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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모리꼬네 부고 소식에 쓰고 싶어진 어릴 때 음악 들은 얘기...(길이 압박 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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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9 02:47:09

(쓰다 보니,무지 깁니다..)

 

90세를 넘은..천수를 넘긴 나이지만...

마에스트로급 레전드 뮤지션의 죽음은

언제나 마음 아프고..그 기분이 일단 오늘까지는 오네요..

 

이틀동안 애들 자장가는

모리꼬네의 음악들입니다..

오랜만에 천천히 그의 곡들을 들어보는데

어찌 이런 선율과 편곡이 가능할까...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이 새록새록... 

 

페북에 그의 부고에 대한 글을 하나 쓰다가,

매니아에도 뭔가 쓰려던 중에..

처음 모리꼬네 음악 들은 순간의 감정을 떠올리다 보니,

어릴 때 음악 듣던 기억들 중에서도 인상적인 순간..

이렇게 저렇게 취향과 감성이 바뀌던 순간들들이 막 떠올라서..

음악에 대한 기억의 습작을 해보려 합니다..

 

1.음반의 시작

https://youtu.be/HRlwPwqC-Y0 

태어나 돈 주고 처음 샀던 앨범이

이 곡이 실린 신해철의 솔로 2집입니다..

 

동네에 레코드점이 2개 있었어요..

장미 레코드와 미미레코드...

신해철 2집도 두 가게 중 하나에서 샀습니다..

두 가게 다 젊은 누나들이 하던 집인데,

한 때 가요 테이프 많이 살 때 돈 좀 쓰니,

다들 잘해주시고 좀 친했습니다.. 

 

나오고 바로 사거나 한건 아니고,

한 살 많은 누나가 자기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서 

저도 같이 놀았는데..

신해철,015B..이런 가수들 이야기를 많이 하길래,

궁금해서 샀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마 제가 여지껏 들었던 음반 중에선,

가장 많이 들은 건 이 카세트테이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에 초등학교 고학년~고등학생들 사이에선

특별한 물건은 아닌 

그 시대의 인기 상품이었죠...

예전에 해피 투개더에서,연예인들 초등학교 친구 찾는 코너할 때,

노홍철이 출현했던 회차에서 이 음반 얘기가 좀 있었어요..

 

노홍철이 초등학교 때(저랑 나이가 같으니,비슷한 시기)

집에 있던 민병철 영어 카세트 테이프 껍데기가 신해철 2집과 같은 걸 보고,

당시에 더블데크 카세트엔 기본 탑재 되어 있던 더빙 기능으로

신해철 2집을 그 민병철 영어 테이프들에 전부 더빙해서

진품인 것처럼 같은 반 애들한테 돈받고 팔다가

딱 걸려서 엄청 욕먹었다는 썰..

 

10년도 더 지난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 친구들의 추억담을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

저에게 이 신해철 2집의 카세트테이프가 가지는 의미가

꽤 큰 것 같습니다..

 

마왕이 아직 아이돌이던 시절...넥스트를 시작하기 전..

조금씩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구현해가던 시절...

아직 록키드/메탈헤드로서의 본색은 숨겨놓았고,

한참 재미 붙이던 신서사이저와 전자 음악의 기운이 두드러집니다..

다시 수록한 데뷔곡 '그대에게'가 그나마 가장 락킹한 곡이죠.. 

 

제한된 환경에서 재즈 분위기 좀 내보려 무지 노력한,

빵빵한 브라스와 영어 가사의 서곡 'The greatest beginng'

'재즈 까페'는 나중에 (빈소에 사진으로 쓰인)재즈 앨범에서

호주의 빅밴드들을 데려다가 제대로 스윙 버전으로 리메이크합니다.. 

 

라틴 팝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노력한

'다시 비가 내리네','아주 오랜 후에야'...

'재즈 까페'와 함께 히트한,마왕 대표 발라드 중 하나인

B몇 첫번째 곡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하우스 분위기에 비관적인 미래 비전을 담은

'50년 후의 내모습'..

(이후 발표하여 꽤 팔린 라이브 앨범에서

 이 곡을 락밴드 편곡으로 살짝 바꾸었는데,

 넥스트 1집에서 들려줄 음악에 대한 예고가 아닐까 싶은...)

방겔리스의 '불의 전차'의 주제곡 대놓고 따라한,

사실 당시엔 그 곡을 모르다 보니

총소리같은 전자 리듬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던

'길 위에서'...

 

한참 때는 앨범 어디어디에서 

어떤 악기가 나오고,어떤 소리가 나오고..

