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Adult Vedio) 감상 후기 및 정보 공유
<p>29살 은행 경비로 일하는 사람이에요. </p>
<p>저번주 수요일 만 4년 정도 만난 여자친구와 헤어졌어요. 헤어진 이유는 각설하고 그래서 요새 조금 많이 힘들어요. 다들 아시죠? 이별 직후의 상실감, 공허함, 외로움 그리고 여자친구의 대한 미안함. </p>
<p>여자친구가 내 삶에서 이렇게 큰 존재였는지 미처 몰랐어요. 사실 몰랐다는 건 약간의 말장난이긴 해요. </p>
<p>첫번째 이별도 아니니 사실 힘들 거라 예상하잖아요. 그런데 예상했다고 덜 아픈 건 아닌가봐요. 예상했다고 음식이 덜 맛있진 않잖아요. 어우골이어도 골스가 우승하면 기뻤잖아요. 다만 첫사랑의 이별보단 나아진 점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잊혀진다는 진부한 명제가 참인걸 알기에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는 거네요. 첫사랑이랑 헤어지곤 너무 힘들어서 진심으로 정말 이러다 죽겠다 생각했었어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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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몸에 드러나는 증상으로는 이별 직후부터 가벼운 소화불량과 불면증을 앓고 있어요. 컨디션이 떨어져서인지 가만히 앉아 있는 와중에 종아리에 쥐가 오기도 하네요. 야옹~(내년 30살 아재 찡긋!) 저번주 금요일에는 새벽 새벽 4시 쯤 겨우 설잠이 들어 6시에 눈이 떠졌어요. 몸은 무거웠고 오른쪽 눈에는 쌍꺼풀이 만들어졌더라고요. 아시죠? 피곤해서 생긴 쌍꺼풀은, 저 이런 말 잘 안 쓰는데 정말 '극혐'이에요. 안 그래도 20대 후반부터는 거울로 제 모습 보면 한숨이 나오는데 그 날은 얼굴도 피곤에 쩔어있는 데다가 오른쪽 눈엔 불면증이 빚어낸 쌍꺼풀까지, 전여친은 날 진심으로 사랑했구나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어요. Oh~ inner beauty. 은행 도착 전까지는 제발 쌍꺼풀이 풀리기를 기도했지만 역부족이었나봐요.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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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얘기 안 나온다고 보채지 말아요. 우리 어른이죠. 참을 수 있죠? 내려가다보면 후기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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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회사 사람들 모두 몸이 안 좋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저에게 관심을 갖는 회사 사람 모두.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몸 좀 안 좋아진 거 같다. 잠을 좀 못 잤다.' 라고 대충 둘러댔어요. 편하게도 다들 30이면 그럴 수 있는 나이라고 수긍을 하더라고요. 저랑 친한 동갑 여직원은 단둘이 있는 상황에 요새 뭔 일 있는 거 아니냐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잠을 좀 못잤어"라고 말하니 갑자기 그 여직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조언하더라고요. 찰나에 생각했어요. 아무리 평소에 짓궂게 장난쳐도 내가 몸이 안 좋아 보이니 미간이 찌푸려질정도로 걱정을 해주는구나.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요. "Bride신부야 이제 우리도 서른이야. 야동이랑 AV 좀 그만 봐. 아니 어쩌다 쌍꺼풀이 만들어질 정도로 본 거야. 너 그러다 뼈 삭는다. 우리 이제 예전 체력 아니야." 워낙 평소에도 이 여직원에게 능욕을 당하는 지라 웬만한 도발에는 미동도 없는데 AV얘기엔 너무 당황했는지 저도 목부터 얼굴까지 뜨거워지는게 느껴질 정도라고요. 이 모습을 본 여직원은 또 좋다고 웃으면서 "얼굴 빨개진다. 맞네 봤네. Bride신부야 나 사람 좋은 거 알지. 네 생각해서 나만 아는 걸로 할게. 앞으론 자제해라 푸하하하" 하더라고요. 아오 이걸. 강냉이 원투원투. 아마 이 여직원은 제게 뭔 일이 있는 거 바로 알아챈 눈치였어요. 그래서 더 얄궂게 장난쳐준 거 같아요. 나름 좋은 사람이거든요. 그래도 기분 나빠! 직원 홈페이지 가서 성희롱으로 신고 할 거야.</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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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런데 재밌는 게 뭔지 아세요. 그래도 그 친구가 말을 가볍게 하는 거 같아도 말에 힘이 있더라고요. 제가 그 날 퇴근하고 집에서 멍하니 누워서 이별의 아픔을 만끽하는 와중에 문득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내가 야동을 보고 놀림 받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그렇게 컴퓨터에 앉아서 인터넷을 켜고 우츠노미야 리온을 검색하더라고요. 명예를 위해 덧붙여 말하자면 물론 '그것'을 하려는 목적으로 AV를 검색 한 건 아니에요. 억울한 심정에 보려는 거였어요. 헤헷 데헷. 또 제가 순애보 스타일이라 AV배우도 한 배우만 파거든요. 전국의 200만 순애보들을 욕보여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제 단 하나의 사랑 리온을 검색했는데 신작이 안 나온지 꽤 됐더라고요. 구글링을 해보니 은퇴를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사이에 두 번의 이별이라 가혹하기도 하지.' 라고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오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라고요. 이별 이후에 가장 크게 웃었던 거 같아요. 어찌됐건 여직원 덕분이네요. 그리고 나서 리온과의 이별과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기념하기 위해 리온의 시온 시절의(리온의 시온 시절? 무슨 소린가 하시겠지만 배우신 분들은 다 압니다. 페미만 공부해야하는 게 아니에요. AV도 공부하세요.)제가 가장 좋아했던 영상을 다운 받아 감상했어요. 이번 AV 시청은 그간 AV가 무언가 목적에 봉사하는 그런 감상이 아니었어요. 역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음을 깨닫는,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추억하는 그런, AV를 보고선 쉽게 얻을 수 없는 드문 감상을 느꼈죠. 풉. 이젠 리온 영상 안 보려고요. 리온도 새 삶 찾아야죠. (제가 적으면서도 정말 뭔 돌아이 같은 소린지 모르겠겠네요. ㅋㅋㅋㅋ)전여친이 알면 기겁을 하겠지만 전여친과 함께 보내주려고 합니다. 다시 한번 리온의 은퇴에 애도를 표합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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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오늘도 잠이 오질 않네요. 오늘은 AV안 봅니다. 아직 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마음은 누군가와 교류하길 원하고 화답해줄 대상을 갈구하네요. 뭐 이것도 시간이 지나 계속 외면받으면 알아서 멈추겠죠. 그래서 이렇게 헛헛함을 달래려고 유일하게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글을 남겨 봅니다. 친한 친구들은 다 전여친 잘 아니까 하소연하기 싫더라고요. 제 이별을 함께 나누진 못하더라도 우리 리온의 은퇴엔 함께 슬퍼해봐요.ㅜㅜ 다들 조금만 아프시고 편히 주무시고 좋은 아침 맞으세요.</p>
WR
Updated at 2018-12-18 01:35:09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
2018-12-18 01:50:25
지금이라도 아셔서 다행이네요. 글쓴이로써 뿌듯합니다. 저도 레브님 응원할게요.
2018-12-18 09:37:58
슬프면서 아쉬운..
Updated at 2019-12-04 20:5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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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별의 아픔에 공감하다가 여직원분과 장난치는 부분부터는 재밌게 글을 읽었네요.! 왜 헤어진지는 모르겠지만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