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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학벌: 미국생활 14년차 대학생의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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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9 05:25:08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미국은 학벌사회가 아니다, 학벌주의가 덜하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봤을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 입니다.

미국사회에서 살아가는 97% 사람들에게 학벌은 중요치 않습니다. 일반적인 대기업에 취직한다거나, 대학원을 간다거나, 또는 사회생활을 할때 등등 학벌은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물론 더 좋은 학교를 가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수 있고 더 능력있는 친구를 얻을 수 있겠지만 명문이 아닌 일반 대학에서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격차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3%에게 학벌은 무엇이든 막을수 있는 방패가 될수도 있고 무엇이든 뚫을수 있는 창이 될수도 있습니다. 엄청난 집안 출신이라거나, 금융, 정치, 법, 경영, 의학 등등 특수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자들의 경우 학벌은 알파이자 오메가이고 하늘이요 땅입니다.

오히려 좋은 최상위권 대학들 사이에서의 벽은 그 아래 대학들과의 벽들보다 더 견고하고 높습니다. 특정 대학 출신이 아니면 원서를 받지 않는 로펌과 컨설팅 펌들, 특정학교 동문의 추천서가 없다면 면접기회조차 안주어지는 기업들이 이 벽을 쌓아올립니다.
사람들이 학업으로 공정하게 경쟁한다 생각하는 의과대학원들 조차 상위 25개 의대의 정원중 70% 가까이가 최상위 15~17개 학부출신으로 채워집니다. 의대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를 ‘inbreeding’ 이라고 비꼬곤 하죠. 엘리트 의대에 가고싶은 다른 4000개 대학출신들은 나머지 30%를 두고 경쟁해야 합니다.

저도 나름 ‘xx의 하버드’ 소리를 듣는 20위권 사립대를 다니고 있지만 제 친구들조차 학벌의 벽앞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스턴 컨설팅 휴스턴 지부에서 우수한 인턴성적을 내고 다음해 동북부 지사에서 인턴기회를 얻은 친구는 하버드, 프린스턴 출신들이 즐비한 곳에서 자리를 잡는데 꽤나 애먹었다고 합니다.

UC버클리 화학과를 졸업하고 제작년 의과대학원 입시를 치룬 고등학교 선배는 펜실베이니아 의대 인터뷰에 도착하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불리한 상황에서 경쟁중이었는지 알았다고 합니다. 그날 인터뷰에서 만난 다른학생 20명 중 아이비리그 출신이 11명, 비아이비 상위권 사립이 6명, 본인을 포함 단 3명만이 주립대 출신이었습니다.

제가 친하게 지내는 법과대학 교수님은 어려서 가난한 남부의 농촌에서 자라 공부를 잘했음에도 동네의 공립대학에 진학했습니다. Magna cum laude(차석)으로 졸업한 교수님은 노트르담 법대에 진학하였고 역시 우수한 성적으로 법학박사 학위와 화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습니다. 그후 교수님은 미국 최고의 법대중 하나인 노스웨스턴 법과대학원의 교수가 되셨습니다. 나름 역경을 해치고 자리에 올랐으니 꽃길이 펼쳐질까 기대했으나 돌아온건 하버드/예일/스탠포드 학부/T-14법대 로 이루어진 교수진들의 견고한 카르텔과 그들의 은근한 무시였습니다. 먼저 말걸지 않는이상 절대 대화를 시작하거나 식사에 초대하지 않고, 출신대학을 말할때 대학이름보다는 기숙사나 단과대 건물이름을 대는 (그들입장에서 상대방은 당연히 아이비리그 출신일 테니까) 그들에게 교수님의 법대 졸업장은 별로 가치있는것이 아니었고 이름없는 주립대 출신이라는 것은 오점일 뿐이었습니다. 그 텃세를 견디다 못한 교수님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저희학교 법대에서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미국은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그 사이의 간극은 더운도 커집니다. 아이를 성공시키고 싶은 부모들, 자신이 속한 카르텔에 자식도 들이고 싶은 부모들은 한국과 다를바 없이 좋은 학군으로 이사가고, 특수고등학교와 사립고등학교를 보내려 기를쓰고 사교육을 시키며 연간 수천만원을 학비로 지출합니다. 이에 떠밀려진 학생들도 탑10, 탑20 대학들을 외치며 엘리트 의식이 머리속에 자리잡기 시작하고, 성공적으로 명문대학에 입학할때즘 이미 그들은 자신이 속한 ‘인그룹’ 과 나머지 ‘아웃그룹’ 으로 세상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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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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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9 07:34:18

