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싫은 성격
저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좋아합니다
맛집을 찾는 행복보다는 일관되게 평타를 쳐주는 곳의 안정감이 더 좋고
살갑게 맞아주는 이모님보다 기계적인 점원들의 서비스가 편합니다
간혹 불친절하고 비위생적인 일반 식당에 갔다가 실망하는 때면
'아 그냥 프랜차이즈 햄버거나 먹을걸' 하는 생각을 밥 먹는 내내 합니다
요즘 떡볶이를 자주 사 먹습니다
집 근처에 1인분에 2500원 밖에 안 하는데 양이 푸짐하고 특란이 분명해 보이는 큼지막한 삶은 계란까지 넣어주는 곳이 있어 자주 갑니다
많이 팔아준다고 어찌나 많이 주시는지 탄수화물 중독자인 저의 점심 식사로도 든든합니다
헌데 종종, 담아주시는 양의 편차가 큰 느낌이었는데
역시나 저의 착각이 아니었는지 이모님이 말씀하십니다
"저번에 보는 사람이 많아서 많이 못 담이 줬다. 미안해서 오늘은 계란 두 개 넣었어 ^^"
감사한 일입니다. 단골이라고 남의 눈치를 보면서까지 챙겨주시려는 마음이요
근데 어쩌나요. 저란 놈은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그런 이모님의 서비스가 불편해져버렸습니다...
일단 그 말을 들은 후
내가 한가한 시간에 갈 때, 떡볶이를 많이 주시는 이모님의 물리적 손해와
내가 바쁜 시간에 갈 때, 많이 주지 못 하는 이모님의 심리적 손해 중
어느 것이 이모님에게 피해를 적게 줄 것인가 생각해보았고
후자가 낫겠다는 결론을 얻은 후
이제 떡볶이를 사러 갈 때, 멀리서 손님이 많은지 적은지 보고 들어갑니다
떡볶이를 먹고 싶어도 손님이 없으면 안 가고 손님이 많을 때만 들어갑니다
어떻게 이렇게 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이렇습니다
남에게 이유 없이 뭘 받기도 싫고
남에게 부당한 피해를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스미마셍'을 달고 사는 일본인 그 특유의 성격과 비슷한가 싶다가도 아닌 것이
저는 피해를 당할 때 주저 없이 액션을 취합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케익을 사러 갔다가 점원에게
"초는 어디에 있나요?"라고 물었었는데
띠로 한 바퀴는 아래일 것 같은 점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저기요. 아니 저기 저기"라는 답을 하는 것을 듣고
눈을 빤히 쳐다보며 (아마도 인상을 쓰며)
"'아니 저기 저기'는 반말이죠"
라고 해서 점원을 당황시키기도 했으니까요
저와 같이 다니는 사람은
점원의 기계적인 인사나 멘트에도 전부 공손히 답을 해주는 저를 보며
"야 니가 점원 같다. 뭘 그런 걸 일일이 대답하냐" 하기도 하고
가끔 저렇게 손놈이 되는 때엔
"그냥 넘어가지 그걸 또 꼬집어서 문제를 만드냐" 하기도 하죠
dog double myway Cool한 성격의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스스로도 병적이라고도 생각하지만
받은 대로 주고 준 만큼만 받고 싶은 게 나쁜 건 아니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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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성격과 취향은 모두 가지각색 이니까요
남들에게 피해주고 다니는것보단 썬썬님이 훨씬 좋은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