이런 것까지 달달 외울 정도로 많이 듣고,

어느 순간 벗어났지만,꽤 오랫동안

신해철 빠로 살게 했던 앨범...

 

아직 언급 안 한 노래가 하나 있는데,

그 때고 그랬고 나이 40 넘기고도 변함없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결국

'나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그게 뭐라고 자랑하듯 외웠던..

희안하게 지금까지도 외우고 있는.. 

고호의 불꽃같은 삶,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가 나오는

간주의 랩...

처음부터 끝까지 딱 두 마디의 피아노 코드가 반복되는

단촐하고 간단하지만,가슴뭉클한 정적인 하우스...

 

그가 20대 초반에 쓴 가사인데..

그의 나이가 40대에 접어들면서

이 가사를 다시 봤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제 나이 40에 이 노래 가사를,간주의 랩을

새삼스레 곱씹어 봅니다..

 

그가 죽었을 때 떠오른 그의 가사는

'50년 후의 내모습'이었습니다..

겨우 20년 후에 그렇게 허망하게 죽을 거면서...

50년 후를 걱정하셨나요....

 

 

2.라디오의 감동..영화보다 더 좋은 영화 음악

https://youtu.be/IODXUX85tRE 

중2 때입니다..

초6 때 빠진 스트릿 파이터2 중독에서

조금씩 벗어나려 하던 시절..

어린이도 청소년도 아닌 모든게 애매한 때..

 

라디오의 재미를 안 건

초등학교 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가 이사를 하면서 

선물처럼 누나와 저에게 사준

당시로선 고급인 산요의 더블데크 라디오.. 

 

9시까진 TV를 보고,

9시부턴 라디오를 켜놨던 것 같아요..

그냥 재밌어서...

우리는 하이틴..별밤...

지금도 기억하는 그 때의 편성.. 

 

정음임의 영화음악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새벽 1시면 그 땐 잘 시간이어서..

KBS에 저녁 8시였나 9시에 영화음악 프로가 있었고,

거기서 들은 것 같습니다..

 

태어나 처음 어떤 음악에 확 꽂히고

음악을 듣기 위해 모든 걸 놓고 집중한

처음이 바로 이 곡이었던 것 같습니다..

 

OST를 사기 전까지는

그 소리가 팬플룻인 지도 몰랐습니다..

아니 관악기도 아니고,무슨 신서사이저 소리같았던..

그냥 그 선율이..심각하다가,경쾌했다가,다시 심각해지는 곡구성이..

사람을 압도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말 그대로 손가락이 떨리는 '전율'의 순간..

 

가요나 듣던 아이..OST가 뭔지도 모르던 아이..

그 음반을 구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고..

앞서 언급한 정은임의 영화음악을

그 시간에 자지 않을 때는 꽤 열심히 들었는데,

일 주일에 한번씩 연예인 한명이 게스트로 나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음악을 트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거짓말 안하고,그 때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원스어폰어타임인 어메리카 중에 한 곡은 

거의 반드시 틀었던 것 같습니다..

 

이건 사서 들어야 한다..

참을 수가 없는 기분이 들어

결국 OST를 샀습니다.. 

 

내가 감동했던 그 소리가

게오르그 잠피어라는 팬플룻 연주자의 소리구나..

데보라스 테마..아마폴라..

영화 속 가장 사랑하는 장면이자 곡은

아마폴라 파트2와 이 장면..

https://youtu.be/0diCvgWv_ng

 

테이프 겉껍데기(부클릿이라고 하기 좀 그런)를 가득 채운

쓸 데 없이 장황하고 심지어는 틀린 정보,부정확한 내용도 있는

한 평론가의 소개글..

음악들..

그리고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름..

그 OST는 모든 것이 감동의 결정체였습니다...

 

나중에 본 영화는

워낙 기대가 커선지

그만큼 좋지는 않았던..

(명작이 아니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저에게 모리꼬네의 베스트는 무조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어메리카...

 

 

3.세례를 받은 음악

 

뼛 속까지 라디오키드거나 한건 아닌데,

제게 음악의 중요한 순간들은

라디오와 함께 한 경우가 많네요..

 

라디오는 이젠 예전에 비하면 거의 힘이 없는 매체이고,

저도 운전할 때 이외에는 거의 듣지 않는데..

그 때만 해도 라디오가 꽤나 힘이 강한 매체였고

라디오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음반사들의 홍보 경쟁이 있어서,

한 프로그램에선 같은 뮤지션의 노래를 1주일에 한번 이상 틀지 않는 게

방송국과 회사들의 관례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1주일 동안

이 그룹 시카고의 노래를

1주일 동안 4번이나 들었습니다..