최근의 일련 사태들에 대한 관계나 사회문제를 떼고 보면 그래도 굳이 3%에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다른 곳에서 기회가 많고 돈을 벌어먹을데가 많다는게 미국의 장점이고 기회의 땅이라고 불리는거겠죠. 그 법과대학 교수님은 아이비 출신의 동부 엘리트들의 모습에 기가찼겠지만 그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는 사람이 훨씬 많겠죠. 그리고 의대도 시험을 보고 들어가는 학교인데 최상위권 학교 학부를 나온 학생들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건 솔직하게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어쨋든 미국 밖에서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미국은 학벌이 덜해보이는게 맞습니다. 정말 최상위권에 위치한 그들만으 세상은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다고 보고요. 한국은 그렇게 SKY에 목메지만 미국은 아이비 말고도 좋은 학교들이 널렸으니까요. 지금 다니시는데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아 물론 제가 미국에 학벌이 없다고 말하는건 아닙니다. 당연히 좋은학교 나오면 인정해주고 열심히 한것까지 다 인정하는 사회죠. 단지 그게 한국보다 훨씬 범위가 크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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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9 06:06:13

학벌주의가 있는 나라들, 그러니까 영국, 미국, 일본 같은 곳의 특징을 보면.

도제식 교육이 필요한 특수 분야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교육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고른다

뭐 이런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각 영역별로 이 분야는 이 학교가 최고, 이런식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그들만의 세계에서 장인의 브랜드는 무엇? 대충 이런 느낌으로 접근이 가능합니다만.

 

한국에서의 학벌은 서울대 1극주의로 1등부터 꼴찌까지 줄세워놓은 서열이라;

그나마 한국에서 학벌주의가 약해졌다고 하면서 예를 드는게

그래도 연세대 의대가 서울대 공대보다는..

고려대 경영대가 서울대 인문보다는 입결이 더 높아졌지 않냐..

포스텍이나 카이스트가 서울대 자연대, 공대랑 비슷하지 않냐.. 

(바꿔 말하면 적어도 IMF전까지는 그것마저 아니었단 얘기구)

 근데 그래봐야 의대도 서울대, 경영대도 서울대, 인문도 서울대, 공대도 서울대..

 

게다가 이게 특정분야 장인의 영역도 아닌게..

의사가 정치 얘기를 해도 서울대 출신이니까 들어줄만 하다.

물리학자가 의학 얘기를 해도 서울대 출신이면 들어줄만 하다. 

음악이나 연기하는 사람이 서울대 출신인게 뭔 상관이며 ;;;;

딱 이거라서요 -_-;

 

특정분야의 브랜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능력과 인생의 서열을 정해놓고 그 해의 모든 수험생이 다 달려드는 게임이라는게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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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07:15:22

제작년 미국 스타트업회사와 일할때 미국친구들도 저한테 대놓고 자주 얘기하더라고요.. " 쟤 MIT 나왔어.. 혹은 Stanford 나왔어" 그리고 그사람들은 또 식사하다가 자랑스럽게 얘기하기도 하고요... "내가 Stanford에서 박사과정 할 때 10시 이전에 집에 가본적이 없다"던지 뭐 사람사는곳이 비슷하듯 학벌이 꽤 플러스 마이너스의 비중을 차지하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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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9 08:08:19

학벌에 대한게 없을수가 없는 게 그게 그 사람의 어린 시절 경험한 교육수료과정이고

입학보다 졸업을 중요시 여기는 미국에서 그 학교 졸업생이라 함은

충분히 자랑거리가 될만 하니까요.

거기다가 미국은 그 사람이 어떠한 주변환경을 받아왔고 어떻게 살았는가가

꽤나 그 사람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학교 생활 또한 중요하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듣보잡 대학교 나왔다고 비교하며 욕하는 문화느 딱히 없더군요.

교수들끼리야 원래 학문과 연구에 프라이드가 강한 사람들이라 그럴수도 있는데

교수들끼리가 아닌 미국 사회에서 보면 교수는 그저 또하나의 직업으로만 주로 보죠.

텃세는 학벌과 상관없이 어느 직업이든 있습니다.


미국은 일하는거 자체로도 많이 존중해주는 국가입니다.

그리고 최종학력을 중요시하는 국가라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국가이기도 하구요.


이러한 점을 저희같은 한국에 익숙한 한국인으로서 한국이랑 비교하면 학벌주의가 덜한건 맞습니다.

대학교 서열에 관심이 극심하거나 서울대만 나왔어도 그 사람 인성까지 좋다고 해석해버리거나

대학교 안나오면 재수 재수 거리는거라든가 그런 문화와 비교하면 미국은 약하죠.

WR
2020-07-09 09:06:57

문제는 그들만의 리그안에선 학교이름이 죽어도 넘을수 없는 벽이 될수가 있다는 거겠죠. 최종학벌로도 넘을수 없는, 재수라는 개념도 없으니 한번의 입시에서 미끄러지면 영영 넘을수 없는.
평범하게 어느정도 성공하겠다면 문제가 없으나 그 위로 올라가는 길은 영영 배제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2020-07-09 10:50:27
음... 제 생각은 그 벽을 꼭 넘어야 할까요?
학교 네이밍의 벽을 넘는것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직장이 더 중요할거 같습니다.
좋은 학교에 졸업했어도 직장은 그저그런곳에 있을수도 있어요.
의외로 학벌로 무조건 좋은 직장 가는것도 아닙니다. 먼저 자신의 꿈이 뭔지 알고 학교 선택해야겠죠.
입시는 다시 볼수도 있고 커뮤니티 컬리지 편입 방법도 있고 SAT도 다시 보려면 볼수 있을겁니다.
2020-07-09 12:11:33

