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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폭행사건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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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13:27:29

얼마전, 아무 이유없이 지나가던 여성분이 괴한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었죠.

그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고, 빠르게 범인이 잡히지 못하면서 논란이 됐었죠. 피해자 분이 인스타에도 글을 썼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과 '남자였으면 당했겠느냐'라는 젠더문제를 건드는 말들이 담겨있었죠.

아무튼, 다행히 범인은 잡혔고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아무리 코로나 시국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닐 서울역에서 폭행사건이 일어났는데 왜 아무도 도와주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밑에서 몇몇분이 글을 써주신것처럼 도와줬을때의 성취감, 뿌듯함보다 도와주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나 피해들을 보상하고 해결할 일들이 더 많아질 것 같은 우리 사회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사실 모르는 타인의 일을 도와주는 마음이 생기는건 완전한 '선의'이고 그것에는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는다는 함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금에는 피해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듣기도 어려울뿐더러 도리어 가해자, 피의자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잦으니 저부터도 망설여지는 마음입니다. 이는 상대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상관이 없네요.

 

제가 게시판에다가 글을 쓴 적도 있는데, 한번은 간질환자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퇴근길이었는데 갑자기 어떤 남성이 쓰러지더니 몸을 부르르 떠는겁니다. 

사실 몸이 피곤하고 괜히 휩쓸리기 싫어서 가던 길을 가려고 했는데, 다른 행인분들은 심장마비가 걸린 줄 알고, 심폐소생술을 해주거나 몸을 주무르거나 하는겁니다.

저는 간질환자를 워낙 많이 봤어서 즉시 상황파악을 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가던 길을 돌아서 쓰러지신 분한테 갔고 심페소생술과 몸 주무르는걸 멈추게 하고 벨트를 풀고 혀를 깨물지 않게 조치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119 신고하시던 아주머니에게 심장문제가 아니고 간질환자라고 알려주라고 했었죠. 

그 뒤로 조금씩 깨어나는 남성분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119가 오는걸 보고는 제 갈길을 갔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쓰러졌던 분이 여성이었으면 전 제가 가던 길을 갔을 겁니다. 심신미약이거나 의식이 없을때는 결국 도와주는 사람이 몸을 터치해야만 하는데, 요즘 시국에 터치라는건 정말 위험한 일이니까요.

 

결국엔 도움을 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을 '무조건' 보호해주는 법이 강화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불의를 보고도 무시하고 넘어가는 사회보다는 성별 상관없이 서로를 도와주는 사회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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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06-03 13:55:50

100% 공감합니다.

3
2020-06-03 14:03:07

 전혀 모르는 사람의 목숨을 구한적이 2번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보복(?)을 당한적은 없었습니다만....

 나이를 먹고 처자식이 생기고 사회가 이렇게 변한 지금, 과연 똑같이 행동할수 있을까는 의문이긴 합니다.

WR
2020-06-03 20:20:16

훌륭하십니다!

15
2020-06-03 14:09:14

예전 더운여름에 차를 몰고 시골길을 달리던 중 길가에 어르신이 집까지만 태워달라해서 태워드렸었죠.

다 도착해서 차에서 하차하시면서 넘어지셨는데 골절상을 당하셨었습니다.

 

근데 적반하장으로 가족들이랑 심지어 얻어타신 어르신마저 저한테 치료비 전액을 달라해서 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글쓰다보니 또 열받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누군가를 도와주는것이 꺼려지긴합니다.

 

빌어먹을 세상...

2020-06-03 14:28:54

이건 법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와 화나네요.

4
2020-06-03 14:47:17

법적대응 하려했지만 그냥 스쳐지나가는 시골길이 아닌 업무상 자주 가는곳이라서 그냥 똥밟았다 치고 다 드렸었네요.

 

처음엔 뭔 개소리냐고 따졌는데 마을 이장도 찾아와서 뭐 젊은사람이 어쩌고... 뻔한 레파토리들... 어르신을 태웠으면 하차까지 책임을 져야한다는둥... 아 또 열받네...

 

내 진짜 일만 아니었으면...부들부들...

Updated at 2020-06-03 15:00:45

진짜 진짜 심한말과

욕을 썼다가 진정하고 지웠습니다.

