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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의 곡성, 저는 이렇게 보았습니다(핵스포)

THE 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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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6-05-13 07:17:57

추격자, 황해를 만든 나홍진 감독의 곡성을 어제 보았습니다. 전작들을 너무나 좋아했기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컸습니다. 결과는 대만족입니다. 곡성을 저 개인적으로는 스릴러로 마케팅을 한 오컬트
무비라 생각하며 절대 15세 관람가를 받아서는 안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방통위의 심의 기준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네요.
영화를 감상하는데는 어떤 기준도 편견도 없이 보려고 노력합니다. 보고 느낀데로 끄적여 봅니다.

1. 곡성
곡성은 영화의 배경인 전라도 곡성을 의미하지만 한자는 전혀 다른 뜻을 나타냅니다. 한자로 표기된
의미는 말그대로 곡하는 소리이며 영어 타이틀은 the wailing입니다. 성경에 많이 나오는 단어입니다.
한자의 뜻과 같은 곡하는 소리이지요. 중의적인 의미로 곡성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는데 영화 그자체를
잘 표현한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라도 곡성의 제한적인 공간에서 감독은 와이드샷으로 풍광을 잡
아냅니다. 조명보다는 자연광을 많이 사용한것처럼 보였고 초월적인 존재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울렸습니다. 산,강,동굴,절벽 등 도심에서는 쉽게 접할수 없는 배경을 통해서 원시성마저
느낄수 있었습니다.

2. 플롯
나홍진 감독의 영화는 사실 불친절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불편한 영화였죠. 하지만 곡성은 불친절
하기도 하고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중 하나가 바로 일광이 외지인에게 살굿을 
하는 장면인데 연출을 굉장히 극적으로 몰아갑니다. 외지인 역시 주술을 하면서 교차편집으로 일광과
의 대결구도로 그림을 만들어나가지만 사실 일광이 하는 살굿의 타겟은 외지인이 아니라 종구의 딸
효진이었죠. 장승에 못질을 할때마다 효진이 아파하는 장면이 아닌데 연출자체가 음악과 함께 워낙
빠르게 진행되서 관객이 이를 캐치하는 것은 상당히 쉽지않습니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없이 오직 
영화를 보는 동안 이 구도를 캐치했다면 정말 대단한 센스를 가지신 분이라 생각됩니다.
전작 추격자와 황해가 초반부터 휘몰하치는 스타일이라면 곡성은 초반에는 약하게 진행되다가
특이점(?)에 다달으면 수직으로 낙하하는 형국입니다.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게 말이죠. 초반부
가 극 후반에 비하면 살짝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단 한순간도 눈을 떼기 힘
들었습니다. 스토리상의 개연성에 약간의 구멍이 있기는 하지만 강한 연출로 커버하고 남습니다.

3. 짬뽕
곡성이 불친절한 이유는 그 모호함 때문입니다. 선과 악, 동양과 서양, 카톨릭과 샤머니즘, 남과여
의심과 믿음, 현실과 꿈 등등.. 배치되는 요소들을 한 곳에 쏟아부으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보고 
있다보면 이게 짠맛인지 단맛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현혹되지 말라는 영화의 카피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이 영화는 기독교적인 요소가 극 전반에 자리잡고 있고 영화의 시작조차도 성경의 구절을 
인용하며 시작합니다. 허나 영화에서는 굿판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무명으로 대표되는 선과 외지
인으로 대표되는 악의 대결도 사실은 구체적으로 영화에서는 그려지지 않습니다(둘의 대결이 통
편집되었다는 기사를 본적있네요). 외지인과 일광의 관계도 일절 설명이 없다가 막판에 가서야
둘이 한편이었음을 알려줍니다. 물론 일광이 훈도시를 입고 있다거나, 일광이라는 이름이 일본
을 상징한다는 점등이 있지만 이 역시 쉽게 캐치하기는 쉽지않습니다.

4. 연기
곽도원이라는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지만 포스트 송강호라 불릴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황정민 역시 최근의 다작으로 연기가 식상하다 어쩌다 말이
많았지만 역시 좋은 배우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달콤한 인생에서처럼 아주 악랄
한 악역연기를 다시 한번 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아역으로 나오는 김환희 양도 상당히 인
상깊습니다. 이런 연기를 시킨 감독의 정신상태(?)가 걱정될 정도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곡성 최고의 연기는 외지인을 연기한 일본배우 쿠니무라 준입니다. 
마지막 동굴신에서는 정말 앉은 자리에서 실례를 할뻔했습니다.

