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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이야기 - 10만원대 추천 만년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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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4 20:59:32

 

 안녕하세요. 

 

 

지난번에 입문자용 만년필들에 대해 소개드렸었는데요. 이번에는 가격대를 좀 높여서, 10만원대에서 구할 수 있는 추천 펜들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가격대가 만년필 가성비가 가장 좋은 가격대라고 생각합니다. 입문자용 펜들보다 분명히 질적으로 다른 필감을 보여주거든요. 거기다 닙 재료가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금으로 바뀌는 만큼.. 뭐랄까 돈을 좀 더 내는 것이 납득이 된달까요. 여러모로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가격대입니다. 입문자용 펜들로 입문하셨다가 이제 좀 더 좋은 펜을 써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 뿐 아니라, 첫 펜이라도 시작을 너무 싼 것들 보다는 그래도 좀 좋은 펜으로 시작해보고 싶다 하시는 분, 친구나 가족, 애인에게 선물할 너무 가벼워보이지는 않는 펜을 찾으시는 분 모두 한번 고려해보실만한 가격대입니다. 

 

사실 10만원대는 일본 메이져 3사의 메인스트림급 모델들이 완전히 꽉 잡고 있는 가격대입니다. 이 모델들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온 펜들이고, 품질 관리 이슈도 전혀 없습니다. 닙도 전부 금닙이고, 닙 굵기도 아주아주 세필인 UEF 부터 시작해서 꽤 두꺼운 C (보통 유럽 제조사들의 B 정도) 닙, 심지어 이전에 소개드렸던 바 있는 Music nib 옵션도 제공합니다. 여러모로 거의 단점이 없죠. 그래도 단점을 꼽자면 디자인이 좀 하나같이 클래식한 쪽이라는건데, 저는 좋아하는 디자인들이지만 좀 튀는 디자인을 원하시는 분들은 가격대를 좀 높이시거나 다른 브랜드들의 스틸닙 펜들을 찾아보셔야 합니다. 

 

 

1. Pilot Custom 74 / Custom Heritage 91

 

파이로트의 간판 라인인 커스텀 라인의 가장 아랫단에 있는 펜들입니다. Custom 74 는 금도금된 금속부를 가진 흔히 Cigar-shape 이라고 부르는, 양끝이 동그란 디자인을 가진 펜이구요. Custom Heritage 91 은 은색의 금속부를 가진 양끝이 평평한 디자인을 가진 펜입니다. 닙은 두 라인 모두 파이로트 독자규격 #10 사이즈의 14k 금닙을 가지고 있습니다.

 

 

 

 

Custom 74 의 경우 바디 색은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검정과 다크그린, 다크레드의 세가지가 기본이구요. 좀 더 튀는 색을 원하신다면 완전 투명이나 파란색, 주황색 투명 등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모양은.. 일반적인 Cigar-shape 펜들보다는 좀 더 원통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무슨 말이냐하면, 보통의 Cigar-shape 펜들은 양끝이 가장 얇고 가운데로 오면서 점점 두꺼워지다가 센터밴드 정도에서 정점을 찍는식인데, Custom 74 는 전체적으로 두께가 일정한 편이라는거죠. 그래서인지 클래식한 모양인듯 하면서도 클래식하지 않은 묘한 느낌을 줍니다. Custom Heritage 91 은 검정색과 투명 두 가지 정도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Custom 74 보다 좀 더 클래식한 느낌이라고 생각합니다. 

 

필감을 보자면 파이로트 답게 아주 부드럽고 잉크 흐름도 풍부합니다. 닙이 14k 치고는 좀 연성인 편이라서요. 연성닙에서만 느낄 수 있는.. 뭐랄까 종이가 펜과 잉크를 빨아들이는 듯한 필감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필감입니다만, 호불호가 아예 없는 필감은 아니라서요. 아주 단단한 닙이나 사각거리는 필감을 좋아하신다면 딱 맞는 닙은 아닐 수 있겠습니다.

 

일본 펜들은 일본 내수와 해외의 가격차가 좀 있는 편인데요. 다행히 우리나라는 일본과 가까워서인지 일본 직구와 가격차가 크게 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온라인 펜샵이 상시 정가에서 30%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데, 그때그때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인 EF, F, M, B 닙을 가진 펜을 10만원대 초반, 특수닙인 C (B보다 두꺼운 닙) 닙과 뮤직닙을 장착한 펜을 10만원대 중반에 구하실 수 있습니다. 

