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이 다른 분께 임보 양도 했습니다 ㅠㅜ
아쉬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네요.
결과적으로 줍줍이는 더 좋은 환경 (마당이 있는 집 + 강아지 친구)이 있는 애견인이 있으셔서 그 분께 줍줍이의 임시 보호를 양도 했습니다 ㅠㅠ
고작 3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어제 보내고나서 지금 저도 맘 추스리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이제야 글 올립니다
1. 기린님이 말씀하신 거 전부 맞았어요!
애 입에 닿을 수 있는 높이에 있는 모든 게 초토화 되었습니다;
댓글 적어주시고 대강 낮은 위치에 있는 걸 정리 한다고 했는데, 신발을 잊고 있었어요 ㅠㅠ
광복절에 늦잠 늘어지게 자고 있었는데 일어나고 보니 방이...
지난 주에 양양으로 서핑을 갔었는데, 그 때 신었던 쪼리를 물고 들어와 제 방에 설악 해수욕장이 펼쳐진 기적을 보았습니다.
청소기 세번 돌렸네요 (...)
2. 같이 한 2박3일동안 행복했지만 반나절은 전쟁이었어요; 올린 거 처럼 모래 뿐만 아니라 선글라스 통도 아작내고 배변하라고 해 놓은 신문지는 갈기갈기에... 제가 커다란 뼈다귀로 보이는지 팔과 다리를 계속 깨물어대는 통에 한동안은 침대위로 피신해 지인들에게 sos를 보냄과 동시에 세나개를 주파했습니다.
혼도 내고 달래도 보고 했지만 애가 가끔 뭐가 씌이는지 방 구석을 데스런을 하는데 ‘아 이래서 코기 키우기 힘들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불어 우리집이 얘 키우기 힘들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어 미안했구요
3. 강아지는 육아란 말이 공감이 갔습니다.
벨소리를 들으면 환장을 하길래 무조건 폰은 무음모드. 식탐은 쩔어서 내가 밥 먹는 건 기미상균으로 변신해 지가 꼭 먼저 한입을 먹어봐야하고...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었어요;
혼자 둘 수 없어서 휴일에 보려던 영화도 미루고 운동도 3일 연속 빠졌습니다
4. 하지만 산책을 가면... 내 강아지와 산책하는 기쁨은 어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거 같아요. 문 밖만 나가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애교도 많아지고 순해지고 보는 사람들마다 끼를 부리니... (줍줍아 고맙다. 덕분에 이쁜 여자들과 조금이나마 말 섞을 수 있었어)
매일 2시간씩 산책을 했어요. 줍줍이가 없는 지금 저에게 남은 금과 같은 추억이에요
(글고 산책하다 길고양이 만났는데 눈 마주치자마자 쫄아서 도망갔대요! 줍줍이는 쫄보)
5. 강아지와 몇년을 살았지만 제 반려동물이 아니었는지 그렇게 큰 애착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비록 남의 강아지구 언젠가는 보내줘야하는 걸 알았지만 저도 모르게 줍줍이를 제 강아지라고 생각했나봐요. 휴일인 광복절에 새로운 주인분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 지는 모르지만)에게 연락이 와서 데려간다고 하실 때는 보내기 싫다라는 마음이 무럭무럭 생기더군요
6. 제일 걱정되었고 지금도 걱정되는 건 딱 한가지입니다. 원 주인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줍줍이가 저도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해서 두번 상처 받을까.
직접 말을 걸어 그런 건 아니라고 설득도 하고 넌 이쁜 녀석이고 난 널 아낀다. 내가 너 싫어서 버리는게 아니라고 한참을 떠들었는데 얘가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얘가 살아온 세월 중 고작 3일이니 차라리 저희 집에 있던 기억을 잊어버림 좋겠네요
7. 헤어지는 건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산책가자면 지가 앞장서는 녀석인데, 왠일인지 나가는 길목마다 안 나가겠다고 뻐팅깁니다. 하루에 산책 두번 나가는 건 싫었는지 아니면 이번에 가면 다시는 우리 집 못오는 걸 알았는지...
그래도 새로운 주인 분이 가족들을 데리고 오셔서 맞이해주셨는데 또다시 일일히 안기고 끼부리느라 정신이 없네요. 어디서 밥 굶을 녀석은 아니에요.
잠시 다른 손에 희희덕거리는 거 보다가 얘가 저 없어지는 거 눈치채기전에 자리를 떳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손이 너무 허전했어요.
8. 고작 3일 같이 있었습니다. 근데도 이렇게 정가구 헤어지는 게 힘들었는데 줍줍이를 버린 혹은 도망가도록 방치한 원 견주분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 않아요.
9. 동물병원과 애견샵에 신고 하러 갔을 때 공짜로 사료들 여러개 쥐어주신 사장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분들이 진짜 동물들에 애정을 품고 일하시는 걸 알게 되었어요. 또 인스타나 카페에 견주 찾는 글 퍼가주시며 같이 찾도록 도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줍줍이 이뻐하신 매냐 삼촌들께도 줍줍이가 고마워 할 거에요
10. 반려동물 키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귀엽다고 그냥 데려가서 이뻐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더라구요. 반려동물 분양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꼭 이 점을 다시 생각해보시고 어떤 동물을 들이실 때 단점만을 정리한 걸 인터넷에서 보시고 결정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유기는 절대 안될 말이고 다른 집에 분양 보내는 것도 동물들에게 가는 감정은 스트레스라는 말 하나로 설명이 안될 거 같아요.
배신감. 두려움. 그리움. 여러 종류의 부정적인 생각들이 들 거 같아요. 걔네도 감정이 있는 생명체니까요.
가끔씩 줍줍이 이야기 계속 매냐 글에 후기 글 올리고 하는 해피엔딩이 되었음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물론 줍줍이 입장에선 더 좋은 환경으로 갔으니 해피엔딩이길 바라지만 아직도 맘 속으로 ‘내가 키울 걸 그랬나’ 하는 조그만 이기심과 욕심이 남아있어요.
정말 아쉽게도 줍줍이 이야기는 이걸로 조촐하게 끝입니다!
많은 조언 주신 분들과 응원과 칭찬 주신 매냐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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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아침에 면도 하려고 거울 보니 저도 모르는 새에 줍줍이가 입가에 생채기를 냈네요.
이 놈의 자식... 끝까지 뭘 남기고 가는 나쁜 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