이성"에만 천착하는 것은 반쪽만 바라보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서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이제 사람을 "이성적 인간"이 아닌 "본능적 동물"로 파악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인간을 100% 동물이라고 보면, 생각보다 많은 질문들에 해답이 주어집니다. 동물은 생존을 위해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알게 모르게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요? 이 가설을 증명해줄 한 예를 들어봅니다.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이 사는 곳일수록 남자들은 과소비가 심해진다고 합니다. 이것은 "짝짓기 경쟁"이 심해지기 때문에 남자들이 지출을 과도히 해서라도 이성을 만나고자 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동물이라면,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 살아가는 존재라고 본다면, 이제 행복에 대해서 이런 질문을 던질 차례입니다. "행복은 생존의 도구가 아닐까?"

 

3. 행복 신호등 

 

쥐의 학습행동 연구 중 우연히 쥐의 시상하부를 전극으로 자극하게 되었습니다. 쥐들이 왠지 자극을 받은 장소로 되돌아오는 것을 발견한 연구진은, 쥐 뇌의 '쾌감센터'를 발견했다고 보고, 이 쾌감센터를 자극할 수 있는 지렛대를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러자 어떤 쥐는 이 지렛대를 1시간 동안 7000번 두드리고 쓰러졌다고 합니다. 

 

사람에게도 이런 쾌감센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동물로서 사람은 생존에 적합한 행동을 하면 쾌감센터가 반짝이고, 그렇지 않은 행동을 하면 쾌감센터가 조용하지는 않을까요. 요컨대, "생존 신호등" 같은 것이지요.

 

생존에 적합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사람과의 관계'가 있습니다. 사람은 홀로 살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생존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러므로 뇌는 사람에게 '사회적 배고픔'을 느끼게 합니다. 사람, 특히 이성을 만나게 하고, 그럼으로써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서 행복 신호등을 켜주는 것입니다. 그 쾌감을 느끼면 사람은 계속해서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게 되겠지요. 

 

음식을 추구하는 것도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식욕을 느끼게 해서, 음식을 먹게 하고, 그럼으로써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서 행복 신호등을 켜주는 것입니다. 

 

4.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그런데 행복이 그렇게 간단히 충족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것을 이뤘을때 행복이 얼마나 갈까요?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8/09/2016080903442.html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습니다. 금메달을 따든, 복권에 당첨되든 그 기쁨이 오래가지 않습니다. 유명한 1978년의 연구는 복권당첨 1년뒤 당첨자들의 행복감이 주변 이웃의 행복감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적응(adaptation)"은 사람에게 행복감을 금방 잊게 만듭니다.

[Damon Bailey님 글은 이 적응 부분 내용이라고 보입니다.]

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freetalk&wr_id=4531958

 

서은국 교수가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해보자, 외부 이벤트(새로 생긴 이성친구, 대학원 입학 등 / 결별, F 학점)는 길어야 3개월 정도 효력이 유지된다고 합니다(1996). 

게다가 감정은 상대적입니다. 과거 좋은 경험을 했으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기준은 그만큼 높아졌겠지요. 

 

왜 그럴까요? 다시 진화심리학으로 돌아가서 해석해보면, "생존"을 위해서는 좋은 이벤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빈번하면 빈번할수록 좋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대한 의욕, 음식에 대한 욕망은 결코 소멸되어서는 안되고, 쉽게 충족되어서도 안됩니다. 계속해서 사람으로 하여금 추구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행복감을 소멸시켜줘야 되는 것입니다. 

 

"쾌락은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경험이기 떄문에, 제 기능을 위해서는 본래 값으로 되돌아가는 초기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5. 그렇다면 행복하기 위해서는?

 

생존을 위한 행동을 하면 인간은 행복을 느낍니다. 행복감은 자주 잊히니까 자주 하면 되겠습니다. 

조사결과, 한국인이 하루 동안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두 가지입니다(2011)

먹는 것과 대화하는 것.

그렇다면 자주 행복 신호등을 켜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

 

물론 사람은 다양한 곳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특성이 있으므로 이것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답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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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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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20:40:31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요즘 코로나 시국은 그것조차 하기 힘드네요 

WR
Updated at 2020-07-09 22:30:11

네 빨리 정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07-09 20:45:20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텔레스에게 요구했던 소원이
사실은 진짜 유전자레벨에서 제한하고 있는 매우 어려운 소원이었군요

WR
2020-07-09 22:34:03

그 소원의 내용은 무엇인지요? 제가 파우스트 내용을 잘 몰라서 여쭙니다^^ 별개로 유전자레벨로 환원하는 위와 같은 관점은 진화심리학의 장점이자 단점인듯 합니다

Updated at 2020-07-09 23:37:05

요즘은 행복감으로 행복을 정의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언중들의 언어 사용도 그쪽에 많이 치우쳐 있고요. 행복에 관한 근대 이전의 이해를 살펴보면 훨씬 더 객관적인 색채를 띠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령 통 속의 뇌나 매트릭스 속 사람들이 행복하냐 물으면 옛날 사람들은 그렇다고 답하지 않을 것입니다.

WR
2020-07-10 06:37:42

네 철학에서 과학으로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는 중인 것 같습니다 저도 진화심리학적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관점이 옳다가 아니라 여러 관점을 두루 알고 있으면 행복을 이해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2
2020-07-10 00:29:04

1. 행복은 주관적으로 측정될 수 밖에 없다. 소득, 사회적 지위 같은 외적이고 객관적인 요인은 개개인의 행복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행복은 상당 부분 유전적 기질에 의존하지만, 인지적 스타일mindset을 바꿈으로써 조금은 상승시킬 수 있다.

2. 행복은 강도intensity보단 빈도frequency. 좋은 사람과 일주일에 한번 모여 맥주 마시는게 인생 전반의 행복에 있어 가장 도움이 된다.

앞서 써주셨던 부분 이외에 이정도로 추가해주신다면, 서은국 교수님의 강의는 사실상 다 들은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에 대한 가장 강력한 insight는 이정도로 추려지네요.

WR
2020-07-10 06:39:43

빈 곳을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상깊은 내용이었고 무척 흥미로운 인사이트 였습니다 행복이란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운 곳에 있다가 이론적 실증적으로 증명되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2020-07-10 01:23:21

아리스토텔레스는 보통우리가 말하는 행복이란것은 운이라고 했었죠. 그걸 초월해서 항상존재하는 아리스토텔레스만의 ‘행복’은 자아실현에 가까운 개념이었던것같은데, 여기에 상당히 공감을 하게되었습니다.

WR
2020-07-10 06:41:42

네 서은국 교수님이 책과 강의에서 먼저 드는 사례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이었고 종래 철학적 관점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학계는 이런 관점에서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이동하여 연구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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