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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나모리 가즈오: 일에 대한 생각과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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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5 13:37:45

 

이나모리 가즈오: 일에 대한 생각과 자세

 

안녕하세요 리스펙트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책을 읽고 글을 적어봅니다.  


일에 정통함을 넘어 철학까지 담은 인물을 살펴보니, 옆 나라 일본에서 기업을 일으킨 이나모리 가즈오가 눈에 들어옵니다. 교세라(kyocera)를 만들어 기업계에 우뚝 서게 하고 무너질뻔한 일본항공(JAL)을 되살린 이나모리 가즈오는 경영인임에도 드물게 존경을 받습니다.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배워보고자 합니다.

 

***

 

왜 일하는지 묻는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무엇보다 왜 일하는지를 묻습니다. ‘먹고살기 위해서라는 안일한 대답은 이나모리 가즈오가 추구하는 대답이 아닙니다. 그는 평생동안 궁궐 제작을 해온 도편수(都邊首, 건축 기술자)가 한 속깊은 말을 끌어옵니다.

 

아무리 볼품없는 나무라도 그 안에는 영혼이 있습니다...그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지 않고는 그 나무를 자르거나 다듬을 수가 없습니다.”

 

나무 속 영혼”,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자못 당혹스러운 이야기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연을 경외하고 겸허한 태도로 책임감 있게 일하는 도편수의 모습을 읽어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에게도 마찬가지로 일은 긴 시간 속에서 인격을 담아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일하는 것은 스스로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까닭 없이 일을 하는 이유이자 목적으로 고상한 인격수양을 내세웠다고 보지는 않습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설령 진실이라 하더라도 일 하는 이유를 그에 한정지을 때, 일하는 사람이 뻗어 나갈 가능성 또한 제한될 수 있음을 경계하고, 표면이 아닌 내면을, 일면이 아닌 다면을 바라볼 때 일이 가지는 의미가 보다 깊어지고 삶은 보다 다채로워질 수 있음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한대로 일을 대하는 생각과 자세를 고쳐 잡아봅니다. 왜 일하는가. 온전해지기 위해서. 일을 통해 단련하고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일에 대한 자세와 생각이 진지해질수록, 책임감과 사명감이 절로 따라오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끝 간 데까지 간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초년 시절 포스테라이트(forsterite, 고토감람석) 성형법을 연구하던 중이었습니다. 부드러운 속성을 가진 포스테라이트는 모양을 잡기 어려워, 접착성이 강한 연결 성분을 첨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보통 사용되는 점토는 불순물을 남겨 의미가 없었고 대체재는 찾기 어려워 난항 중이었습니다. 연구실을 한참 서성거리던 그가 바닥에 묻은 파라핀 왁스를 얼결에 밟을 때까지. 그는 포스테라이트에 파라핀 왁스를 섞고 고열을 가했고, 완성품에는 불순물이 전혀 남지 않았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적당히 가볍고 흥미로운 이야기, 예컨대 우연이 주는 선물류의 에피소드로 포장할 수 있는 파라핀 왁스 에피소드를 진지하고 사무치게 받아들입니다.

 

신이 손을 뻗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일에 전념하라. 그러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일지라도 반드시 신이 손을 내밀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전념 에피소드를 하나 더 살펴봅니다. 교세라를 창업하고 IBM으로부터 기존 파인세라믹보다 훨씬 우수한 제품을 주문받아 납품했는데 모두 불량품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기 꺾인 직원들에게 이나모리 가즈오가 위로를 건네며 화두를 던집니다.

 

이 제품을 개발할 때 신께 기도드렸나? 부품이 만들어지는 순간순간에 잘 구워지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드렸나?”

 

기도를 드리면 부품이 합격 판정을 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품 개발에 있어 최선을 넘어 극선(極善)을 다해 여한이 없을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정녕히 쏟았는지, 더 할 일이 없어 마지막으로 기도를 드리는 간절함으로 일에 전념했는지를 이나모리 가즈오는 묻습니다. 끝 간 데까지 간 정성은 반드시 성공이라는 열매를 가져옴을 이나모리 가즈오는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 시험을 앞두고 스스로 준비를 마쳤다고 여겼을 때 신발 정리를 꼼꼼히 했습니다. 어수선했던 신발을 가지런히 정돈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럴 때 본 시험은 모두 결과가 좋았습니다. 반면 이 정도면 되었다, 일단 부딪쳐본다며 용감히 본 시험은 모두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건네고자 하는 생각이 새롭지 않습니다. 지난 경험 속에서 검증된 진실입니다. 실천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평정한 마음을 유지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삼독(三毒)을 경계합니다. 탐욕, 분노, 불만이 자신에게 자리할 때, 고해성사하듯 잘못을 뉘우칩니다. 엄격한 반성은 이나모리 가즈오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고, 다시금 경건히 일할 수 있게 합니다.

