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는 코트 위의 교수님 썰
10년 전쯤 국내 최고 철강회사가 재단인 지방의 최고 명문 공과대학에서 주최하는 5대5 농구대회에 용병으로 나간적이 있습니다.
대회는 토,일이었는데 며칠 일찍 내려가서 도시도 구경하고 체육관 적응(?)도 했죠.
대회 장소이자 학교 체육관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을 던지다가 적당한 수가 모이면 하프라인에서 5대5 미니게임을 시작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농구열기가 뜨거워서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많은 사람들이 농구하러 와서 1게임 뛰면 2게임은 쉬어야할 정도였습니다.
저를 용병으로 초청해준 팀과 저녁을 먹고 코트에서 슛연습도 하고 사람들이 모이면 게임을 했습니다. 학교 학생들은 수준급 실력까지는 아니라도 매너도 있고 즐겁게 게임을 했습니다.
8시쯤 되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학생들이 모두 인사를 하더군요.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물리학과 교수님이 대학생들과 함께 농구를 하러 오신것입니다.
대기하는 학생들 팀이 있었는데 당연하다는 듯 교수님팀에게 차례를 양보하더군요. 저희팀과 5대5 시합을 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나이도 있으시고 체구도 작으셔서 잘하시지는 못하시더군요. 패스의 대부분은 교수님께 향하고 안들어가면 같은팀 모두가 안타깝게 '까비'를 외치고 들어가면 '나이스'를 외쳤습니다. 교수님이 대부분의 야투를 던지시니 전반부터 당연히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습니다
기분이 상하신 교수님이 본인은 파울 엄청하면서 굿수비라고 우기시기 시작하셨고 우리편의 수비는 파울이라고 우기십니다. 어이가 없어서 그쪽 팀을 쳐다보니 대학원생들이 정말 미안하고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더군요.
전반 끝나고 잠깐의 하프타임에 그쪽 대학원생 형님이 오셔서 슬쩍 '저희 주임교수님이신데 똥 밟았다고 생각하시고 후반적에도 조금만 장단 맞춰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부탁을 하셨습니다
대학원생 형님이 안되보여서 후반에도 그러려니 하고 게임을 했습니다.
교수님이 돌파를 하시다 제 앞에서 발이 꼬여서 넘어지셨는데 넘어지는 와중에 골대로 공을 휙 던졌는데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혼자 4발 정도를 걸으시다가 넘어지셨는데 교수님께서 일어나시면서 '들어갔지? 바스켓굿!'
하고 외치시더군요.
제가 또 벙쩌서 그쪽 팀을 쳐다보는데 모두가 '제발'하는 표정으로 애처롭게 저를 쳐다보시더군요.
제가 손을 들어서 파울입니다. 괜찮으세요? 하니 팀원들이 우루루 달려와
'바스켓 카운트!'
'교수님 대박입니다!'
'나이스 플레이!'
하고 교수님과 얼싸앉고 기쁨을 나누더군요
게임이 무사히 끝나고 다른 대기자들이 시합을 할때 대학원생 형님이 포카리스웨트를 여러개 뽑아오셔서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말없이 엄지를 척 올리시더군요
10년전 일인데 그 대학원생 형님께서는 무사히 석박사 과정을 마치셨겠지요?
그 물리학과 교수님은 나이가 거의 정년이 되셨을 것 같은데 아직도 접대(?) 농구를 즐기시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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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네요. 우리사회에서는 왜 저게 당연한 느낌이 드는지 참... 맘에 안드는 문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