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냐?”
엊그제 있었던 일인데
오늘 무서운 기사를 보니 다시금 생각나는 말이라 글을 남겨봅니다..
출근길에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가 지하철에서 쪽지를 돌리고 있습니다.
하도 많이 돌려서 누렇고 닳아버린 쪽지의 내용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이른바 ‘한푼줍쇼’...
일주일 중에 가장 피곤한 금요일 출근길..
어렵게 얻은 자리에서 1분이라도 더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 반가울리 없는 쪽지를
할머니는 강제로 우겨넣습니다..
그러다 한 아저씨가 한사코 ‘구걸쪽지’를 거부하자
그 할머니가 씩씩거리며 외치더군요...
“사람이냐?”
순간이지만 화가 치밀어 그 할머니에게 되묻고 싶었습니다..
‘사람이십니까?’
그 할머니에게 ‘사람’스러움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 뻔뻔함...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 때문이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끼치는 불편함에 대한 당연한 태도.
자신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다른 사람의 도움.
낡은 쪽지를 잠시 무릎에 올려놓던,
얼마 되지 않는 지폐를 찔러주던,
그까짓 것들은 너무 하찮은 것들이지만
작은 것에서부터 배어나오는 그 할머니의 태도는
지나온 삶에서 악취를 풍길 것만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주아주 예전에 IMF가 막 터져서 다들 난리가 났을 때였는데
지하철에서 말끔하게 머리를 빗고
깨끗한 하얀 옷을 입은 여학생이 한참 어려보이는 꼬마 남동생 손을 잡고 지하철에 탔습니다.
그 소녀는 지하철역이 서너개 지날 동안이나
구석에서 동생과 쭈뼛쭈뼛 망설이다가
어렵게 열차 한 가운데로 동생 손을 잡고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IMF 때문에 벌어진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자신은 결코 구걸을 하는 것이 아니다
힘든 부모님을 돕고싶지만 상황도 어렵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몇 번이나 목이 메였지만 소녀는 간신히 할 말을 마치고
사람들에게 작은 메모지를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새하얀 빈 메모지에 다른 것은 필요없으니
오로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의 전화번호만을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울먹울먹 열차 한 칸을 다 돌고 다음 칸으로 넘어가던 소녀는
이동칸 사이에 동생을 붙잡고 주저앉아서 서럽게 울었습니다..
살면서 본 것 중에 가장 슬프게, 처연하게 우는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멀쩡하게 출근하던 아저씨한테 사람이냐 묻던 그 할머니를 보고
예전에 봤던 그 소녀가 생각이 났습니다.
사람답게 사는 건 무지 어려운 것도 같지만
한편으론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사람답게 살고 있나 돌아보는 중인데
다행히도 지금까진 크게 잘못한 건 없는 듯하지만
무심코, 막, 생각없이 살면
어느 순간 사람답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는 밤입니다..
6
2018-11-18 00:02:47
비상식적인 사건이 많아지는 듯한 요즘에. 제 자신 역시 정상인인가에 대한 의문이 항상 듭니다.
2018-11-18 10:32:51
혹시9호선이셨나요? 저한테 똑같은 행동을 하셨던 할머니분이 계셨거든요..주변분들 밀치면서 다니면서 호의가 권리인줄 아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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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