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농구는 어떤것이었나요?
어제 운동에 대해서 한참 생각해봤었습니다. 무릎때문에 농구를 접고 다른것을 찾아야 하는데 찾지 못하는 저를 보면서..
열심히는 하는데 공부못하는 학생들이 대개 그러하듯, 공부가 잘 안되면 그냥 공부를 1분이라도 더 할 생각을 할것이지 '왜 나는 공부를 못하는가?' 가지고 한참을 고민했네요.
저에게 농구는 유일한 사람들과의 교류통로였던것 같습니다.
어릴적부터 소심했었거든요 저는. 다행히 부모님이 낳아주시기를 크게(?) 낳아주셔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했던건 아니지만 낯을 너무 많이 가렸고... 부모님 사이가 안좋아져 집안 분위기가 망가지던 중학교시절부터는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우울증도 앓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우울증인줄 모르고 그냥 내가 참 모자란 찌질이구나 라고 저나 부모님이나 생각하셨었지만요.
친구들과 어울린다는게 참 어려웠습니다. 저에게 호의적으로 다가와주는 사람도 많았는데..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내가 이 무리에 껴도 될지 혹시라도 내가 뭔가 눈치없이 실수해서 폐를 끼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을 늘 하다보니 결국 중학교때부터 급식먹을때 밥을 혼자먹게 되더군요.
그런데 그런 저에게 농구는...정말 숨통이었습니다. 농구하면서는 딱히 대화를 할일도 없고 그냥 열심히 하면 되니까요. 타고나기를 키도 조금 큰편에 팔도 길고 이상하게 공을 잘다뤄서 학교 친구들도 농구할때는 저를 늘 찾아줬습니다. 체육대회 같은거 하고 우승도 하고 동호회 대회도 나가고 하면서 대인관계가 정말 절망적인 저에게 숨쉴구멍을 만들어줬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정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었는데, 이때는 거의 매일 야자째고 농구하러 다녔던 것 같네요. 아마 이렇게 풀지 않았다면 방구석 폐인이 되었거나.. 뭔가 사고를 쳤거나 했을 것 같습니다.
대학와서도 이 패턴은 변하지 않더군요. 여전히 대학에서도 친구를 잘 못사귀었지만, 농구하는 사람들끼리는 어울릴 수 있었고 이게 오히려 다양한 전공과 국적의 친구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즐겁게 농구를 하며 살다가 무릎 부상을 당했죠..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두 번이나 병원을 찾아갔을적에 그정도걸어다닐 수 있으면 별일 아니라고 돌려보냈었던 그 의사가 너무 밉습니다. 수술받고나서는..마음대로 안되더군요.
제가 참 농구를 몸뚱아리로 했다는것을 다치고나서야 깨닮았습니다. 저는 그래도 농구 그래도 10년넘게 해왔는데 무릎 좀 다쳐도 동호회 농구에서는 여전히 잘할 수 있겠지 했는데...아유 아니더라구요. 이제 남은건 슛과 힘밖에 없더군요. 그 사이 체중도 늘고 나이도 들었고..팍 튀어나가는 탄력이 사라지는 순간 드리블이고 스텝이고 다 없어져서 이제는 수비 상황을 봐가며 농구를 해야되더라구요... 사실 동네 농구니 이렇게라도 하면 되는겁니다만, 농구하다보면 늘 제가 다시 흥분하고 다시 예전처럼 뛰려고 하더군요. 다음날 일어나보면 뭔가 무릎이 시큰하구요. 사실 농구 자체를 안하는게 좋을텐데 말이죠..저는 그냥 아마추어일 뿐인데.
이렇게 생각한지도 벌써 1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술 못끊는 사람처럼 접어야하는데..접어야하는데 하면서 가끔 날좋으면 공들고 나가고 그랬습니다.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는 통로를 잃는것이 두려운 것 같아요. 운동도 운동인데... 운동이야 뭐로든 하면 되는데 다시 또 아무와도 어울릴 수 없을까봐 그게 두려운가봅니다.
용기를 내야하는데 참 힘드네요. 그래도 이번엔 진짜 농구와 헤어질겁니다. 코로나와 장마철의 힘을 빌어서..
아침부터 주저리 주저리 많이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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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안보내셔도 되요...
가지고 계시다 마음이 동하실때 보내주세요
완만한 이별길이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