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0.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통장 잔고는 0에 가깝고 거기 어울리지 않게 부채라는 것도 있고
소유한 부동산은 커녕 이번달 월세 내기도 아득하며, 한달 먹고 살기 아득해서 적금 넣은 건 당연히 없지만.
차곡 차곡 쌓아놓은 적금 같은 나이가 어느새 불혹(不惑)을 바라보는
나.
그럼에도 눈을 뜨고 기지개를 크게 핀 다음 샤워를 하고 출근을 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하죠.
- 아. 행복하군.
이상하죠. 왜 이렇게 된 걸까요.
1. 정신 승리.
혹자는 정신 승리라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물리적으로 만족감을 찾는 건 무리고,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찾아서 승리를 맞이했으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아마 그 정신 승리라는 말이 가지는 부정적 의미는 진짜 정신 승리만 하고 가만히 있는 것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월급이 들어오고 월세를 내고, 어머니 병원비를 내고, 카드값을 내고.
이번달 부터 시작하는 작지만 차곡 차곡 준비할 적금으로 돈이 나가겠죠.
- 고맙다. 월급.
퇴근하고 운동을 조금씩 시작했고, 죽을 때 까지 쓸 글은 하루 하루 조금씩 쌓여가고.
사진도 다시 시작할테니 중고 시장이랑 이런 저런 쇼핑몰 기웃 거리며 견적을 맞춰보고요.
한 달에 한 번. 친한 친구랑 라면 먹으며 서로 욕도 하고.
한 달에 한 번. 이젠 연애도 아니고 썸도 아니고 그저 30대 초반 여자 동생이 된 사람과 저녁을 먹고요.
한 달에 한 번. 부산에서 올라오는 친구와 얼큰하게 취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취한 날 밤. 하늘을 보며 이렇게 말합니다.
- 아. 행복하군.
그렇군요. 정신 승리. 어쩌면 작은 행복.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2.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얼마전 까지만 해도 행복은 참 거대하고 엄청난 것인 줄 알았습니다.
남들이 받들어 주고 인정을 받아야 하며 검증이 필요한 것을 가진 다음에 가질 수 있는 건 줄 알았습니다.
다이아몬드처럼 인내의 시간을 거쳐서 완성되는 찬란한 보석같았어요.
아 보증서도 당연히 필요하구요.
그런데.
제가 요즘 행복하다 느끼는 건.
주변에 흩어져있는 작은 유리 알갱이 같은 거 같습니다.
하도 많이 굴러 다녀서 이제 날이 무뎌진 유리 알갱이는 아직도 조곤조곤 빛나며 제 주위에 있었습니다.
보증서에 눈이 팔려, 다이아몬드의 화려함에 가려져 그 빛을 못 봤던 것 같아요.
이렇게 바닥에 길게 드러누워 있으니 그 빛들이 보입니다. 만져지기도 하고요.
저는 아직도 제가 행복을 찾아가는 길 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오지 않은 슬픔도 있을테고. 네... 아직은 잘 모르기에 겪어 보지 않은 고난도 있을테고.
거기서 또 절망이라는 걸 알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행복들을 만끽하고 또 행복들을 찾으러 계속 걸어갈 겁니다.
확실한 깨달음 하나.
세상에 작은 행복은 없더군요. 행복은 그냥 행복입니다.
행복을 찾아서 모두 행복해지시길.
...무슨 마무리가 매니아 탈퇴하는 것 처럼 썼지만 그런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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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올려주시는 반반님의 좋은 글 읽는 것도 행복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