 

욕심이 생길 수 있고, 화낼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드는 감정임에도 이나모리 가즈오는 기어코 극복하고자 합니다. 탐욕, 분노, 불만이 자연스러운 마음이라고 여길 때 생기는 작은 틈으로 방심이 피어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경계하는 삼독은 불가에서 유래한 개념이되, 그가 좇는 인간상은 도가에서 상정한 목계와 닮아 있기도 합니다.

 

예전에 닭 싸움을 좋아하던 왕이 투계를 조련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열흘 후 닭이 싸우기에 충분한지 왕이 물었습니다. 조련사는 아닙니다. 강하기는 아직 교만해 자신이 최고인줄 압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열흘 후 왕이 묻자,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 소리와 그림자에 쉬이 반응합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열흘 후 왕이 묻자, 훈련사가 답합니다. “이제 되었습니다. 닭이 목계(木鷄, 나무 닭)와 같아졌습니다. 겸양을 갖추고, 평정심을 유지합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줄곧 하신 말씀이, “목석(木石)”이 되어라 였습니다. 무디고 무뚝뚝해지라는 뜻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말고 평정심을 유지하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탁월한 교육자셨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이나모리 가즈오가 견지하는 인간상과 닿아 있음에 새삼 놀랍고, 가르침을 귀히 새겨봅니다.

 

 일을 좋아한다(일을 좋아해야한다가 아니다).

 

파인세라믹을 철저히 연구해 일군 굉장한 업적에 비해,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가 당초 파인세라믹에 대해 품었던 애정이 미비했음을 고백합니다. 파인세라믹을 다루던 첫 취직 기업은 도산 직전이었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동기들은 모두 적을 옮겼고 이나모리 가즈오 홀로 남았습니다. 초조하여 자위대 간부후보생 학교에 원서를 냈는데, 첨부할 호적초본을 고향에 있는 형이 보내주지 않아, 결국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집안에서는 고생시켜 대학에 보내주고, 이제 겨우 회사에 취직한지 반년만에 나오려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곱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도 저도 할 수 없었고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단 지금 하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보기로 합니다.

 

파인세라믹 기초지식을 쌓기 위해 도서관에서 문헌을 찾고, 연구를 계속하다보니 궁금증이 생기고 궁금증을 해결하다보니 재미가 생기고 흥미가 일었습니다. 성과가 제법 나자 인정도 받고 평가도 받으면서 즐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중 재미, 흥미 성과 인정, 평가선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당시 스스로를 돌이켜봅니다. 

 

정말 거짓말처럼 일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졌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성공한 이후 한동안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미 당시 일을 사랑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일을 사랑한다면, 주위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게 된다. 그 일이 좋고, 그 일을 함으로써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느껴진다.”라는 명언을 남깁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정립한 일을 좋아한다(사랑한다).”는 명제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로 오독되기 쉽습니다. 공부를 해온 지난 경험에 비추어 보면, 둘은 결코 같지 않았습니다. 일을 향한 애정을 상태가 아닌 당위로 접근했을 때, 고생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공부가 잘 될 때는 어떤 어려움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공부가 좋고, 열심히 하고, 결과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공부가 잘 안 될 때입니다. 이미 쌓아놓은 작은 성과가 있을 때 더 그랬습니다. 작은 오만이 어느새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밋밋한 공부 말고 다른 컬러풀한 오락을 찾기 시작합니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과 해야 한다는 이성이 충돌하며 발생시키는 마찰은 스트레스가 되고 불면증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호된 결과를 배신처럼 받았을 때였습니다. 말 그대로 정신이 번쩍 들었고, 궁지에 몰린 절박함과 스스로에 대한 깊은 반성이 마음을 비우게 했고, 다시 처음부터 공부를 시작하게 했습니다. 집중이 안 되는 스스로를 가라앉히기 위해 생전 처음 스탑워치를 도입했고, 정해진 시간 동안 절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간절했고 겸허했습니다. 가까스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고, 조금씩 내용이 들어오자 집중할 수 있었고,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한 것처럼, “거짓말처럼 공부가 다시 재밌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불면증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했고, 뒤처져 앞선 이를 따라잡아야 하는 중압감 또한 당연했으며,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와 번민도 가득했습니다. 순전히 공부가 재밌다.”는 마음만으로 힘든 시간을 버텨냈다고 도저히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되찾은 작은 재미가 조금 더 집중을 불러일으켰고, 좋은 성과를 얻어 회복한 이후에는, 스스로 공부를 찾아나서게 되었음은 분명한 진실입니다.