 

필링 시스템은 독자규격의 카트리지/컨버터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파이로트 펜의 가장 큰 단점으로 파이로트의 컨버터를 꼽을 정도로... 매우 평이 좋지 않습니다. 아주 최근까지도 에어로메틱 방식의 CON-20, 피스톤 방식의 CON-50, 버튼 방식의 CON-70 세가지를 생산하다가, 최근 CON-20 과 CON-50 을 단종하고 CON-50 보다 약간 작은 피스톤 방식 컨버터인 CON-40 을 새롭게 출시하였는데요. 이 CON-40 컨버터의 잉크 충전 용량이 절망적인 수준이라는게 문제입니다. 아마 아주 짧은 카트리지 전용펜에 장착하도록 제작된 미니컨버터 정도 될겁니다. Custom 74 정도만 되어도 작지는 않은 펜인데, CON-40 컨버터를 끼우면 그 큰 바디의 아주아주아주 작은 부분만 잉크 저장공간으로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행히 CON-70 컨버터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잉크 저장 용량은 아마 현재 생산되는 컨버터들 중 가장 클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이 컨버터를 청소하기가 정말 어렵다는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컨버터 내부의 액체를 완전히 밖으로 빼낼 방법이 없는 방식인데다 분해도 불가능하고, 쓸데없이 복잡합니다. 저는파이로트 펜을 사용할 때에는 좀 불편하더라도 그냥 빈 카트리지에 주사기나 스포이드로 잉크를 채워 쓰고 있습니다. 

 

 

2. Platinum 3776 Century

 

플래티넘의 간판이자 스테디셀러입니다. 아주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피니쉬의 한정판 및 특별판들이 있습니다만, 가장 저렴하면서도 무난한 기본버전은 검정, 버건디, 블루의 세가지 바디에 금색 또는 은색의 클립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Pilot Custom 74 보다는 좀 더 클래식한 모양을 갖고 있고, 개인적으로 좀 더 선호하는 디자인입니다. 바디 재료도 플라스틱이긴 하나, 아주 약간의 깊이감이 있는 재료이기에 보는 맛도 좀 더 있습니다. 

 

 

 

필감은 Custom 74 보다는 더 사각거리는 쪽입니다. 여기에 플래티넘만의 특징으로, EF 보다 더 얇은 UEF 닙을 선택할 수 있어 세필을 좋아하시는 분께 적합합니다. 더구나 파이로트만큼은 아니지만 플래티넘의 14k 닙은 일반적인 스테인리스 스틸닙보다는 더 연성이며, 플래티넘만의 연성닙 옵션 (SF, SMF, SM) 도 제공합니다. 3776은 슬립-앤-실 메커니즘이라 부르는 독특한 캡 구조로도 유명한데요. 캡 안에 스프링으로 고정되어 있는 이너캡이 하나 더 있습니다. 캡을 꽉 닫게 되면 이 이너캡이 안쪽에서 한겹의 실링을 더 제공하구요. 이 이너캡은 스프링으로 잡혀있기에 일반적인 쓰레드 방식보다 더 확실히 닙을 밀폐시켜줍니다. 이러면 잉크 마름이 거의 없게 되는데, 플래티넘 자체 자료에 따르면 일반적인 펜들보다 3,4배는 오래 잉크를 채운 채로도 보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격은 역시 그때그때 다르지만 우리돈 10만원 중반정도에 UEF, EF, F, M, B 닙을 가진 펜들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특수닙인 C, Music 닙의 경우는 검정색 바디를 가진 모델에만 장착되어 판매되는데, 가격이 일반 닙들보다 보통 3,4만원 정도 비싸게 책정되어 있구요. 파이로트와 마찬가지로 독자규격 카트리지/컨버터 충전 방식입니다. 플래티넘의 컨버터는 파이로트/세일러와 다르게 별다른 단점이 없는, 무난한 컨버터라는 평이 많습니다. 