평범하게 어느정도 성공하겠다는게 추상적이고 얼마나 더 높은걸 원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예를들어 제가 아는 형은 주립대학교에서 메디칼 스쿨을 마취과로 나와서 중소도시에서 레지던시 및 펠로우쉽을 마친후에 28만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 형은 더 올라가길 바랄까요? 딱히 그럴거 같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분야와 야망에 따라 올라가는건 다릅니다. 어차피 말씀하시는 금융과 정치권의 최상위권의 그들만의 세상은 당연히 있겠죠. 미국은 학벌주의긴 하지만 정말 많은 기회와 회사들이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탑 기업들의 경영진은 어차피 아이비 안 갔어도 성공할 타고난 능력의 소유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의 각분야 탑 회사들 CEO 중엔 생각보다 아이비 출신이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학부는 주립대 수준 나온 사람도 많아요..

2020-07-09 08:15:32

미국 생활 16년차고 고등학교부터 대학원 다닌 회사원입니다. 컨설팅 쪽이나 의대 쪽 아님 아카데믹 쪽은 그래보이지만 학벌 별로인 사람들도 똑같이 좋은 회사 들어가서 잘나가고 기회 받는걸 많이봐서 100프로 동의하긴 힘드네요. 전 학벌에 대한 의식 할 필요 크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xx의 하버드면 에모리려나요..?

WR
Updated at 2020-07-09 09:10:43

에모리는 아닙니다 (공대생입니다. 에모리에는 공대가 없죠)
IT, 엔지니어링 쪽은 학벌을 덜보긴 하는데 그나마도 실무에서 경영진으로 넘어갈때는 학벌 영향이 없다고 보긴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대부분 97%에게는 별 영향이 없지만요.

2020-07-09 09:56:42

저도 엔지니어 입니다. 97프로에게 별 영향이 없다면 거의 모든 사람에게 큰 문제가 없는거 아닐까요?

2020-07-09 12:13:18

미국에서 경영진으로 올라가고 싶으시면 실력과 학벌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거기에도 꼭 더 신경쓰시면 도움이 될거에요.

2020-07-09 09:06:46

XX의 하버드..

중부의 하버드 얘긴 많이 들어봤습니다

 

2020-07-09 10:02:18

잉? 설마 내 부엉이 후배님이신가여

2020-07-09 13:21:27

전 의외로 본문 보고 차별이 없다고 느꼈습니다..,일반 97퍼센트가 상관이 없다면 나머지 3퍼센트는 그냥 아웃라이어들 이라고 규정 할 수준이니까요.

Updated at 2020-07-09 14:50:54

미국 생활 같은 14년차인데요 공감이 전혀 안되네요. 살면 살수록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거 밖에 안느껴집니다. 애초에 미국 학부랭킹이라는게 별로 의미 없을 뿐더러, 의대진학중 70프로가 상위랭킹에서 받는다는데 어쩌면 당연하죠. 한국은 70프로가아니라 그냥 100프로 일겁니다. 버클리 얘기는 특히 더 이해가 안되네요. 웬만한 아이비리그보다 훨씬 좋은 학교고 고평가를 받고있는 학교인데요...

WR
Updated at 2020-07-09 15:38:54

글쎄요. 저나 제가 네트워킹하면서 만난 동문들이나 저와 비슷한 진로를 준비중인 친구들이나 모두 느끼는게 학생수준이나 대학의 커리큘럼에 상관없이 학부 이름만으로 열리고 막히는 길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냥 이름있는 기업에 들어가는 정도면 학벌상관 없긴 합니다. 두세번 정도 경력쌓으며 이직하면 따라잡을수도 있고요. 다만 처음부터 길을 뚫은 사람들은 돌아돌아 갈것 없이 처음부터 격차를 벌리니까요

2020-07-09 15:42:26

전 박사과정에 있는데 학벌이 그렇게까지 주요 요소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법대가 아니라 그런가... 잡마켓 처음 나가서 실적 별로 없을 때야 학벌로 인한 후광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그 다음부터는 거의 대부분 펍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요

2020-07-09 22:16:14

미국은 상대적으로 학벌에 의한 서열화는 적습니다만, 

정말 최사위권 중에서도 최상위권 내에서는 학벌의 벽이 어마어마하게 높습니다. 


일례로 미국 탑3급 로펌에서는 하버드 출신이 아니면 입사는 물론 파트너를 달수 없고, 승진조차 힘들죠.

한국에서는 김&장에서 서울대 라인이 물론 강하긴 하지만, 고려대라인과 카이스트 라인도 제법 강력합니다. 

2020-07-10 10:48:47

학벌의 서열화보단 학점의 서열화를 더 뼈저리게 느끼실거에요 아무리 하버드여도 학점이 2.5 면 어디든 길이 막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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