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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찾아서.

튀김반양념반
29
  1129
2017-10-07 12:37:14

0.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통장 잔고는 0에 가깝고 거기 어울리지 않게 부채라는 것도 있고

소유한 부동산은 커녕 이번달 월세 내기도 아득하며, 한달 먹고 살기 아득해서 적금 넣은 건 당연히 없지만.

차곡 차곡 쌓아놓은 적금 같은 나이가 어느새 불혹(不惑)을 바라보는 

나.

그럼에도 눈을 뜨고 기지개를 크게 핀 다음 샤워를 하고 출근을 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죠.

- 아. 행복하군.

이상하죠. 왜 이렇게 된 걸까요.

 

1. 정신 승리.

혹자는 정신 승리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물리적으로 만족감을 찾는 건 무리고,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찾아서 승리를 맞이했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마 그 정신 승리라는 말이 가지는 부정적 의미는 진짜 정신 승리만 하고 가만히 있는 것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월급이 들어오고 월세를 내고, 어머니 병원비를 내고, 카드값을 내고.

이번달 부터 시작하는 작지만 차곡 차곡 준비할 적금으로 돈이 나가겠죠. 

- 고맙다. 월급.

퇴근하고 운동을 조금씩 시작했고, 죽을 때 까지 쓸 글은 하루 하루 조금씩 쌓여가고.

사진도 다시 시작할테니 중고 시장이랑 이런 저런 쇼핑몰 기웃 거리며 견적을 맞춰보고요.

한 달에 한 번. 친한 친구랑 라면 먹으며 서로 욕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젠 연애도 아니고 썸도 아니고 그저 30대 초반 여자 동생이 된 사람과 저녁을 먹고요.

한 달에 한 번. 부산에서 올라오는 친구와 얼큰하게 취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취한 날 밤. 하늘을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 아. 행복하군.

그렇군요. 정신 승리. 어쩌면 작은 행복.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2.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얼마전 까지만 해도 행복은 참 거대하고 엄청난 것인 줄 알았습니다.

남들이 받들어 주고 인정을 받아야 하며 검증이 필요한 것을 가진 다음에 가질 수 있는 건 줄 알았습니다.

다이아몬드처럼 인내의 시간을 거쳐서 완성되는 찬란한 보석같았어요.

아 보증서도 당연히 필요하구요.

그런데.

제가 요즘 행복하다 느끼는 건.

주변에 흩어져있는 작은 유리 알갱이 같은 거 같습니다.

하도 많이 굴러 다녀서 이제 날이 무뎌진 유리 알갱이는 아직도 조곤조곤 빛나며 제 주위에 있었습니다.

보증서에 눈이 팔려, 다이아몬드의 화려함에 가려져 그 빛을 못 봤던 것 같아요.

이렇게 바닥에 길게 드러누워 있으니 그 빛들이 보입니다. 만져지기도 하고요.

 

저는 아직도 제가 행복을 찾아가는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슬픔도 있을테고. 네... 아직은 잘 모르기에 겪어 보지 않은 고난도 있을테고.

거기서 또 절망이라는 걸 알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행복들을 만끽하고 또 행복들을 찾으러 계속 걸어갈 겁니다.

 

확실한 깨달음 하나.

세상에 작은 행복은 없더군요. 행복은 그냥 행복입니다.

행복을 찾아서 모두 행복해지시길.

 

...무슨 마무리가 매니아 탈퇴하는 것 처럼 썼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행복을 찾아서.

 

13
댓글
죽정리
1
2017-10-07 13:01:48

이렇게 올려주시는 반반님의 좋은 글 읽는 것도 행복이죠

WR
튀김반양념반
1
2017-10-07 13:58:41

좋은 글이라고 하시니 부끄럽네요. 감사합니다~

[SAS]로즈의남자
2
2017-10-07 14:44:39

 제가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님처럼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더 이전에 집착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또 한없이 불안하고 불행해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실은 예전에 제가 반반님처럼 겪었다는 생각이... 부족한 깨달음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늘에 뜬 구름이 좋아서 웃다가 밤마다 머리를 쥐어뜯다가 반복합니다. 

WR
튀김반양념반
2017-10-07 14:59:29

뭐 인생은 업다운도 있고 롤링도 있고. 저도 아직 모자라서 또 분노하기도 합니다. 그냥 살아가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것 자체에 집중하려 합니다.

정담
1
Updated at 2017-10-08 00:48:15

저도 그래요. 제 삶의 모토는 '하루살이처럼' 그냥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사는 거거든요. 그렇다고 욜로는 아니고요.. 그냥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소소한 행복을 조절하면서 사는 거죠. 그러다보니 그냥 손해도 좀 봐주고 배려하는 삶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런 삶으로 행복하다 할 때도 있다가, 무기력하다 할 때도 있지만.. 살아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둬요. 이만하면 잘 하고 있다고.. ^^ 다들 비슷하게 사는 듯 해요. 그래도 남자님이나 반반님이나 저처럼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좀 더 마음이 풍요로운 삶인 듯.. 화이팅이요. ^^

bkj999
Updated at 2017-10-07 14:52:53

치킨을 먹으면 행복해집니다

WR
튀김반양념반
2017-10-07 15:00:07

얍얍 짭짭 치킨은 행복입니다.

머글
2
2017-10-07 15:21:20

 문득 행복은 하늘을 보는것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유를 갖고 한번씩 쳐다보면 좋은데..

 

항상 저위에 있지만,

도무지 다들 쳐다보지를 않는다는...

WR
튀김반양념반
2017-10-08 00:36:14

역시 사람은 몸을 풀어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운동이라도 해야 목 돌리면서 하늘을 보지 않을까 싶어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행복을 찾아서.

우행이
Updated at 2017-10-08 10:30:02

이런 글을 수필이라고 칭하나요? 저도 이렇게 글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메모하는 습관을 만들어 가는 중이거든요. 행복을 찾아서.

WR
튀김반양념반
2017-10-08 10:27:47

수필이라 할 수 있겠죠?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hang
Updated at 2017-10-09 10:34:27

감정의 균형을 얼마나 잘맞추고 사느냐가 소소한 행복을 찾을수있는 비결인것 같아요. 마이너스감정이 와도 얼마나 탄력회복성이 높은가 그래서 감정의 발란스를 마이너스 상태에서 균형점으로 회복할수있는가 또는 플러스감정으로 올릴수있는가 그러한 감정의 균형이 잘갖춰지는게 중요한데 사실상 각자가 속한 호르몬이 시키는게 많죠. 감정의 균형점 찾기를 키울수있는 동기와 토대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WR
튀김반양념반
2017-10-09 10:42:44

맞는 말씀 입니다. 그 동기와 토대를 쌓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게 슬프지만. 잘 쌓아놓는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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