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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와 즐거웠던 늦은 새벽

 
31
  2001
2020-05-25 15:37:09

여러 면에서 예민한 저는 자는 와중에도 작은 것들에 의해서 잘 깨는 편이에요.

한참 자고 있는데 휴대폰에서 울리는 진동으로 잠에서 깼어요.

 

'요기요' …수신중

 

제 친구를 '요기요' 라고 저장한 이유는 이 친구의 독특한 예의(?)때문이에요

친구들끼리 얘기할 땐 꽤나 거친 워딩을 구사하는데 반해

음식점,극장 어디든 가면 꼭 "여기요" 라고 외친 후 아주 늠름한 자세와 제스춰

그리고 상대방의 눈을 들여다보는 대화법까지 아주 공손하다 못해 꽁손합니다.

 

그래서 제가 '요기요'라고 부르다 보니 친구들이 함께 '요기요'라고 부르게 되었어요.

 

"기요야, 지금이 몇 신데 전화질이냐"

 

"너 집이냐"

 

"응, 왜"

 

'뚜…….'

 

'?????'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을까요

20분 후에 초인종이 울립니다

 

우선 왔으니 열어주었고 쓴소리를 하려던 찰나에 친구 손에는

위스키가 들려 있습니다. 웃음이 나더군요.

제가 위스키를 아무리 좋아해도 새벽 4시는 너무 늦지 않은거였죠

위스키는 언제 마셔도 옳은 술입니다.

 

"어서 와, 오느라 수고했다" (웃음)

 

"웜아, 어떻게 하면 좋지. 지혜(여자친구)가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하더라"

 

"응? 그럼 나한테 오면 안되고 지혜한테 가야지"

 

위스키 한잔 마시면서 천천히 상황을 들어보니 요기요가 잘못을 했더라구요.

원래 타인의 일은 객관화가 어렵지 않지만

자기가 처한 상황을 객관화 해서 풀어나가는 것은 어렵잖아요

 

그래서 함께 상황 정리를 하고, 기요가 여자친구에게 갖는 마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 보고 나니 간단했습니다.

기요에게는 여자친구가 1순위였어요. 고민할 필요도 망설일 이유도 없었어요.

 

술을 마셨으니 차는 두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더라구요.

 

친구의 옷 매무새를 잠시 만져주곤 택시 타러 가는 길에 제가 얘기했어요.

 

"기요야 고맙다, 힘들 때 날 찾아줘서"

 

"개소리야, 간다"

 

"ㅇㅋ;;;"

 

힘들 때 찾을 수 있다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너무 좋은 일이지만

힘들 때 저를 찾아 오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굉장히 반갑고 좋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 하루였어요

 

(절대 위스키 때문은 아닙니다) 

4
Comments
2
2020-05-25 16:00:58

힘들때 찾아주는 친구가 있다는건 참 좋은 일이지만

힘들때 찾아주는 친구가 손에 위스키를 들고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죠.

 

자 그래서 어떤 위스키였습니꺄

WR
2
2020-05-25 16:06:35

제임슨이였어요..충분합니다. 위스키면 다 괜찮아요

1
2020-05-25 16:42:20

제임슨 좋죠. 저도 위스키면 얼추 다 괜찬은데 심지어 제임슨 좋아합니다!!

2
2020-05-25 17:16:30

오느라 수고했다 

 

기요님이 여자친구분과 잘 풀리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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