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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소개 #8 분노의 포도 - 존 스타인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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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7-06-08 15:55:18

가끔씩 머릿속이 복잡해질때, 아래의 글들을 읽어보곤 합니다. 결코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고, 읽은 후의 무게감도 상당하죠...

 

여러 이야기대신, 매니아분들에게 읽어드리고 싶은 대목들을 소개해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의 조각들이 제 마음의 조각과 합쳐져 이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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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전부 한때 거북을 기르지. 하지만 아무도 거북을 붙잡아 두지 못해. 녀석들이 발버둥을 치고 또 치다가 어느 날 마침내 어딘가로 도망쳐 버리거든. 나하고 비슷하지. 난 그냥 펼쳐져 있는 복음을 덥석 잡는 사람이 아냐. 그걸 쑤셔도 보고 연구도 해 보느라 결국 산산조각을 내놓지. 나한테 성령이 있는데도 때로는 설교할 게 하나도 없어. 나는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름을 받았지만, 사람들을 이끌고 갈 데가 없어."(1권 45쪽)

"...앞으로 어떻게 될지 너무 생각을 많이 하면 지치기만 할 뿐이지.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살게 되는 삶은 하나뿐이야. 만약 내가 그 가능성들을 다 생각해 본다면 견디기 어려울 거다. 넌 아직 어려서 앞날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만, 난 그냥 지금 이 길만을 생각해. 그리고 식구들이 언제쯤 돼지 뼈를 더 먹겠다고 할지, 그런 것만 생각해."(1권 256쪽)

사람들은 어떤 권리를 존중해야 하는지 배웠다. 천막 안에서 사생활을 누릴 권리, 말을 하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권리, 도움을 거절하거나 받아들일 권리, 도움을 제공하거나 도와달라는 요청을 거부할 권리, 남자가 구애를 하고 여자가 구애를 받을 권리,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먹을 권리, 임신부와 병자가 다른 모든 권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권리.(1권 407쪽)

"그 사람이 100만 에이커를 가져야 비로소 부자가 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사실 속으로는 자기가 아주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그렇게 자기가 가난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100만 에이커를 가져도 부자가 됐다는 생각이 안 들 겁니다. 그러니 자기가 무슨 짓을 해도 부자가 된 기분을 맛볼 수 없어서. 난 지금 설교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잡동사니를 모아들이는 프리도그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인간치고 실망하지 않은 인간을 못 봤습니다.(1권 432쪽)

사람들이 강에 버려진 감자를 건지려고 그물을 가지고 오면 경비들이 그들을 막는다. 사람들이 버려진 오렌지를 주우려고 덜컹거리는 자동차를 몰고 오지만, 오렌지에는 이미 휘발유가 뿌려져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만히 서서 물에 떠내려가는 감자를 바라본다. 도랑 속에서 죽임을 당해 생석회에 가려지는 돼지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인다. 산처럼 쌓인 오렌지가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지켜본다. 사람들의 눈 속에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간다. 수확기를 향해 점점 익어간다.(2권 255쪽)

"감옥은 웃기는 곳이야. 난 뭔가를 찾으려고 애쓰는 예수처럼 광야로 나왔는데, 가끔 그 뭔가를 찾을 뻔하기도 했지. 그런데 내가 정말로 그걸 찾은 곳이 바로 감옥이었어."(2권 322쪽)

"어머니, 전 그동안 계속 혼자 숨어 있었어요. 그 동안에 제가 누굴 생각했는지 아세요? 케이시에요! 케이시는 말이 엄청 많았죠. 그게 신경에 거슬렸는데, 지금은 케이시가 한 말을 생각하고 있어요. 케이시가 한 말이 다 기억나는 거에요. 전부 다. 한번은 케이시가 자기 영혼을 찾으러 광야로 나갔는데, 자기만의 영혼이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얘길 한 적이 있어요. 자기가 커다란 영혼의 작은 조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예요. 광야가 좋은 곳이 아니라는 얘기도 했어요. 자기가 갖고 있는 영혼의 작은 조각은 다른 조각과 합쳐져서 하나가 되지 않는 한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제가 이런 걸 다 기억하다니 우습죠? 제가 그 얘기를 그렇게 열심히 들은 줄도 몰랐는데.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혼자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는 걸 저도 알아요."(2권 399쪽)

"...저는 사방에 있을 거예요. 어머니가 어디를 보시든. 배고픈 사람이 먹을 걸 달라고 싸움을 벌이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경찰이 사람을 때리는 곳마다 제가 있을 거예요. 케이시 말이 옳다면, 사람들이 화가 나서 고함을 질러 댈 때에도 제가 있을 테고, 배고픈 아이들이 저녁 식사를 앞에 두고 웃음을 터뜨릴 때도 제가 있을 거예요. 우리 식구들이 스스로 가꾼 음식을 먹고 스스로 지은 집에서 살 때도, 저는 거기 있을 거예요..."(2권 4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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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7-06-08 10:57:51

 20대 초반에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렇게 좋은 단락들이 많았네요. 

아마 그때는 생각없이 무조건 좋은책이라해서 읽었던거 같은데, 지금 이렇게 대목들을보니 느끼는게 참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대목 적어주셔서

 

그나저나 대목들에서 느껴지는 삶의 무게감과 깊이가 대단하네요. 저 통찰력을 가진 작가도 대단합니다.

WR
2017-06-08 12:09:32

기자의 눈에 시인의 가슴을 가진 작가이니까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6-08 11:37:22

너무 두껍고 여러권이라 안샀는데 고민되네요.

WR
2017-06-08 12:11:11

사야됩니다~ 사야됩니다~

 

물론 이 책은 가볍게 읽기엔 무리인 책입니다. 시종일관 어깨를 누르는  듯한 무게감이 장난이 아니죠. 하지만 분명 감동은 크게 다가올 겁니다.

2017-06-08 11:48:59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 반갑네요. 제가 읽었던 판은 뒤에 생쥐와 인간도 있었는데, 그거까지 읽고 한동안 스타인벡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WR
2017-06-08 12:11:30

저의 인생작가이기도 합니다!

2017-06-08 12:15:38

저는 포크너를 좀 더 좋아합니다.

20세기 초, 중반은 시대때문에 그런건지 참 매력적인 작가들이 많아요.

WR
2017-06-08 13:43:56

20세기 초중반엔 엄청난 물리학자들이 쏟아져나왔듯이 문학에서도 멋진 작가들이 많이 나왔죠.

 

 조던의 시대에 레전드들이 쏟아져나온 것과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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