5. 그래서..
나홍진 감독의 최고 장기는 바로 관객을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특유의 연출력과 이야기를 만드는
솜씨일것입니다. 곡성은 감독이 관객의 멱살을 잡고 2시간 30여분동안 롤러코스터를 타다고 땅
바닥을 뚫고 들어가는 영화입니다. 사실 관객이 어떤 생각할 틈을 주지않습니다. 추격자,황해,곡성
모두 보는 사람을 유쾌하게 만드는 영화는 아닙니다. 추격자는 살인마가 잡혀서 어느정도의 카타르
시스를 주긴했지만 황해는 아니었습니다. 곡성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엔딩의 충격은 황해보다 더 
심하죠. 따라서 이 영화는 지극히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될것이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불호를
외치는 분들이 더 많을 괴작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개봉전 평론가들의 극찬 일색으로 분위기를 띄
우는데는 성공했지만 내용자체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영화판에서 이런 소재로 이만한 영화를 뽑아내는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해보면 
평론가들의 평이 이해가 갑니다. 저는 부디 이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나홍진 감독의 다음
작품을 좀 더 빨리 보기를 희망합니다. 고뇌하는 히어로나 신파극에는 어떠한 시간과 돈을 내어
줄 마음이 없는 저에게 곡성은 올드보이,살인의 추억에 필적하는 아주 멋진 한국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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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단신
2016-05-13 07:12:09

저도 어제 봤는데 보면서 뭐랄까 15세가 아니고 19세로 작정하고 만들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전부 보고 든 생각은 충분히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이런 한국영화는 첨 본거같네요

초천
2016-05-13 07:59:25

저도 살인의추억과 올드보이와 나란히 두고싶은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황해나 추격자 모두 나름 좋게는 봤지만 뭔가 조금씩 부족하다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취향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iPhone 11 Pro
2016-05-13 08:05:30

15세판정은 말도 안됩니다. 무조건 18세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곡성 초반부는 괜찮았지만 뒤로 갈수록 개연성이 산으로 갑니다. 좀비에서 절정이구요. 아쉽지만 긴 러닝타임동안 그래도 어느정도 집중해서 봤기에 돈이 아깝진 않습니다.

[SAS]로즈의남자
Updated at 2016-05-13 08:35:53

올해 아역배우상과 조연상 내지는 특별상에 김환희,쿠니무라 준 씨는 자주 언급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따로 평을 써보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의도된 모호함과 아쉬운 모호함이 혼재되어있긴 하지만, 단언컨데 올 해의 영화는 결정 되었다고 봅니다.

troiscouleurs
Updated at 2016-05-13 09:21:57

개인적으로 수위는 15세 - 18세 중간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교묘하게 18세 관람가를 피해간 거 같아요.

일광과 외지인 굿 교차편집씬은 누가 착한 놈이고 나쁜 놈인지 의도적으로 교란시킨 부분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한 가지 시점으로만 본 것 같더라고요.
TheQ&A
2016-05-13 09:22:35

사건의 인과관계가 명확치 않아서 모호하긴 합니다만, 저는 그것조차도 의심과 믿음에 대한 영화의 의도와 정확히 일치해서 오히려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주인공이 느끼는 의심과 현혹인 동시에 관객이 감독의 장치에 의해 현혹당하거나 의심하는 광경을 만들어냈으니까요. 

Ty Lawson
2016-05-13 11:35:24

그래서 가장 현혹된 것은 영등위라고들 하더라고요나홍진 감독의 곡성, 저는 이렇게 보았습니다(핵스포)

초코케잌
2016-05-13 11:57:32
읽어본 책 중에 의식의 흐름 기법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등대로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소설들은 소설이면서 동시에 소설이 아닌 소설입니다 (?). 형식과 내용이, 껍질과 알맹이의 구분이 없는 소설이면서 소설이 아닌것입니다. 기존 소설의 고정관념을 깨버린 자유로운 형식에 찬사를 보내면 내용은 개연성이 없는 보잘것 없는 것이고, 소설의 내용의 흡입력에 감탄하고 보면 형식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이상한 소설들이죠.

곡성이 그렇지 않은가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를 진정한 영화라고 추천하고픈 사람은 이 영화의 내용, 흡입력 쩌는 내용에 대해서 설명 할 것이고, 기대하고 듣던 사람은 뭔 소리야 그러니까 줄거리가 뭐냐고 묻겠죠. 이걸 보지말라고 말릴 사람은 그 개연성 없는 형식에 대해 말할것이고, 재미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듣던 사람은 순간순간 장면의 흡입력에 끌릴지도 모를 일입니다. 형식이 곧 내용이고, 내용이 곧 형식입니다. 영화이면서 영화가 아닙니다. 쓰면서도 제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신기한건 저 소설을 읽으면 느낌이 어떻냐면 미칠정도로 포근합니다. 그 어떤 미담을 들어도 그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작가가 정신병자처럼 뇌가 아니라 무릎에서 나오는 말을 주절거리는데 그게 그리 듣기가 좋네요. 다른 개연성 쩌는 소설은 읽지도 않고 싶을 정도로 포근합니다. 곡성이 그렇다면 저한테는 성공한것 같습니다. 반인륜적이거나, 무차별적이거나, 여하건 목적이 있건 없건 살육이라면 극장에서 후덜덜 무섭네 이러고 말것을 포근함과 정 반대로 기분이 찝찝해서 계속 신경이 쓰인단 말이죠.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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