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어쩔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저도 음식을 상당히 쩝쩝대며 먹는 편이었습니다.
어렸을 적에 심각한 축농증 때문에 치료하기까지 6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6살 때부터 11살 때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독산동 말뫼고개에서 신답역의 용하다는 개인 이비인후과까지 일주일에 6일을 통원했죠. 6년 내내 코뼈 속으로 주삿바늘을 박아놓고 직접 식염수를 투입, 부비강을 빼는 무식한 시술 끝에 간신히 나았습니다. 그 정도로 축농증이 심했습니다. 덤으로 유년 시절의 기억도 학교-병원-집 외에는 별로 없구요.
쩝쩝대는 소리는 음식을 씹으며 자꾸 입을 벌려서 그러는데, 코로 숨을 못 쉬니까 입안에 음식물이 있으면 자꾸 입을 벌릴 수 밖에 없었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어린 시절에 그랬으니 그 버릇이 오래 갔습니다.
나중에 커서는 입을 좀 다물게끔 됐는데, 그래도 쩝쩝 소리는 났습니다. 제 입이 큰 편이라 음식물이 입 안에서 뒤섞이는 소리 또한 커서 입을 완전히 다물어도 쩝쩝 소리가 없어지진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하도 잔소리를 하시길래 직접 보여드렸죠. 작정하고 신경써서 입을 완전히 다물고 씹어도 쩝쩝 소리가 난다는 것을. 코 막혀서 그런 거야 치료하면 어떻게든 고칠 수 있겠지만, 입이 커서 그러는 것을 어쩌겠습니까. 입 크기 줄이는 수술도 있나 모르겠네요.
저도 보통은 남의 백(back)스토리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삽니다. 유영철이니 강호순이니 조두순이니 하는 놈들이 천인공노할 짓거리들을 벌인 것도 뭐 어렸을 때 학대를 당했을 수도 있고, 가난에 시달렸을 수도 있고 나름 핑계는 있겠지요. 그러나 전 별로 그 부분에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그 둘이 찢어 죽일 놈들이라는 것 뿐이죠.
아마 다른 분들 또한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뭘 먹으며 어쩔 수 없이 쩝쩝대는 백스토리에 관심있는 분은 없겠지요. 다만 그 백스토리에 관심이 없는 대신, 저에게 큰 피해가 오지 않는 한 웬만한 건 그냥 넘어가면서 살아주기도 합니다. 너도 뭐 이유가 있겠지 하며 살아갑니다. 배려라기보단 무관심에 가까울지 모르겠습니다. 어찌됐든 간에 '남 눈의 가시를 보는 사람이 제 눈의 기둥은 못 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쩝쩝거리는 소리가 거슬린다는 분들을 탓하는 건 아닙니다. 그 분들도 무슨 이유가 있겠죠. 저도 절대 밥 같이 안 먹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ㅅ......놈은 제가 알기로 조실부모했는데, 그래서 누가 지적해줄 사람이 없어서인지 남과 갑을 먹을 때 해서는 안 되는 매너들을 아주 다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쩝쩝 소리가 거슬리시는 분들이 쩝쩝대는 사람들을 보는 눈길이 아마 제가 이 ㅅ......놈과 절대 밥은 같이 안 먹는 이유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게 이해하며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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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쩝쩝거리면서 먹는 사람들은 물하나를 마셔도