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도와 주고도 참으로 아쉬웠던 경험
가끔씩 길거리에서 어려운 사람 도와주고도 오히려 피해를 보는 사례가 종종 회자되는데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저는 피해는 안 봤습니다만)
댓글에 가끔 제 소개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몇천억대 하는 크지 않은 중견기업의 임원입니다.
사장님 직속이라서 회사 전략 수립 및 전반에 대한 중요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임원 인사 및 주요 팀장의 인사도 결정합니다.(인사부서는 별도로 있습니다만)
작년 연말에 부하직원으로부터 얘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어느 부서의 여직원이 직장내에서 언어 폭력 등으로 너무 괴로워하고 있는데 팀장은 묵인하고 있고
위의 임원은 모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제 직무에서 일개 사무 보조 여사원까지 신경 쓸 입장도 아니고, 인사팀도 있기 때문에
직접 관여할 사항은 아니었습니다만, 여사원의 입장을 생각해 보니 너무 힘들 것 같아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갑질하고 내로남불이라서) 직접 나서서 여직원 면담을 해보았습니다.
상황은 심각했고 여직원은 이미 사표를 낸 상태더라구요.
이렇게 놓아 두어서는 안 되겠다하고 사장님께 말씀 드리고 인사 위원회때 담장 임원의 무지와 팀장의
무책임을 강력하게 얘기했습니다. (참고로 회사 임원중에서 제가 제일 어리고 그 다음 젊은 분이 저보다
8살 위입니다. 그만큼 이런말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솔직히 회사 인사위원회(주로 임원/팀장 인사)에서 사무보조 여사원의 인사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죠.
또한 이렇게 했다는 것은 제 입장에서는 그 임원/팀장/당사자와는 관계가 당연히 안 좋아질 것을 감수했다는
뜻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여사원의 사표는 반려 되었고 다른 부서로 발령 받아서 이전 부서에서보다 훨씬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잘 된 일이죠!
그런데...
이렇게 솔직히 저와 직접 관련된 일도 아니고 저로서는 큰 부담을 안고 도와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번 안 하네요!
솔직히 누가 어린 여사원에게 뭘 바라고 했겠어요?
그래도 최소한 그 악의 구렁텅이(본인 입장)에서 구해주었으면 찾아와서, 아님 카톡으로라도 진심어린
감사 인사를 전하는게 인간사의 최소한의 도리인데 참으로 아쉽더라구요.
이는 저뿐 아니라 함께 도와주었던 사람들 공통으로 느낀 감정입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부하직원 2명과 저와 거의 한달동안 실태 알아보고 여사원 밥 사주고 하면서 면담하고
노력했는데....
결국 우리 셋이 내린 결론이 다시는 우리와 관계 없는 사람은 도와주지 말자였습니다.
사실 이건 말고도 직장 생활하면서 유사한 사례를 몇번 겪었었거든요!
제가 문제인가요?
그런 도리를 모르는 그 여사원이 문제인가요?
우리 사회가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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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해주신걸 그 여직원이 알았다면 여직원분이문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