 

***

 

 

 

교과서 같고, 옳기만 하여 도리어 가볍게 흘려듣기 쉬운 이나모리 가즈오가 주창하는 이야기들을 새삼 늘어놓고 짚어본 이유는 스스로 조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 낮은 곳에 있어 높은 곳을 온전히 알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이미 단계를 뛰어넘은 이나모리 가즈오가 직접 경험하여 깨달은 이야기들을 소중히 간직하도록 하여,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해봅니다. 


요즘은 주말에 집에서 시간이 좀 나서 이런 글 저런 글을 적어봅니다.

별 내용 아님에도 잘 봐주시는 분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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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0-07-05 14:34:0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본인 저자의 글을 많이 읽어본 편은 아니지만 몇몇 성공한 일본사람들에게는 조용하고 점잖으며 성실하게 노력했다는 공통점이 글에서 느껴집니다. 그런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통찰력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인 식견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태도 또한 매우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들의 글을 보면 할아버지 시대 어른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제겐 그분들만큼 점잖음과 따뜻함이 말과 행동에 그대로 베어서 나타나는 분들이 없습니다. 나라의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몸소 뚫고 지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에겐 요즘에는 보기 힘든 기품이 언제나 느껴졌습니다.

 

 예전에는 같은 주제의 글이라도 일본인 저자의 글이나 책은 잘 읽지 않았습니다. 일본 문학이나 일본 영화 등에서 종종 등장하는 울적한 정서가 너무나 싫었기 때문입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렸던 일본 소설들도 몇 장 읽어보고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가 싫어서 완독을 하지 않고 끝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과학기술이나 수학 분야에서 일본인 저자의 번역서들을 읽어보며 시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같은 주제에 대한 글이라 하더라도 유럽이나 미국의 저자들은 주제 자체에만 관심을 가집니다. 그러나 일본의 저자들은 대상을 대하는 개인의 고지식한 태도나 철학까지도 모두 아우르려고 한다는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특유의 고전적인 접근법이 최근에는 더 마음에 끌립니다.

 

 재밌게 잘 읽었고 다음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WR
2020-07-05 18:51:10

잘 읽어주시고 상세한 코멘트 감사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여러 책을 내었는데, 내용은 대동소이했습니다. 기본을 강조하고, 자세를 바로잡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아직 저도 결과나 성과보다 목적이나 동기, 과정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번에 한번 정리해봤습니다. 

말씀하신 서구-일본 글 구별법은 저도 무척 공감합니다. 미국은 주제를 심층적이되 주제 자체에 집중하고, 일본은 자세나 철학을 담아내려고 하는 느낌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보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번역이 아직도 주되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 사람의 글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울림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Updated at 2020-07-05 17:03:30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나모리가즈오는 경영자지만 구도자같은 느낌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사고방식을 중요시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일의 성과=사고방식×능력×열정 이라는 그의 방정식이 떠오르네요. 사고방식이 부정적이면 성과도 마이너스가 된다고 한 저서에서 말했던게 생각이 납니다.

리스펙님의 글은 논어에 나오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않으면 위태롭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글이어서 위기의 40대이지만 아직도 성장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한 제게 좋은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WR
2020-07-05 18:55:11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 공부라기보다는 일을 하는 시기인데, 여전히 배우고 또 발전하려 하고 있습니다. 아마 모두들 그러겠지요? 자기계발서가 내용이 유치해도 두루 읽히는 이유는 향상심(워크에틱)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방정식대로라면, 모두 곱셈이기에 하나라도 0이 되거나 마이너스가 되면 헛것일 것 같습니다. 심플패스님 긍정적 사고방식과 탁월한 능력에 뜨거운 열정으로 화이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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