 

'Hard to say I'm sorry'를 2번..

(한번은 Hard to say I'm sorry만

 한번은 주병진 아저씨 프로였는데

 이어지는 Get away까지 통으로..)

'If you leave me now'를 2번..

(1번은 조규찬이 잠깐 하던 DJ그만둔다고..)

 

너무 좋았어요..

아직 카세트 테이프긴 하지만,

음반 모으는게 제 1취미가 되어가고,

슬슬 팝/록에 꽂혀가던 시점...

베스트 앨범을 샀습니다..

 

열심히 들었습니다..

몇몇 곡은 가사까지 외울 정도로..

그 중에 가장 좋았던건..이 노래

'Hard habit to break'

https://youtu.be/_vXVoHXMaKg

이 그룹이 명 프로듀서 데이빗 포스터를 만나서

엄청난 히트곡을 쏟아내던 시기인데..

재즈록 그룹으로서의 밴드의 정체성이 잠깐 드러나는

간주부 보컬과 모든 악기들이 중첩되는 부분..

돌림노래와 합창,합주가 하나로 뭉쳐

후주의 메탈 분위기까지 이어지는 미칠듯한 곡구성..

 

당시엔 진짜 감동이었습니다..

마왕이 시작..

모리꼬네가 감동이었다면..

이 노래는 세례였습니다..

 

결국 이 테이프는

제 음반 중엠 첨으로

릴이 끊어져서..나중에

파란색,빨간색으로 발매된

새로운 베스트 앨범으로 교체..

 

 

4.음악은 여행이다..-월드뮤직

 

 열심히 많이 듣고,

 돈되는대로 음반(테이프)도 많이 사면서,

 음악은 제 1취미가 되어갔고..

 장르 가리지 않고 많은 음악을 들었습니다..

 

 음반도 CD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제일 처음 산 CD는 이거였습니다..

 https://youtu.be/1lyu1KKwC74 

 스타 TV로 본 이 뮤비가 너무 멋져서 갖고 싶고,

 라이센스 발매가 되야 카세트 테이프가 나오는데..

 심의에 노래 3곡이 걸리면서 음반에 못 실는다고 하자,

 밴드가 아예 라이센스 발매 거부..

 울며 겨자먹기로 나온게 이 곡이 든 세 곡 짜리 싱글..

 다행인건,그 3곡은 다 좋았습니다..

  

 음악도시를 열심히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제 진지한 음악 듣기의 시작엔

 신해철,윤상,유희열,김현철,조규찬..

 이런 1990년대 작가들의 영향이 큽니다..

 

 유희열이 DJ이고,윤상이 게스트..

 저로선 집중할 요건을 갖추었는데..

 그 때 윤상이 음악도시에서

 월드뮤직,특히 삐아졸라와 브라질 음악을

 많이 틀었어요..

 

 처음엔 엄두도 안나던걸..

 한번 들어나 보자 하고 찾아보니,

 핫트랙스에서 검색되던게 이 음반..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8a8cutYP7fouGwZAxardTLitC4IPxiqs 

 첨엔 영 와닿지 않았습니다..

 가사가 있는 곡은 딱 1개..(3번 트랙)

 나머지는 가수 밀똥 나시멘또의 애드립의 향연.. 

 음침하면서도 무거운,

 분명 남미음악인데 신나는 것도 아닌..

 

 신기한건 그런 음악을

 2주동안 계속해서 들었다는 것..

 더 신기한건

 그랬더니 들린다는 것..

 그렇게 월드뮤직 여행의 시작..

 

 이 쪽 몇 년 듣다가,음악 끊어서..

 새로운 이야기는 없네요..

 엔리오 모리꼬네 추모에서 시작한게 어쩌다..

 

 

 그렇게 들은 음악 중

 인생 최고의 음반을 꼽으라면 전 이거..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kAyNm4rQO8SzygQdhxZadOkYXJbYfBzEc

팝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점..

한 곡은 꽂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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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07-08 14:07:12

원스 어폰 이 영화는 제 인생 최고의 영화(비디오로 상하 두개로 나눠져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고, OST는 제가 처음으로 제 돈 주고 산 CD였고, 처음으로 남에게 선물해준 CD였습니다. 그리고 단연코 제 인생 최고의 앨범이고요. 앞으로도 쭈욱 그럴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핸드폰으로 툭하면 듣고 있지만 느낌이 달라서, 언제 한국 들어가면 꼭 꺼내서 들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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