 

후우...만약에 저한테 그런일이 생긴다면 

아주 작은터치에도 제 몸을 들이대고 으아아아아악하고

뒤로 날아가면서 뒷목이랑 허리잡고 으아아아아악 경찰불러 

응급차 불러하면서 아주 개꼬장 부릴겁니다.  

진짜 똑같이 대해줘야돼요 그런 것들은 (것입니다.  인간이아니고.)

 

아 업무상 자주가시는 곳이라...

하아...또 빡치네요...

 

WR
2020-06-03 20:20:56

그때의 경험이 교훈을 줬다고 생각하시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1
2020-06-03 14:43:21

 100% 공감합니다 정말 이렇게 되었음 좋겠네요

1
2020-06-03 14:52:52

이젠 불의를 보고 도움 주는 거 보다 역풍도 생각할 시기입니다.

좋게 말하면 시대가 변했어요.

만약 저거 말리다가 가해자가 상처 났을 경우에 고소 당해서 문제 발생할 소지도 많습니다.

WR
2020-06-03 20:22:12

시대가 변했으니 페미니즘이니 여자 주인공들이 남자 조연들을 휘어잡는 장면들이 방송에서 흔히 나오고 우리가 이에 대해 고민하는것이겠죠.

제가 든 예가 잘못된 변화라곤 생각하진 않습니다~.

1
Updated at 2020-06-03 15:09:37

정말 공감합니다.   

 

뭐랄까 시대가 점점 한국사람들의 

차고 넘치던 정을 없에가는거 같습니다.

WR
2020-06-03 20:24:13

음...정으로 포장되거나 여겨지던 것들이 바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화를 낼만한 것들도 예전에는 '좋은 일하다 생긴건데 그냥 넘어가~'로 끝난 적이 많지 않습니까?

 

다만 아쉬울뿐이죠.

2
2020-06-03 15:35:09

저는 솔직히 정의/불의의 개념도 이제 헷갈립니다.

수십년간 부모로부터 학교로부터 책으로부터 여러가지 직간접 경험으로 쌓았던

정의의 개념이 과연 맞는지? 아니면 세상에 있기는 한건지?

하는 의문이 매일매일 드네요.

 

이제 제 아들들이 거의 다 컸으니 알아서 하겠지만

어린 자식이 있다면 '착하게 살아라!' 라고 말하는 것이 맞는지 솔직이 모르겠어요.

WR
2020-06-03 20:27:02

사실 저도 착하게 살아야하는게 당연한거라 생각했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만 그 착하게 사는 것을 어느 상황에서 적용해야하는지는 살면서 매일 고민해야되는 문제라 생각합니다.

 

정의와 불의의 개념도 사회에서 완전히 정해놓은 것이 아니고 그 뜻은 각자의 마음에 있기때문에 나 스스로의 판단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Updated at 2020-06-03 16:06:43

인터넷의 정보전달이 갈수록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들 위주로 돌아가다보니,

가면 갈수록 세상을 보는 관점도 왜곡되는걸 느낍니다.

 

세상은 인터넷상에서 보이는것 보다는 훨씬 정상적이고, 

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이 많다는걸 문득문득 느낍니다.

정상적이고 친절한 사람들의 일화들은  

작게 일어나고 그렇게 조용히 지나가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뉴스나 인터넷만 보면

매일매일 화나고, 흥분할 일들 투성이지만,

그게 세상의 전부는 아닐겁니다. 

 

그리고,

도움이라는게 실제로 해보면

누구를 위한다기보다도 본인이 먼저 기분이 좋아지는게 사실이죠..

큰 도움은 힘들어도, 작은 도움들은 많이 주려고 서로 노력하는게 어떨까 싶어요.

 


WR
2020-06-03 20:29:24

사실 우리가 보는 인터넷의 정보전달도 결국엔 '뉴스거리'가 되니까 알려지는거 아니겠습니까? 나쁜 것이 많이 알려지는 것은 그만큼 좋은 것들이 압도적으로 좋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도움이라고해서 뭐 기부를 하거나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준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양보운전하고 그러는 소소한 것들이 진정한 작은 도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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