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빠르고 질 좋고 편리한 대한민국
미국에 몇년 거주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 중에 하나는, 한국에서의 싸고, 빠르고 좋은 서비스와 모든 일처리에 대한 일종의 그리움 및 경외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등지에 거주해 본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모두다 공감하실 겁니다.
그리고 요즘은 한국에 없는게 없어서 예전처럼 미국 여행을 하고 선물을 사갈만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제품이 엄청 싼 것도 아닙니다.
불과 20년 전에만 해도 일명 "미제"라면 좋아했지만, 지금 미국에 있는 유학생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제품"이 최고다. 라고 많이들 얘기합니다.
실생활에서의 예를 들면,
마트를 갔을 때, cashier의 계산 속도는 한국 마트 직원분들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은 줄이 아무리 길어도 금방금방 처리가 됩니다.
지금은 전부 전산상으로 되어 있어서, 바코드 찍고 물건 담고 계산을 하는 비교적 간단한 프로세스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직원은 확실히 느립니다. 간혹 빠릿빠릿한 직원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 마트랑은 상대가 안됩니다.
왜 그럴까요.
당연히 한국 분들의 손이 빠르기 때문이겠죠. 바코드 하나를 찍고 정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빠르다는 것이죠.
주로 아주머니들이 많은데, 동양인 중년의 여성의 근육 활동량과 agility가 미국의 젊은 백인이나 흑인 남성의 그것들보다 선천적으로 뛰어나서 그런 걸까요?
절대 아니겠죠.
그렇게 훈련되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설치 및 전자제품 A/S
한국에 있을 때 생각해 보면, 인터넷 설치를 하거나 TV등이 고장 났을 때 A/S를 신청하거나 하면, 기사 분께서 거의 전화한 당일이나 아무리 늦어도 다음날에 오시곤 하셨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는 기사가 방문해서 인터넷 설치하는데 최소 1주에서 2주 정도 걸립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프랑스 같은 곳은 인터넷 한번 설치하는데 1달은 족히 걸린다고 하더군요.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수리점에 방문하면 엄청 비싸고, Youtube를 보고 직접 고치던가, 안 고치고 새로 사던가, 아니면 미리 돈을 더 내고 warranty (보험)를 구입하던가 해야 합니다.
A/S에 관한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 놀라운 대한민국입니다.
택배서비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요즘은 책 배송 시키면 당일 배송도 해주고, 택배로 못 시키는 것이 없죠. Speed는 기본입니다. 미국도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이용하면 2일내에 배송이 됩니다. 이 큰 땅덩어리 나라에서 2일 배송도 정말 놀랍긴 합니다만, 한국의 택배는 정말 대단합니다.
의료 서비스
한국의 많은 학문 분야에서 아직 선진학문에 뒤쳐진 경우가 많이 있지만,
비용 대비 의사의 수준이나 기술 및 서비스는 한국이 정말 최고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세계 최고의 병원이라는 Mayo Clinic이 있습니다. 아랍 나라등에서 oil money를 들고 비행기 타고 진료 받으러 옵니다. 박근혜와 이건희 씨도 이 곳까지 와서 Mayo 병원을 왔다고 합니다.
근데 그럼 뭐합니까. 저희 같은 사람들은 거기 가서 진료를 받을 엄두를 못 냅니다. 미국의 최고 의료 시설에는 최고의 의사들이 있겠지만, 평균적인 의사의 수준은 한국 의사에 떨어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에 있는 한국인들은 왠만하면 미국병원에서 수술 및 치료 안 받습니다. 한국 비행기표 끊고 가서 받는게 훨씬 싸고, "믿을만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왠만하면 예약도 안 해도 됩니다. 여기서는 병원 한번 가려면 전화로 예약해야 되고 1주일에서 1-2달은(전문의 진료) 기다려야 되고, 불편하기 그지 없습니다.
식당/음식점
자세히 설명하게 되면, 한국의 그 수많은 맛있는, 여기서는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 생각나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으니 패스....
행정서비스
미국의 행정 서비스는 최악이니 이하 생략...(유럽은 더 심하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싸고, 빠르고 질 좋고, 편리하다"라는 것은 적용이 됩니다.
그런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핵심이 아닙니다.
한국사회가 그만큼 빠르고 좋고 편리한 사회 시스템을 만든 데에는, 그만큼 "열심히, 힘들게, 바쁘게, 저임금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씁씁해집니다.
마트에서 내가 1분이라도 빨리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마트 직원분이 그만큼 스트레스 받으며 빨리빨리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트 직원 1명이 계산을 하는 총 물건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이죠.
인터넷 설치를 내가 1주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인터넷 기사분께서,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technical service를 커버하고도 시간을 내어 우리 집에 빨리빨리 방문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정해진 시간에 기사분이 돌아다니는 집이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때나 맛있는 음식을 싸고 빠르게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쉬지 않고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는 식당 직원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아무때나 병원을 가서 빠르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의사 1명당 진료하는 환자의 수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평균적인 실력이 뛰어나단 말은, 그만큼 한 의사가 많은 환자를 보고 트레이닝을 받고 경험을 쌓고 열심히 일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간호사도 포함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택배 물건이 빠르게 온다는 것은, "누군가" 어떤 사람이 그만큼 많이 일하니깐 배달을 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싸게 이용하는 그만큼 일하는 분들은 싼 값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서비스와 시스템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값싸고 뛰어난 노동력" 때문입니다.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이 곧 우리 부모님, 배우자, 형제, 친척, 친구가 되는 것이죠.
내가 돈 내고 당연히 쓰는 비생물적인 요소인 "서비스"이긴 하지만, 그것이 곧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기사를 보니 최저시급 1만원에 대한 논란이 있네요. 지금 6000원 초반이라고 하니, 당장 50%이상 인상이 현실적으로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가 여타 개발도상국들처럼 과거에 노농집약적 산업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걸 좀 벗어나서, 사람자체가 좀더 존중받고 인간성이 대접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용할 때, 싸고 빠르고 질 좋고 편리한 만큼,
누군가는 싼 임금으로, 좀더 빠르게, 좀더 열심히, 더 스트레스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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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거주할때 가장 먼저 그리웠던것이
인터넷
둘째는 의료서비스
셋째는 음식이었습니다.
친절같은 서비스 질이야 개개인별로 다르니 논외로 하구요. 택배는 생각보다 빨라서 놀랐구요.
이는 일본에 있을때도 마찬가지었는데
일본 명소나 일본 음식같은 경우도 한국에서도 충분히 볼수있거나 맛볼만한것들이 많더라구요.
다만 말씀하신것처럼 우리나라가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 그 직종에서 일하시는 분이 많은 것들을 희생하는것도 사실입니다.
기업이 야근 및 인력쥐어짜기의 결과물이 우리가 좀 더 경쟁력있는 제품을 조금이나마 더 누릴수있는게 아닌가싶기도 합니다.
안타깝기도 하면서 그걸 놓치고싶지 않으니..
참 이중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