 

 

3. 세일러 프로핏(1911) 스탠다드, 프로기어 슬림

 

프로핏 (유럽/북미 시장에서는 1911 이라고 불립니다.) 은 양쪽 끝이 둥근 모양을, 프로기어는 평평한 모양을 가진 세일러의 펜 라인입니다. 둘 다 매우 클래식한 디자인이구요.두 라인의 가장 아랫단에 있는 모델들은 각각 프로핏 영 / 프로기어 슬림 인데, 프로핏 영의 경우는 스틸닙을 장착한 모델로, 입문자용과 이번 글에서 다루는 라인의 중간 정도에 있는 펜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 다루는 레벨에 있는 펜은 프로핏 스탠다드 / 프로기어 슬림인데, 둘 다 다른 세일러의 펜들과 다르게 21k 금이 아닌 14k 금 닙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닙은 금 닙 치고 아주 단단하며, 그래서 일반적인 F, M 등 대신 Hard 를 뜻하는 H 를 앞에 붙여서 H-F, H-M 등으로 닙 굵기를 표기합니다. 또한 전반적으로 세필인 일본 브랜드들 중에서도 아주 세필이라, 세일러의 F 닙은 어지간한 유럽 제조사의 EF 보다도 얇기에 세필과 단단한 닙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아주 잘 맞는 펜입니다. 

 

가격은 프로핏 스탠다드와 프로기어 슬림 모두 보통 10만원대 중반 정도에서 구하실 수 있습니다. 세일러의 펜들은 특히나 특별판이 아닌 경우 검정색이 아닌 바디를 보기가 힘든데, 그래도 이 라인업들에는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어느정도는 바디 색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파이로트나 플래티넘과 마찬가지로 독자규격의 카트리지/컨버터를 사용한다는 점 정도가 있겠는데요. 세일러의 컨버터는 그 결합부가 다른 컨버터들에 비해 특히 넓습니다. 그래서 잉크가 좀 남아있는 채로 잘못 컨버터를 뽑았다가는 잉크가 컨버터 밖으로 나와 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꼭 유의하셔야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그렇듯 본문과 상관없더라도 만년필에 관한 질문과 코멘트 모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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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8-05-14 21:51:49

꾸준히 정독하고 있습니다. 막연한 흥미만 가지고 있었는데, 전해주신 정보들 보며 이제 입문하게 되네요!
초저렴이로 구매해서 연습하고 있긴한데, 막상 끄적여놓고 보면 흉측한 지렁이 밖에 없어 고민입니다.

WR
1
2018-05-14 22:07:1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씨야 쓰다보면 좀 늘게 마련이니까요. 저도 심심할 때 계속 연습하고 있는데, 그래도 하면 할수록 느는게 보인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 보면 예쁘게 글씨 쓰는 법을 잘 설명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2018-05-14 22:09:23

그렇군요. 열심히 연습해서 성과물 언젠가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가입일 5000일 기념이 아닐까 합니다.

2018-05-14 22:25:26

저도 꾸준히 글 읽고 있습니다. ROOKIE_RED님 덕분에 트위스비 에코로 입문했습니다.^^ 만년필로 필기할때의 사각사각거리는 소리가 너무 좋네요~ㅎㅎ

WR
2018-05-14 22:40:56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딱 맞는 펜을 쓸 때는 필기할 때마다 설레는 그 느낌이 참 좋죠^^ 

2018-05-14 22:42:44

 만년필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비슷한 가격대의 워터맨 엑스퍼트는 어떤가요?

 소개해 주신 일제에 비해서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WR
1
2018-05-14 22:53:04

안녕하세요^^ 

 

워터맨 엑스퍼트의 경우는 일단 스테인리스 스틸닙이라는데에서 위의 모델들과는 차별이 됩니다. 스틸이니만큼 아무래도 닙이 좀 단단하구요. 일본 제조사들이 좀 더 세필이기에 같은 F닙이라도 워터맨쪽이 더 획 굵기가 굵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닙 재료는 스틸이던 금이던 잘 나오기만 하면 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그래도 워터맨 엑스퍼트를 추천드리지 않은 것은 품질관리 (Quality Control) 이슈가 좀 있기 때문인데요. 잉크 흐름이 너무 박하거나 정렬이 올바르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만년필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하신 경우에 이런 불량이 있을 경우 불량인줄도 모르고 만년필이 원래 이런것이겠거니 하고 쓰는 경우가 많아 보통 추천드리지는 않는 편입니다. 

2018-05-14 23:18:06

언젠가 써보고싶네요... 우선 글씨교정교실부터 다니고...

WR
2018-05-14 23:51:53

맘에 드는 펜을 사서 글씨를 쓰는게 즐거워지면 글을 더 많이 쓰게 되고, 그럼 더 잘 써지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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